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수준을 떠나 공포 수준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하지만 미세먼지로 웃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돈도 벌고 말이다.
생활가전기업 코웨이의 지난 4월 공기청정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40% 늘었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충남 공주에 있는 코웨이 유구공장 내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은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광주 삼성전자 공기청정기 생산라인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공기청정기 수요가 급증해서다.
가전제품 판매사의 공기청정기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5월 1일부터 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0% 늘었다. 전자랜드의 공기청정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어버이날 인기 선물은 안마의자나 김치냉장고였지만 올해는 공기청정기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능성을 고려해 20만~30만원짜리보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140만 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2년 전에는 연간 약 50만 대가 팔렸다.
공기청정기와 더불어 마스크 판매도 늘고 있다.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월 7일까지 마스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급증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0㎍/㎥ 이상)’ 이었던 5월 6~7일에는 마스크 매출이 1년 전의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마스크 외 티슈(23%), 손 세정제(21%), 구강 용품(15%) 등 다른 위생용품 매출도 일제히 늘었다. 최유정 BGF리테일 생활용품 팀 MD(상품기획자)는 “황사나 미세먼지는 매년 2~4월에 집중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여파로 수혜 업종도 생겨났다. 바로 화훼 업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공기정화 기능이 있다고 알려진 관엽수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4월 고무나무 거래량은 3만1484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354분)보다 15% 증가했다. 공기정화식물로 알려진 아이비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236분에서 올해 18만9226분으로 약 16.7% 늘었다.
뷰티업계도 미세먼지를 말끔히 지워준다는 클렌징 제품을 쏟아내며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오염방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마케리마케 안티더스트 클레이 폼 클렌저’와 ‘안티더스트 버블 클렌징 마스크’를 내놨다. 대나무 숯과 제주 화산 용암 성분을 함유해 초미세먼지를 96.8% 제거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지워준다는 ‘시티케어 마린워터 트랜스 팩투폼’을 출시했다. 미세먼지 관련 제품 소비가 늘면서 관련주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코웨이 주가는 5월 1일부터 10일까지 5% 올랐다. 자동차·산업용 공기청정기용 필터를 생산하는 크린앤사이언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52% 상승했다. 5월 10일 종가 기준으로 1만3350원이다. 미세먼지용 마스크 제조업체인 케이엠·오공 주가는 각각 8%, 5% 올랐다.
미세먼지 관련주의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실적과 관계없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관련주라고 해놓고 관련 사업비중이 작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회사의 사업보고서나 실적 등을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