2014년 12월, 1900년 대 포스터 수집광이었던 율리우스 파울의 여행 포스터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매우 잘 보존된 그의 포스터 컬렉션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과 광고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20세기 초반,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는 질트 섬 여행 포스터로 도배됐다. 포스터에는 증기선 운항표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해변 사진이 찍혀있었다. 질트 섬을 오가는 증기선 운항사에 투자했던 독일 아티스트 프란츠 코르완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질트 섬을 신비로운 북해의 여왕으로 묘사한 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왕이 아니라 반라로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비유적 광고의 초기 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뉴욕 스완옥션갤러리 회장 니콜라스 로우리의 설명이다. 코르완은 질트 섬 해변을 젊은 여성처럼 매혹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코르완이 1910년에 그린 북해의 여왕은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포스터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본래 포스터의 수명은 짧다. 오래 보존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스터의 예술적·역사적 가치를 감지한 수집가들 덕분에 오래 전 제작된 포스터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 포스터 수집광, 율리우스 파울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상인 율리우스 파울도 열정적인 포스터 수집가였다. 담배 마는 종이를 판매하던 그는 석판인쇄라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전역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담배 광고를 게시했다.
다른 제품 포스터도 수집한 파울은 그래픽아트에 조예가 깊었다. 그는 189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홍보 목적으로 제작된 광고 포스터 6000장 이상을 수집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여행 포스터였다. 2014년 12월 17일, 질트 섬 포스터를 비롯해 파울이 소유한 여행 포스터 가운데 약 200점 정도가 스완옥션갤러리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로우리는 "한 번도 거래된 적 없는 포스터가 대부분이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잉크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울이 특별 제작한 오크나무 수납장에 포스터를 보관하고 자신 외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한 덕분이다. 1938년 파울이 사망한 후에도 그의 수집품은 깨끗한 상태로 보존됐다.
조카가 상속받은 파울의 수집품은 오스트리아를 정복한 히틀러에게 몰수당했고, 서적 거래상이 이를 약 1000달러에 구입하여 알베르티나 박물관에 되팔았다. 그러나 2008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파울의 자손에게 포스터를 반환했고, 뉴욕의 스완옥션갤러리와 라인홀드브라운갤러리는 파울의 컬렉션 일부를 판매했다.
▒ 포스터로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다
12월에 진행된 스완옥션갤러리의 여행 포스터 경매는 유람선과 리조트, 골프와 스키 같은 여가활동 광고 포스터를 다뤘다. 로우리는 "당시 생활상이 이 포스터들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스키를 탈 때 폴을 하나만 사용했고 스키 바인딩이 마치 고딕시대 고문 기구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포스터를 제작한 사람도 종종 있다. 구스타브 얀은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스키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알프스에서 추락사하기 전까지 메달을 28개나 땄을 정도다. 얀의 오스트리아 스키 리조트 그림은 7250달러에 낙찰됐다.
코르완이 그린 북해의 여왕은 875달러에 낙찰됐다. 질트 섬은 현재 코르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휴양지가 됐고 누드비치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