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변동에 투자자들이 울고 웃는다. 당분간 극단적인 자금 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망된다. 2월 중순 이후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이다. 현재 주식시장이 어떤 흐름으로 변화하게 될 지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진단해봤다.
국내외 자금 흐름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한 쪽은 지나치게 안정성에 치우쳐 있고, 다른 쪽은 오직 수익만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양 끝단의 자금 흐름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건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다.
먼저 안정지향적인 흐름부터 살펴보자. 일본의 국채 금리가 -0.05%를 기록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시작된 마이너스 금리가 마침내 국채로까지 번진 것이다. 스웨덴에서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할 때만 해도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낮은 금리가 은행 기능을 마비시킬거라 우려한 반면,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책 강도를 높이는 게 금리의 기능을 빨리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는 마이너스 금리가 중앙은행과 일반은행 간 거래에 국한됐기 때문에 우려했던 부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대상이 많아지고, 마이너스 폭도 커지고 있다. 일본 국채는 전체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 적용대상이 될 정도가 됐다.
▒ 국채로까진 번진 마이너스 금리
사람들은 오랜 금융관행을 가지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적더라도 이자를 받아왔고, 지금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다.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때만 해도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그런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정부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도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일정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는 감수할거라 보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예금을 하는 것만으로 돈이 줄어드는 걸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저축을 하지 않으려 할거고, 은행은 자금 이탈에 따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금리정책은 금리가 마이너스냐 아니냐 여부보다도 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들 정도로 정책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점이 문제다.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주식시장이나 저신용등급 채권처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투기적인 자금 흐름을 살펴 보자. 올해 원·달러 환율은 1172원으로 시작했다. 3월 중순 현재 1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절하 폭이 2.3%에 육박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더하다. 972원에서 시작해 1100원을 넘어 한때 절하 폭이 1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흥국 중 통화가 두드러지게 약세를 보일 나라로 브라질과 러시아를 꼽았었다. 브라질은 2년째 마이너스 성장과 10% 넘는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고, 러시아도 유가 하락에 따른 악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두 나라의 통화가 5.6%와 1.2% 절상됐다.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이 또 있다. 멕시코 페소화가 연초 이후 2.8% 절하됐다. 그나마 2월 중순부터 상황이 나아져서 이 정도지, 한참 때에는 달러당 19페소를 넘어 절하율이 11%에 달했다.
▒ 신흥국 통화의 절하 진행
작년에 신흥국 통화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절하가 진행됐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노출됐던 러시아, 경기 둔화와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던 브라질과 터키가 대표적이다. 남아공도 비슷한 처지였다. 올해는 반대로 작년까지 환율이 안정적이었던 나라를 중심으로 절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작년에 통화가 절하됐던 신흥국의 경우 손실폭이 너무 커 더 이상 외국인이 보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투기적인 수요가 작용했다. 하락이 큰 만큼 반등도 빠를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주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초 이후 브라질 주가가 13%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도 6% 넘게 상승했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은 2~5%씩 하락했다. 이런 흐름은 신흥시장 사이에도 적용되는데 중국 시장이 20%, 인도 시장도 5% 넘게 내려왔다. 모두 위험이 크더라도 작년에 가격이 크게 하락해 더 이상 낮아지기 힘든 나라를 중심으로 통화와 주식을 사들이는 투기적인 매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종목을 중심으로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 이후 건설·조선·철강주가 크게 올랐다. 각각의 대표 기업들이 저점 대비 40% 가까이 상승할 정도다. 이와 달리 작년에 크게 오른 화장품과 제약주는 2선에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코스맥스의 경우 2월에만 38% 하락했고, 코스온은 작년 7월 고점 이후 7개월 만에 62%나 떨어졌다.
▒ 더 떨어질 곳 없는 건설·조선·철강 상승 기대
건설·조선·철강은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업종이다. 지금도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철강은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작년 4분기에 전체 상장회사가 이익 둔화에 노출됐고, 조선은 몇 년째 수 조원에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 역시 올해 부동산 가격이 좋지 않아 업황이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올 들어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해당 업종들이 대표적인 경기 관련 부문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들은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에 주가 차이가 컸는데, 지금은 업황이 최악인 만큼 주가가 더 떨어지기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주가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기업의 자산과 주가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철강은 0.4배, 조선은 0.6배 수준이다. 건설은 전체 시장과 비슷한 0.9배 정도다. 철강이나 조선 업종은 부도가 나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게 지금 주식을 파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 이익이 개선될 거란 기대도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거래소 기업의 영업이익이 18조 정도 늘어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조선과 건설업의 이익 증가분이 10조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작년까지 적자가 너무 커 올해 적자만 내지 않아도 작년보다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맥을 짚어보았다. 아무래도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건설, 조선, 철강의 상승을 기대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투기적 매매를 선뜻 진행할 지에 대한 것은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