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올렸다. 연준은 3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월에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이 처음 주재한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금리 인상은 전임 재닛 옐런 의장 체제였던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2015년 12월 제로금리를 끝낸 이후로는 6번째 금리인상이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금리 상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0%)를 웃돌게 됐다. 한·미 정책금리 수준이 뒤바뀐 것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10년 7개월 만에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져
그동안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95%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에 쏠렸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2월 초 고용지표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면서 연 4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통화정책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점도표란 FOMC 위원 개개인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분포도로 정리한 일종의 설문조사다.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 기준)는 기존의 2.1%를 유지했다. 연간 3차례 인상에 나서겠다는 기존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외견상으로는 ‘3년 간 매년 3차례씩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전임 재닛 옐런 체제의 기조를 고수한 셈이지만, 내부적으로는 4차례 인상론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15명 가운데 8명이 ‘3차례 인상론’을 피력하면서 주도권을 지켰지만 ‘4차례 인상론’도 7명에 달했다.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늘렸다는 뜻이다. 2020년에는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7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0.25%포인트씩 인상을 가정하면, 미국 기준금리는 3.25~3.50%로 지금보다 1.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연준이 이렇게 매파적 기조를 강화한 것은 실물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른바 ‘골디락스 시나리오’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가 너무 과열되지도 않고 냉각되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점진적인 긴축 기조에 변화를 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실물경기의 탄탄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치인 4.1%로 떨어졌고, 소비와 투자 지표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주택가격도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도 실물경기의 열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근거다.
파월 의장은 2월 말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치에서도 낙관론이 묻어났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5%에서 2.7%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전망치는 2.1%에서 2.4%로 0.3%포인트 높였다. 현재 4.1% 수준인 실업률은 3.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