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해양환경 보존단체 ‘시 셰퍼드’(Sea Shepherd)가 일본 포경선이 잔혹하게 고래를 잡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일본의 고래잡이 문화가 또다시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영상에는 포경선에서 폭약 작살이 발사돼 고래를 맞추고, 살점이 찢긴 고래가 피를 흘리며 포경선 위로 끌어 올려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 포획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구 목적의 제한적 포경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부딪힌다.
▎ 더 나은 세상 / 피터 싱어 지음 /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1만8000원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이자 동물해방론자로 유명한 피터 싱어(Peter Singer) 교수는 [더 나은 세상(Ethics in the Real World)]에서 일본의 주장에 맞설 수 있는 반론을 제시한다. ‘고래잡이도 문화인가’라는 챕터에서 그는 고통을 느끼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특정 문화의 가치를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은 세계 각국에서 묵인하고 자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도살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동물들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피터 싱어는 이 책에서 인간과 동물 관계의 윤리 문제 외에도 삶과 죽음의 본질, 인류의 미래 등 사회 전반의 중대한 쟁점을 가진 사안들에 대해 83가지 질문을 던진다. ‘고통은 신이 준 것인가’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근친상간을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가’ ‘기후변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우리의 삶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부족했던 문제들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