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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세계는 '로봇 전쟁' 中 한국은?

세계가 ‘로봇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무궁한 잠재력 때문이다. 산업·의료용부터 자동차·드론을 포함한 많은 영역에서 로봇 기술이 필수가 되고 있다. '로봇 전쟁' 속 한국의 현재 상태는 어떨까?


로봇 기술이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거대한 파급력 때문에 정보기술(IT)에 이어 새로운 ‘산업 빅뱅’ 도화선이 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현재 제조업 공장에서 로봇 활용도는 10% 남짓이다. 2025년엔 25%까지 뛸 전망이다.


세계 시장 규모만 2009년 8조1000억원에서 2014년 20조원으로 연간 20%씩 성장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로봇 시장이 2020년 429억 달러(약 51조4600억원)에서 2025년 669억달러(약 80조2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혼다 뿐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구글·아마존이 앞다퉈 경쟁에 나선 이유다.


로봇시장



▒ 파급력 막대한 대표적 융합산업 


한국도 아시모 같은 ‘신흥 유망 산업’이 절실하다. 한국 경제를 떠받쳤던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 제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어 한계에 직면했다. 소득 3만 달러의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 나려면 ‘혁신 산업’을 찾아 경쟁력을 키우고 외형을 넓히는 게 시급하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1990년대 이후 ‘G7 프로젝트→차세대 성장 동력→신성장 동력→산업 엔진 프로젝트’ 등을 내걸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연 7%에 달하던 ‘잠재 성장률’이 최근 3%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30년엔 1%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성장 저하와 소비 부진’ 속에서 기존 산업만으론 파이를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한국 정부는 2004년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했다. 2008년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성과가 더디다. ‘범정부 차원’의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옛 정보통신부 등 단일 부처 주도로 로봇산업을 지원한다. 국가 수반이 정책을 주도하는 경쟁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로봇 산업 육성


▒ 부처간 장벽 높아... 범정부적 접근 절실


백봉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은 “의료용 수술·간병 로봇을 개발하려면 보건복지부, 농사 로봇을 만들려면 농식품부, 드론을 내놓으려면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해야 하는데 부처간 장벽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산업은 대표적 ‘융합 산업’이라 범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관심 부족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로봇 회사의 93%가 중소기업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아 막대한 자금과 함께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비교된다.


청소 로봇 ‘아이클레보’를 개발한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아직 로봇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대기업이 투자에 참여하면 ‘로봇 생태계’를 훨씬 빨리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은 다양한 선행 산업 기술을 따라가는 후행 산업이라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차별화하기 어렵다.


로봇 부품



▒ 해외는 지금 '로봇 전쟁' 중


해외에선 다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 축사에서 “로봇을 중국 과학기술 혁신의 중점 영역에 두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다짐은 허언이 아니다. 중국은 2014년 말 칭다오(靑島)의 가오신 구를 ‘로봇자동화 생산기지’로 지정해 총 115억 위안(약 2조6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 5월엔 ‘10대 핵심 산업’의 하나로 로봇을 꼽는 등 숨가쁘게 질주하고 있다. 성과는 수치로 실현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전문 인력 배출과 함께 해마다 10~30%씩 로봇산업 성장을 일궈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중국 시장이 2013년 일본을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도 대통령·총리 직속으로 조직을 두고 로봇산업을 지속적으로 챙기는 등 범정부적 드라이브를 건다. 그 결과 일본은 휴머노이드, 미국은 군사용, 독일은 산업용, 스웨덴은 의료용 로봇 등에서 특화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군사용에서, 일본은 휴머노이드에서 강세를 보이며 '아톰'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와중, 한국에서는 여전히 "돈 되나요?"라는 물음부터 나온다. 로봇 산업 육성 없이는 한국의 발전도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