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게임 소년,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CEO가 되다

선데이토즈의 공동 창업자 이정웅(34) 대표, 임현수(33) 이사, 박찬석(35) 이사는 일요일이면 공부방 '토즈(Toz)'에 모여 창업을 논의했다. 그렇게 탄생한 모바일 게임회사가 바로 국민게임 애니팡으로 대박을 터뜨린 '선데이토즈(Sunday+Toz)'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했지, 관리 경험도 없잖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그래 맞아, 누구 하나 팀장 되면 그때 시작하자. 지금은 스톱(Stop)하자." "아니.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 팀장 돼서 생각이 달라지면? 다 흩어지고 나면 못해. 고(Go)하자, 고!"

선데이토즈 모바일 게임회사

이러한 대화를 시작으로 2009년 탄생한 선데이토즈는 2012년 애니팡으로 대박이 났다. 9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31억원, 영업이익률은 43.1%였다. 선데이토즈는 이제 어엿한 매출 1000억원대 회사가 되었다.


1월 기준 애니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100만 건에 달하고, 일일 사용자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애니팡2와 애니팡 사천성 역시 일일 사용자수 360만 명, 10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에 출시된 게임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식지 않는 애니팡의 인기, 그 비결은?


"애니팡은 개봉 첫 주에 결판이 나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시청자와 함께 오랜 시간 호흡하는 드라마와 같습니다." 이정웅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애니팡이 콘텐츠와 서비스의 경계에 있다고 했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품질을 개선해나가기 때문이다.


40~50대 중장년층의 충성도가 높은 것도 롱런의 비결이다. 지속적으로 게임을 갈아타는 젊은 층과 달리, 애초에 게임이란 걸 모르다 애니팡으로 신세계를 맛 본 '어르신'들은 애니팡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을 하다 애니팡으로 돌아오는 사용자들도 늘고 있다.


선데이토즈 애니팡 모바일 게임

사진 출처 : 선데이토즈(http://corp.sundaytoz.com/anipang-for-kakao/)


이 대표가 게임회사를 창업한 목정 중 하나가 바로 이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일까?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에 빠져 고등학교 3학년 때조차 게임 하느라 밤을 새곤 했던 그가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단연 "게임 하지 마라"였다. 그래서 부모님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대표는 요즘 애니팡 사천성에 몰두하는 어머니를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온단다.


언젠가 딸과 함께 애니팡을 할 수 있는 기종으로 휴대전화를 바꾸러 대리점을 방문한 한 어머니를 만나 뿌듯했다는 이 대표. 그는 "게임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지만 사람이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는 게 대단하지 않으냐"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성장을 거듭하는 선데이토즈만의 기업문화


애니팡으로 자리 잡은 선데이토즈는 2013년 11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다름 아닌 "좋은 사람을 많이 뽑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상장했다. 선데이토즈가 모바일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자금력이나 덩치를 앞세운 경쟁자로부터 회사를 지키려면 좋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상장 1년이 지나지 않아 직원이 2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고 우수한 인재들도 많이 채용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기업문화 정착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일례로 선데이토즈는 매월 '토즈데이'를 갖는다. 이 날만큼은 모든 직원이 일거리를 내려놓고 업무 현장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점토로 구성원 얼굴 만들기 체험을 했고, 10월에는 회사 근처 오락실을 통째로 빌려 전 직원이 다같이 놀았다.


선데이토즈 기업문화 토즈데이

사진출처 : 선데이토즈(http://corp.sundaytoz.com/tozday)


잠깐 멈춰서 뒤돌아보는 '회고 문화'도, '보고'를 '공유'로, '컨펌(확인)'을 '공감'으로 바꾼 사고 방식도 선데이토즈만의 고유 문화다. "방식은 여느 회사와 같지만 사고를 바꾸는 거죠. '보고한다'고 생각하면 경직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틈이 생깁니다. 이 틈이 기업문화를 해치는 요인이 됩니다."


선데이토즈는 이웃과 함께 가는 방법도 모색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스타트업 전문투자펀드 '애니팡미래콘텐츠투자조합'에 9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3월 공동 창업자 3인의 지분 20.7%를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매각한 뒤로 두 회사는 사회공헌활동도 함께 한다. 이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마일게이트와 협력해 해외 진출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게임에 빠져 살던 소년, 젊은 CEO가 되다


게임에만 빠져 살았던 이 대표는 이제 어엿한 창조경제의 주역, 성공한 청년 벤처사업가, 모바일 게임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포장된 면도 있는 것 같아 쑥스러워요. 분명한 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창업, 투자 유치, 비즈니스 성공, 상장, 인수합병 같은 과정을 겪은 회사가 흔치 않다는 거죠. 말로만 듣던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깨닫는 중입니다."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이 대표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후배들과 경험을 공유하는데 관심이 많다. 그가 가는 길은 직선이라기보다는 원에 가깝다. 사업을 기획하고, 선보이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한다. 그래서 창업 당시 초심도 길 뒤쪽으로 사라지지 않고 늘 함께한다.


그렇다면 그가 그리는 10년 후 선데이토즈의 모습은 어떨까?


 애니팡 같은 선데이토즈를 향하여!


애니팡 같은 선데이토즈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애니팡은 산업 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사회적으로 잊고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잖아요. 이 게임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래픽전문가용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거듭난 픽사처럼, 선데이토즈도 고유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얘기다.


이미 고유의 기업문화가 자리를 잡은 선데이토즈이기에, 게임업계에서 그만의 고유한 영역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선데이토즈가 올해에는 또 어떤 신선한 게임으로 애니팡을 뒤이은 대박을 터뜨릴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