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 무엇이든 최고로 잘하면 붙여주는 수식이다. 여기 펀드 판매의 왕이 있다. 펀드 판매 200억원을 기록한 은행원 박성훈 농협은행 PB팀장이다. 고객보다 더 자주 고객의 펀드를 들여다본다는 그. 이번에는 그를 들여다볼 차례다.
펀드 판매만 200억원을 기록한 은행원이 탄생했다. NH농협은행 박성훈 PB팀장이다. 2015년 농협은행 ‘펀드명인 1억 클럽’의 첫 번째 주자다. 고객의 자금을 꾸준히 관리하고 목표 수익률을 지켜 고객과 신뢰를 쌓았던 것이 그 비결로 꼽힌다.
지난 6월 18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광화문 빌딩 10층에 있는 광화문NH금융플러스센터를 찾았다. ‘펀드명인’ 박성훈(44) 팀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의 첫마디는 “펀드를 많이 판매하려고 한 적은 없다. 고객과 약속한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감이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펀드 판매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어느 정도냐”고.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성과급은 없다고 했다.
성과급도 없는데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고 되물었다. “다른 금융사 선배가 옛날에는 농협 다닌다고 하면 쌀집 다닌다고 했다는 거에요. 전문가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라고 한다. 성과급을 받을 때는 좋지만 성과가 나쁠 때는 얼마나 괴로운지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성과급 제도는 회사는 좋겠지만 고객에게 꼭 좋을 수는 없다고 했다. 입사 20년 차, 박 팀장은 농협 조직에 대한 애사심이 남달랐다. 그의 본격적인 판매 비결을 들어보았다.
▤고객을 향한 지극한 관심
“제가 고객보다 고객의 펀드를 더 자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고객님은 체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가 고객에게 늘 하는 말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아침 9시 30분 정도에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이 여럿이다. “아 고객님 수익률이 좋지 않은 그 펀드 때문에 전화하신 거죠?”라고 답변하면 “제 펀드를 보고 계셨군요”라고 깜짝 놀란다. 그는 고객의 펀드를 꾸준히 관리하고, 변동 상황이 생겼을 때 먼저 전화하거나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하여 의견을 나눈다. 특히 펀드 수익률이 나쁠 때는 더 열심히 고객과 투자정보를 공유한다. 고객에 대한 관심, 꾸준한 관리가 신뢰를 쌓는 비결인 셈이다.
그의 고객은 금융자산 3억에서 5억 정도를 투자금으로 맡긴다.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은 대개 3~5%, 가끔 10%를 제시하는 고객도 있다. 관리하는 고객은 200여명. 박 팀장은 2010년 대구 PB센터, 강남 PB센터, WM 사업부 PB마케팅팀을 거쳐 작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광화문NH금융플러스센터는 국내 최초의 은행 복합 점포로 올해 1월 1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그는 농협은행에서 7번째로 펀드를 많이 판매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은 물론 펀드·증권·파생상품투자 상담사 자격증과 외환전문역 생명보험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좋아하는 분야라 자격증도 재미있게 취득했다.
박 팀장은 고객과 이렇게 약속한다. ‘고객의 자금이 손실이 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려면 한 가지 펀드에만 가입하지 않고 여러 개의 펀드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모든 펀드에서 수익률을 낼 수 없지만 한 두 개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도 다른 펀드에서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고객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투자금 회수 시기, 그리고 고객의 목표 수익률을 점검한다.
그는 보통 5개의 펀드를 추천한다. 그렇다 보니 그가 특별히 집중해 판매한 펀드는 없다. 주가연계증권(ELS)펀드가 50%를 차지하고 그 외에는 골고루 투자했다. 그가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은 이렇다. 채권형 등 유동성이 높은 상품을 기본으로,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의 중위험 중수익 펀드를 배치하고 나머지는 해외펀드 등 고위험 고수익 펀드를 골고루 담는다.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유동성이 높은 자금이 많은 고객에게는 3개월 이후에 환매 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펀드를 추천하는 식이다.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
그는 어떻게 펀드 베테랑이 되었을까? 그는 농협에 입사할 때부터 투자상품 관련 업무가 하고 싶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공부했다. 지금은 시장 관련 리포트를 자주 보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개별 상품의 제안서와 투자 설명서를 꼼꼼하게 챙긴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새벽 3시에 해외 시장을 체크할 정도로 그는 온통 펀드 생각 뿐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고객이 그를 믿어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만 해도 고객들은 반신반의했다. 초창기에는 고객이 부르면 저녁이든 주말이든 달려가 투자 정보를 공유했다. 시장이 좋지 않았던 지난 연말에는 매일같이 항의 전화하는 고객에게 조목조목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방향을 찾아나갔다.
그는 고객과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고객에게는 배울 것이 있고,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고객과 자주 이야기하다 보면 투자 방향이 점점 비슷해진다. 이후 투자 결정은 수월해진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깐깐한 고객조차 충성 고객으로 바뀌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고객이 있었다. 2007년도 중국 펀드로 큰 손실을 경험했기에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은 고객이었는데 어느 날 부인의 투자금까지 맡겨왔다. 부인은 “우리 남편이 누구도 믿지 않는 사람인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신임을 얻은 것이냐”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부인은 며칠 뒤,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약속했던 수익률을 지키자 평생 은행 예금만 고집했던 고객이 자금을 의뢰하는가 하면, -40% 정도로 깨진 포트폴리오를 들고 와 재조정(리밸런싱)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박 팀장은 상반기에 헬스 관련 공모주에서 50%, 중국 펀드에서 45% 수익률을 고객에게 안겨줬다. 중국 펀드에 투자할 때는 목표 수익률이 10%였다. 예상외로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긋자 15% 수익을 실현하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15%를 추가로 실현했다. 그리고 세 번째 들어갔다 나왔다. 총 45% 수익을 실현한 지금 중국 펀드는 조정을 받고 있다. 박 팀장도 중국 시장이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그는 고객과 약속한 10% 수익을 지키며 투자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박 팀장이 출근하자마자 챙기는 것은 고객의 수익률이다. 특별한 변동 상황이 발생한 고객에게 전화를 건다. “마침 지금 전화하려 했다”고 말하는 고객에게 “고객님과 제가 통한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박 팀장은 통하는 고객이 늘고, 투자 방향이 일치하는 고객이 많아질 때 이 일이 천직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