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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일본 주식형 펀드' 접근법

스팍스자산운용은 지난 4월 스팍스본재팬펀드를 출시했다. 국내 출시된 일본 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같은 운용그룹 계열의 일본 토종 운용사가 위탁 운용할 예정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배정현 스팍스운용 전무에게 일분 투자 접근법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일본 증시가 12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 약세와 내년 상반기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스팍스본재팬펀드가 눈길을 끈다. 저평가된 일본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자산 100억원 이상의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최근 6개월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스팍스본재팬펀드(환헤지형, Class F기준)의 6개월 수익률은 7.82%.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유형 평균 -15.3%와 일본 주식형 유형 평균 -3%를 크게 웃돈다.


1989년 설립된 일본 대표 독립운용사 스팍스자산운용은 일본의 긴 저성장 기간에도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철저한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유망 중소기업을 찾아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국내에는 2005년 코스모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진출했다. 주로 기관투자자 자본을 운용하다가 올해 초 사명을 스팍스자산운용코리아(이하 스팍스운용)로 바꿔 공식 출범했다. 이후 취약했던 소매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 아래 주식형 공모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배정현 스팍스운용 전무는 “재미 없는 투자처로 여겨지던 일본이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저평가된 일본 중소형주 투자를 통해서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 스팍스운용에 합류한 배 전무는 장재하 스팍스운용 대표와 3년간 국민연금에서 함께 근무했다. 동부증권·SK증권을 거쳐 지난해까지 리딩투자자문 리서치 센터장으로 일본 증시를 집중 분석했다.



스팍스자산운용 배정현 전무


Q.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 진행된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주로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쳤다는 평가다. 세 개의 화살 중 두 번째 화살까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정책효과의 속도나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지만, 생각보다 소비가 좋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추가 재정정책이나 법인세 인하로 인한 임금 인상, 기업 의결권 행사권 보완에 따른 투자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Q. 투자심리를 자극할 정도의 경기 회복인가.


“일본은 20년 이상 저성장 터널을 지나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 나라다. 소비와 부동산 매매, 주식 투자도 뒤로 미뤄왔다. 그런데 이제 아베노믹스가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에서는 먼저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일본 증시도 투자심리 회복에 따라 고점에 오르는 순간이 올 것이다. 다만, 시점이 그리 가깝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이 있는 2020년까지는 지켜보는 게 좋다. 이때가 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따른 장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Q.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둔화가 변수가 될 가능성은.


“일본은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의 수혜국이라 볼 수도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 여파가 잦아들 때쯤 글로벌 증시의 회복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이 경착륙할 경우에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겠지만, 이 때도 미국과 일본의 하락폭은 비교적 적을 것이다. 중국경제가 연착륙했을 때도 신흥국 위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 일본에게 중국은 마진이 작은 나라다.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큰 부담은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


Q. 현재 일본 현지에서 주목 받는 업종은?


“인구구조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경기가 돌아서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업종에 관심이 많다.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도심에서 멀지 않은 교외에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철도 관련 회사도 비슷한 의미에서 주목을 받는다. 한국과 달리 바이오·헬스케어 등에는 그리 집중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테마에 의존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충분히 겪어서다. 대신 세부적으로 들어가 의료장비 업종 중 기술력이 확실한 종목 등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Q. 일본 투자의 접근법은.


“향후 직접투자 시장도 열리고, 비과세 이슈도 있어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여러 지역 중 일본은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저평가된 우량 중소형주가 많기 때문에 가치투자 형식으로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에는 대략 3700개의 기업이 상장돼있는 만큼 일본에 대한 이해와 기업 정보를 충분히 쌓아야 한다.”


Q. 한국 경제의 일본화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본 증시를 통해 참고할 만한 것이 있다면.


“한국의 일본화는 몇 해 전부터 예견된 현상이다. 세부적으로 봤을 땐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지만, 핵심인 인구구조 때문에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저성장 20년 과정에서 몇몇 성공 기업을 배출했다. 이런 업종은 실적도 좋아졌지만 그걸 상회할 만큼 주가 프리미엄도 붙었다. 그러나 사례가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무작정 국내에 적용시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의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Q. 어떤 업종에 프리미엄이 붙었나.


“일본이 저성장을 극복하려던 전략 중 하나가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수출이다. 이에 따라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증시에서도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의외로 내수만으로 성공한 기업의 수익률이 좋았다. 대표적으로 편의점이나, 지방 유통 업체,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다. 또 부동산 개발이나 주택관리 업종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


Q. 펀드 출시 계획은.


“아시아 선진국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를 계획 중이다. 배당주 펀드는 아니지만, 포트폴리오상에서 은퇴자에게 분배금을 줄 수 있는 펀드다. 일본에서도 자국 증시가 침체를 겪는 와중에도 해외 투자 전략이나 인컴펀드는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일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저성장 속에서도 활기를 찾고 있는 분야인 부동산 개발이나 주택관리 쪽으로 기민한 투자자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