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자 편집한 CART세포( 파란색)가 암세포(붉은색)를 공격하고 있다. / 사진: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 제공
흔히 암은 현대사회의 식생활이 만들어낸 질병이라고 한다. 사실이 아니다. 암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약 170만 년 전에 살았던 고인류의 화석에서 악성종양의 흔적이 발견됐다. 가장 오래된 암 관련 기록만 따져도 기원전 2600년께 이집트의 건축가이자 의사였던 임호테프가 남긴 파피루스 문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질기게도 인류를 괴롭혀온 암에 우리는 속수무책이었다. 다양한 원인으로 전신에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암은 실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악성종양에 처음 이름을 붙인 것은 기원전 400년께 활동한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지만 그 정체가 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1838년의 일이다. 방사선치료, 화학치료 등 기본적인 항암 치료도 20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대중화됐다.
흔히 항암 치료라 하면 방사선치료와 화학치료가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류가 가장 먼저 시도한 치료법은 면역치료다. 기원전 1550년께 작성된 고대 이집트 최대의 의학 문서 에베르스 파피루스엔 종양이 발견되면 해당 부위를 절개하고 더러운 수건으로 문질러 감염을 유발하라는 치료법이 적혀 있다. 일부러 감염을 유발해 면역 반응을 촉진하고 면역세포가 종양을 공격하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의 면역력을 이용한 치료를 면역 치료라고 한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면역치료법이 학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첨단 과학을 이용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문의 선두 주자는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s)다. 90의 고령에 생존율이 30% 미만인 흑색종 말기를 앓던 지미 카터(93) 전 미국 대통령을 3개월 만에 살려낸 것으로 유명한 미국 머크 제약의 키트루다(Keytruda)가 대표적이다. 키트루다 등 주요 면역관문 억제제는 2014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각국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면역세포 무장시켜 암 격퇴
면역관문억제제란 이름 그대로 면역세포에 있는 관문(checkpoint)을 억제하는 항체를 말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엔 관문이라 불리는 일종의 스위치가 있는데, 어떤 관문은 면역세포의 작용을 촉진하는 반면 또 다른 관문은 작용을 저지한다. 우리 몸의 면역조절 세포는 필요에 따라 이 관문을 작동시켜 면역세포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
문제는 암세포도 이 관문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가 달라붙으면 암세포는 재빨리 T세포의 작용을 약화하는 관문을 작동시킨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바로 암세포와 관문의 이 같은 접촉을 차단하는 물질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강력한 방어무기를 쥐여주는 셈이다. 관문을 작동시키지 못한 암세포들은 T세포에 더 취약해진다.
2011년 첫 제품이 출시된 면역관문억제제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치료법으로 꼽힌다. 새로운 면역관문이 발견되고 있고, 각 관문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러 관문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투여가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계에선 효능이 뛰어나면서 부작용은 적은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PMR은 세계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2017년 30억 달러에서 2026년 300억 달러로 10배가량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역세포를 강화하는 방법은 관문억제제 말고도 있다.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CAR-T 요법이다. 환자의 몸에서 꺼낸 T세포에 암세포를 탐지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유전자를 넣어 CAR-T 세포로 재조합하고 배양시켜 수를 증가시킨 뒤 몸에 주입한다. 지난해 8월 FDA는 세계 최초로 CAR-T 치료제를 승인했다.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Kymriah)’다.
유전자가 변형돼 투입된 T세포는 기존 T세포가 포착하지 못했던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추적해 파괴하기 때문에 ‘암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와 달리 환자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지 않고, 한 번 주입된 T세포가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FDA의 스콧 고틀립 국장은 킴리아 승인 당시 “우리는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암을 공격하는 이 기술로 의료 혁신의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고 있다”고 밝혔다.
▎1.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받은 T세포(파란색, 붉은색)가 암세포(보라색)를 공격하는 모습. / 2. 뇌종양을 양성자선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포착한 사진. 가운데 분홍색으로 표시된 것이 종양, 노란색과 붉은색은 양성자선이다. / 3. 암 세포(가운데)를 면역세포인 T세포 3개가 에워싸고 있다. / 4. 실험용 쥐의 몸 속에서 포착된 유방암 종양의 모습. 청록색은 종양, 붉은색은 면역 담당인 대식세포, 녹색은 콜라겐 섬유다.
유전자 편집 기술도 동원돼
노바티스가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에 걸린 뒤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았거나 병이 재발한 청소년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이 치료법을 임상시험한 결과 3개월 안에 환자 83%에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12개월 뒤에도 전체 생존율이 80%로 높았다. 기존 치료법으로 완치에 실패한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은 통상 30% 미만이다.
지난해 킴리아에 이어 길리어드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도 FDA 승인을 받는 등 앞으로도 면역 유전자 치료제는 계속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에서만 효과가 확인되고 있지만 여러 업체가 간암, 폐암 같은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CAR-T 치료법은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맞춤’ 제작하는 만큼 효능이 뛰어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킴리아를 이용한 ALL 치료비는 1회 투여당 47만5000달러(5억3460만 원)로 책정됐다. 노바티스 측은 치료 후 한 달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고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적절한 약값을 요구하는 환우회’(Patients for Affordable Drugs) 등 환자 단체는 여전히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를 편집하고 배양해야 하기 때문에 세포 배양 시설이 병원 인근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선 킴리아 등 미국산 CAR-T 치료제를 이용할 수가 없다. 여타 항암제처럼 미국에서 제조하고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선 30여 개 병원이 킴리아를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녹십자랩셀, 바이로메드 등 제약업체가 자체 배양 시설을 이용한 CAR-T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0년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첨단 면역치료법은 암 정복의 실마리까지도 보여준다. 스탠퍼드대 종양학과 연구진이 지난 1월 과학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면역치료제는 지금까지 출시된 그 어떤 치료제보다 암 정복에 가까운 약물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약물 두 가지를 종양에 직접 주입한다. 효과는 강력하다. 이 약물은 종양 내부에 침투했지만 암세포에 의해 무력화됐던 T세포를 자극해 안에서 종양을 파괴하도록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강화된 면역세포는 해당 종양의 암세포가 전이돼 형성된 신체 다른 부분의 종양도 찾아가서 제거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백신은 동물시험에서 한 번의 주사만으로 암에 걸린 쥐 90마리 중 87마리를 완치시켰다. 약물이 주입된 종양은 열흘 만에 사라졌고, 체내의 다른 종양도 20일이 지나지 않아 제거됐다. 3마리 쥐에서 암이 재발했지만 약물을 다시 한 차례 투여하자 재발한 암세포도 모두 없어졌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현재 림프종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이 치료법의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의 면역치료에서는 면역세포에 정확한 타깃을 가르치는 것이 요건이었다. T세포로 하여금 몸속 수많은 세포 가운데 암세포를 정확히 식별하도록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종종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탠퍼드대가 이번에 개발한 치료제는 해당 종양 내의 T세포만 자극하고 암세포가 공유하는 단백질만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정상세포가 공격당할 위험이 적다. T세포에 타깃을 학습시키기 위한 유전자 편집 등 사전 처치가 필요 없고 아주 적은 양의 약물을 국소 투여하면 되기 때문에 시술이 간편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로널드 레비 교수는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이 치료법은 다른 여러 종류의 종양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면역체계가 암세포에 침투해 있는 한 우리가 (이 약물로) 치료하지 못할 종양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레비는 향후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이 약물 주입만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암세포 전이를 차단하고 암 재발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방사선치료도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방사선치료에 이용하던 X선 대신 양성자선, 중입자선 등 입자선을 이용해 종양 부위만 정밀 타격하는 입자 치료(particle therapy) 기술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
방사선치료는 세포의 DNA를 파괴하는 방사선의 성질을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분열 속도가 빠른 암세포는 방사선에 특히 더 취약하지만 정상세포도 방사선에 의해 타격을 받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심한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X선은 종양뿐 아니라 종양에 도달할 때까지 만나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X선 치료는 구토, 설사, 식욕 감퇴, 탈모 등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한 것이 입자 치료다. 입자 치료는 양성자, 중입자 등 원자핵 가속으로 일으킨 방사선을 몸에 쬐는 치료법이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세포를 파괴하는 X선과 달리 에너지 방출 지점을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다. X선은 몸속 깊이 들어갈수록 파괴력이 줄어들지만 입자선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에너지량을 거의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어 암세포 살상력도 더 뛰어나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이용한다.
특히 수소보다 무거운 탄소 원자를 이용하는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선에 비해 암 살상력이 3배 가까이 뛰어나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린다. 약 5분 정도 침상에 누워 중입자선을 쬐는 것으로 치료가 끝난다. 비소세포 폐암 등 일부 암은 1회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이 분야 최고 권위 기관인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가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1회 중입자선 처치를 받은 비소세포 폐암 환자 145명의 5년 생존율은 70.9%였다. 최소 30분 이상 방사선을 쬐야 하고 3~4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안전하다.
최신 기술인 중입자 치료의 혜택을 입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중입자 치료기를 보유한 국가는 일본(5개), 독일(2개), 중국(1개) 등 3개국이다. NIRS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암 환자 9766명이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국내에선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이 양성자 치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중입자 치료기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이르면 2021년 중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미세한 전이암도 남김없이 제거
여러 첨단 기술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암도 있다. 항암 치료 도중 내성을 얻거나 타 기관으로 미세 전이되는 경우다. 중입자선 같은 치료법은 큰 종양 제거에 탁월하지만 신체 각 부분에 미세하게 전이돼 숨어 있는 암세포들을 잡아내기가 어렵다. 전립선암이 내성을 키워 뼈나 림프절 등으로 전이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이 대표적이다. mCRPC는 치료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이 단계에 접어든 환자의 생존 기간은 길어야 2년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핵종 표적치료(TAT)는 최근 수년 새 난치성 종양의 ‘킬러’로 떠오른 새 치료법이다. 붕괴하면서 알파 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에 암세포를 추적하는 항체를 부착해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몸속에 들어간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 달라붙으면 부착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폭발하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를 괴멸시킨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체내에 주입해 암을 공격하는 치료법은 1940년께부터 시작됐지만 최근까지는 베타핵종 동위원소만 치료에 이용됐다. 그러나 알파핵종 동위원소는 배타핵종보다 파괴력이 1000배 이상 강력한데다 유효 치료 범위가 좁아 다른 장기로 전이된 미세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연구진이 미국 핵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mCRPC 환자에 TAT 치료를 적용한 결과 폐, 간 등에 전이된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임일한 원자력병원 핵의학과 과장은 “과거에는 알파핵종 방사성 동위원소의 공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의약품 개발이 어려웠지만 최근엔 원자로, 사이클로트론에서 이 같은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게 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알파핵종 방사성 의약품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암세포에 대한 치료 효과를 크게 높여준다. 치료 효과가 미약했던 기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신규 시장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출시돼 있는 TAT 치료제는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의 조피고(Xofigo)뿐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알파핵종 가운데 의학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는 것은 10여 종으로, 각각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치료제의 출시로 이어질 전망이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 독일 카를스루에의 초우라늄원소연구소 등이 1998년부터 협약을 맺고 TAT그룹을 결성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혈액 타고 헤엄치며 암 잡는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치료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와 중국과학원 국립나노과학기술센터 연구진은 유방암에 걸린 생쥐 혈관에 나노로봇을 투입해 종양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나노로봇으로 암을 치려하려는 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나노로봇을 이용해 종양 치료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노로봇은 약 0.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우리 몸속 세포 크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훨씬 작은 로봇을 말한다. 연구진은 암을 추적하는 DNA 여러 개를 이어붙여 원통형 로봇을 만들고 그 안에 혈액을 응고시키는 단백질 분해효소 트롬빈을 넣었다. 혈관에 주입된 이 나노로봇은 종양까지 이동한 뒤 종양 혈관세포에서만 발견되는 뉴클레올린을 만나면 분해되며 트롬빈을 내보낸다. 이 트롬빈이 종양 인근 혈관을 응고시키면 종양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괴사한다. 이번 실험에서 나노로봇은 투여받은 쥐의 종양 혈관을 48시간 안에 응고시켰으며 쥐의 체내 다른 부위에선 응고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나노로봇을 공개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살모넬라의 편모(꼬리)를 나선형의 프로펠러 모양으로 재조합한 단백질에 자석 입자를 붙여 혈액 속에서 고속(초속 22㎛)으로 이동할 수 있는 나노로봇이다. 외부에서 자기장으로 이 로봇을 조종해 특정 세포를 공격하거나 약물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민준 서던메소디스트대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는 “박테리아 편모를 무기물 추진체로 만든 것은 우리 연구진이 최초”라며 “암세포의 표적 치료에 이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의학뿐 아니라 전자, 광통신 등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던메소디스트대 연구진은 이 나노로봇 기술의 동물실험을 추진 중이다.
ⓒ 이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