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단발머리에 예쁘장한 외모의 한 남자가 마치 방송 중인 걸 망각이나 한 듯 대책 없이 웃기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요즘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강남(29·일본 이름 나메카와 야스오)을 만나보자.
지난해 JTBC 예능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강남은 그 후 JTBC <속사정쌀롱>, MBC <나 혼자 산다> <헬로 이방인>, 그리고 최근 시작한 KBC 새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에도 출연하며 예능 '대세돌'이 됐다. 지난 연말에는 <나 혼자 산다>로 MBC방송연예대상 '뉴스타상'과 '팀워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강남의 매력탐구 : "한글 맞춤법 파괴자"
강남이 시청자들의 눈에 띄게 된 것은 어눌한 발음, 그리고 특유의 직설적이고 엉뚱한 화법 덕분이다.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구사하거나 반말을 섞어서 질문하는 등 거침없이 계속되는 실수가 오히려 그의 매력을 더해준 것이다. '원숭이'를 '웡숭이'로, '변신'을 '병신'으로 말하는 그의 엉뚱하고 생뚱맞은 화법은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한글 맞춤법 파괴자"로 불릴 정도다. 트위터에 한글을 들리는 대로 써서 붙여진 별명이다. 강남은 "처음엔 '욕먹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히려 귀엽다, 재밌다고 해주니까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틀린 한글을 계속 올리면 성의 없어 보일까봐 요즘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속사정쌀롱>은 토크쇼인데 다른 진행자들과 함께 말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리얼리티 예능을 하다 토크쇼를 처음 해보니까 정말 어렵더라고요. 특히 패널 분들이 워낙 말씀도 잘 하시잖아요. 그런데 장동민 형을 보니까 목소리가 크면 되더라고요. 요즘 저도 지지 않고 크게 말해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강남, 실제 학창시절은?
강남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고등학교 생활에 도전한 강남은 내숭을 떨지 않는 엉뚱하고 직선적인 태도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반말로 인사를 건네거나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친화력을 보이는 등 자유분방함으로 웃음 짓게 했다.
강남의 10년 전 진짜 학창시절은 스펙터클하다. 부모님은 하도 공부를 안 했던 그를 중학교 때 영어라도 공부하라고 하와이로 보내셨지만 놀기만 해서 영어를 지금의 한국어보다 못한단다. 그러다 열여덟 살 때는 학교에서 쫓겨났다.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인데 학교에서는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를 퇴학시켰다고 한다.
철없던 학창시절을 보낸 강남에게는 취미가 많다. 영화 보기, 스노보드 타기, 음악작업 하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제가요, 조금씩 할 수 있는 건 진~짜 많아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한 개도 없어요. 잘해 보이는 정도에요."라고 말하는 그는 온갖 종류의 스포츠를 잘해 KBS <출발드림팀>에서 메달을 딴 적도 있다. 악기는 기타, 드럼, 피아노를 다룰 줄 아는 만능인이다.
▨ 서울 강남? No! '강.한.남.자.'
이쯤 되면 그의 이름 '강남'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서울의 강남을 따서 지은건가 싶다. 사실 그의 이름은 어머니가 어릴 때 몸이 많이 약하고 덩치가 작았던 그에게 '야스오', 즉 '강한 남자'가 되라는 뜻에서 지어주셨다. 그래서인지 이름처럼 커가면서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단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머니가 한국인인 강남을 다르게 봤기 때문에 '내가 좀 다른가?'라는 생각도 들고 외로움을 느꼈단다. 그래서 어머니께 나는 어디서 왔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나타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엄마가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 같다, 끝까지 믿어주신다"며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셨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늘 북돋아주셨다"고 말했다.
▨ 강남은 예능인이 아니라 가수랍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강남이지만 그는 사실 힙합그룸 M.I.B에서 시작한 실력파 가수다. M.I.B는 리쌍, 타이거 JK, 윤미래 등 유명한 힙합 가수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프로듀싱도 직접 해 신인 때부터 기대를 모았으나, 2011년 데뷔 이후 일곱 번의 앨범을 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강남은 지난해 12월 26일 솔로곡인 디지털 싱글 '어떡하죠'를 발표했다. 아련한 분위기의 감성 발라드로, 솔로 가수로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과거 일본에서 록 밴드로 활동했고 M.I.B의 메인 보컬로 오랜 시간 실력을 쌓아왔던 덕분인지 폭발적인 목소리에서도 애절함이 묻어난다는 호평을 받았다. 음원이 발표되자마자 주요 음악 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다 하와이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했을 때 신화와 박진영 선배를 보고 아시아 가수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있었던 20대 초반, 지금의 소속 사장님을 만나게 됐고, 바로 캐스팅 제의를 받아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하루하루 욜청울 가지고 욜시미 노룍하다 보면 마눈 가눙송이 욜료요 구레도 오늘룬 조운일 갇지할수 있소소 넘 기분 좃숨 네일도 파이팅^^"('하루하루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많은 가능성이 열려요. 그래도 오늘은 좋은 일 같이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음 내일도 파이팅'이란 뜻이다.)
해석하기 참 난해한 트위터지만, 강남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솔직한 다짐이다. 2015년, 예능인으로서도 가수로서도 활약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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