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명세서를 보면 쥐꼬리만 한 봉급 중에 떼어가는 것도 참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이 소득세다. 소득세는 말 그대로 여러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에 대해 걷는 세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구호를 생각해보라. 직장에서 일해 월급을 받거나 부모로부터 부동산을 물려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얻는 이익의 일부를 국가에서 떼어 가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소득세는 개인과 법인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 세법을 비롯해 대체로 소득세라고 하면 개인의 소득에 대해 징수하는 걸 의미한다. 현대적인 의미의 소득세를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다. 1799년에 나폴레옹 전쟁의 전비를 조달하기 위해 처음 걷었다. 한국에서는 1949년 7월에 소득세법이 처음 제정됐다. 현재의 소득세 체계는 1974년에 완성됐다.
소득세 > 종합소득세 > 양도소득세
소득세는 여러 세목 중 가장 많이 걷히는 세금이다. 지난해 소득세수는 70조1000억원이다. 전체 세수(233조3000억원)의 30%가 소득세에서 나왔다. 지난 2013년부터 소득세수가 법인 세수를 넘었고, 2015년에는 부가가치세보다도 더 걷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걸까? 한국 세법은 8가지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퇴직·양도 소득이다. 이중 퇴직·양도 소득을 제외한 6가지 소득을 모두 합산한 걸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율은 올라가는 구조다.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에 따라 6구간으로 나뉜다. 과세표준이 가장 적은 구간(1200만원 이하)에는 6%의 소득세율이 매겨진다. 반면 5억원을 초과하면 세율이 40%에 이른다.
복잡하지만 소득세는 크게 세 항목에서 대부분 걷힌다. 월급쟁이에게 매기는 ‘근로소득세’와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 그리고 자산가들이 주로 내는 ‘양도소득세’다.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32조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45.7%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종합소득세(15조원)·양도소득세(13조7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 세 항목에서 걷히는 세금의 비중은 전체 소득세의 86.6%에 이른다.
근로소득세는 월급 명세서에서 보듯 근로자가 손쓸 틈도 없이 저절로 떼가는 세금이다. 이를 ‘원천징수’ 라고 하는데 월급쟁이를 ‘유리지갑’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 매월 ‘간이 세액표’에 따라 종업원의 세금을 일단 뗀다. 이후 연말에 더 낸 세금은 돌려받고, 덜 낸 세금은 추가로 내는 정산을 하게 된다. 이게 연말정산이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간다. 예컨대 종업원은 출퇴근 교통비, 교육비 등을 쓴다. 세금을 매길 때는 소득에서 이런 비용을 빼 줘야 한다. 이 작업이 연말 정산이다.
근로자와 달리 원천징수되지 않는 자영업자들은 사업소득 등을 모두 합산한 종합 소득을 매년 5월 국세청에 신고·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 ‘근로소득세=직장인’, ‘종합소득세=자영업자’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종합소득세는 15조원이 걷혔다. 소득세 중 근로소득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걷혔다. 세원이 낱낱이 드러나는 직장인과 달리 종합소득세의 경우 고의적 탈세의 여지가 있어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 세부담 형평성 논란은 지속돼왔다.
월급쟁이이면서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월급 이외에 금융상품을 잘 굴린 경우 등이다. 예컨대 한 직장인의 금융소득(이자+배당금)이 연간 2000만원을 넘었다면 근로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돼 금융소득에 한해서만 별도의 세금(대체로 15.4%)을 물면 되지만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2000만원 초과분은 근로소득·사업소득 등과 합쳐져 소득세 누진세율(6~40%)을 적용받게 된다. 강연료나 일회성 원고료와 같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항목의 소득이 연간 300만원을 넘을 경우 역시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부자들을 겨냥한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른 소득과 따로 분류돼 세금이 매겨진다. 양도소득세는 토지·건물과 같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다른 사람에게 팔고 얻은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부동산 투기나 주식 시세차익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으려는 목적이 있다.
보유기간 1년 미만 집을 팔 때 양도세율은 40%다. 1년 이상인 경우 건물 종류 등에 따라 6~40%가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이면서 9억원 이하의 주택을 양도하는 등의 경우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사를 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집을 두 채 보유한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는 투기의 목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대상도 대자산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종목별로 지분 1% 이상 또는 25억원 이상을 보유했거나, 코스닥 시장에서 지분 2% 또는 20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들이 과세 대상으로, 10~30%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일반 소액주주들의 거래에는 양도소득세 없이 0.3~0.5%의 증권 거래세(농특세 포함)만 부과된다.
세제개편안,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초점
최근 한국의 소득세 체계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규모다. 2015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납세 대상은 모두 1733만 명이다. 그런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 명(46.8%)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에서 2014년 48.1%까지 급증했다. 2015년엔 다소 낮아졌지만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일본의 면세자 비율은 15.4%에 불과하다.
이는‘소득 있으면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있다면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원칙에도 맞고 근로자들에게 ‘납세의 의무’를 다한다는 자긍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자를 줄인다는 건 결국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세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귀결된다. 반발이 일 수 있다. 이를 우려해 정부도 근로소득세 면세자 조정 문제를 장기 과제로 돌렸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정부는 근로소득세 면세 축소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3일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에 중점을 두겠다”라며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당장 소득세 명목 세율은 올리지는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