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위에서 유독 '한 가지에 특화 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전문 분야로 모여 놀라운 시너지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좋은 빵이란?'이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오로지 '식빵'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요즘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 자영업에도 영향을 미쳤고, 골목 곳곳에 식빵 전문점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항하는 그들의 전략은 오로지 하나 '갓 구운 식빵'이다.
상가 분양이 속속 이뤄지며 창업이 봇물을 이루는 위례신도시 내 상점거리에는 새로 생긴 빵집만 5~6곳이다. 1km 남짓한 거리에는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두 곳이 자리잡았지만 200~300m를 걸을 때마다 새로운 빵집이 눈에 띈다. 이 거리에 들어선 ‘한나식빵’ ‘또아식빵’ ‘식빵이야기’ ‘블럭제빵소’ ‘빵사부식빵공장’ 등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식빵 전문점이라는 것이다. 이사온 지 1년째인 이지민(35)씨는 “두 세달 사이에 오픈한 빵집이 많아졌다”며 “처음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값이 싸고 종류가 다양한 식빵 전문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식빵 전문점 창업 열풍은 신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초부터 생긴 식빵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10여개에 달한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는 수십여 가지의 빵을 파는 데 반해 이들 브랜드에서는 오직 식빵만 판다. 매장마다 ‘빵 나오는 시간’을 사전에 공지해 때에 맞춰 ‘갓 나온 식빵’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는 것도 예사다. 앞서 2017년 한 해 창업붐이 일었던 대만카스테라나 핫도그 전문점과 비슷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는 모습을 보고 가맹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루 평균 30~40건의 문의 전화를 받고, 가맹점 계약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식빵만 다루는 카테고리 전략으로 승부수
창업비용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절반 이하 수준
창업자 입장에서도 식빵 전문점은 도전하기 어렵지 않은 업종이다. 포장(take-out) 판매 중심인 식빵 전문점 특성상 10평 내외의 소규모 점포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1인 가구와 젊은층 비율이 높은 주거지 내 출점시 1억원대 초반에 창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식빵 전문점 관계자는 “냉장고와 오븐·발효기·믹서기 등 각종 장비와 인테리어비, 가맹비 등을 합쳐도 7000만~8000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상권에 따라 보증금과 권리금 등 점포 비용에 차이는 있겠지만 1억원대 창업이 가능한 점은 메리트”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창업에 드는 비용이 2억~3억원대에 달하는 것에 비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전문점은 “본사에서 2~3주만 교육 받으면 초보자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빵 전문점이 밝히는 식자재 원가율은 40% 수준이다. 여기에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제하면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25% 정도다. 월 매출 1200만원을 올리면 점주가 3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창업이다 보니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점주가 직접 구워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별도로 제빵사를 고용할 경우엔 일매출을 100만원 이상 올려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전 외식 창업 아이템처럼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6년 1L 커피, 과일주스, 대만카스테라, 핫도그 전문점 등이 유행을 타고 프랜차이즈 창업이 봇물을 이뤘지만 2017년 들어서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확실히 한 골목에 서로 다른 식빵 전문점이 모여있는 모습은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유행'한다고 우르르 몰려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좋은 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오로지 '식빵'하나 만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들의 '갓 구운 식빵'이 오래토록 우리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갓 구운 식빵은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