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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구글-페북, 국내 망사용료 내야한다?

망사용료를 놓고 통신사 vs 인터넷사업자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산업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것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볼까요?

 

페북과구글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핵심으로 떠오른 건 인터넷 사업자들이 내는 망사용료다. 표면적으로 불거진 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논란이지만, 그 배경에는 콘텐트사업자(CP)와 이동통신사 간 갈등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복잡한 산업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글로벌 기업에 대한 반감에만 편승할 경우 부작용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정치권 “구글·페이스북 규제하겠다”

 

정치권이 해외 인터넷사업자에 대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10월 진행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사업자의 망사용료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와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해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엔 구글과 페이스북을 겨냥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글로벌 콘텐트 기업의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정부 당국도 공개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정보 독점 등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방통위의 규제집행력으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외 인터넷사업자 제재 움직임은 국내 이통사에서 해외 사업자의 망사용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네이버·카카오·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사업자는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전용회선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구글·페이스북 등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수십 배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사용료는 국내 업체보다 적은 수준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국내 역차별’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이 생겼고,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반응한 것이다.

 


‘국내 역차별’ ‘무임승차’ 비판 거세

 

데이터 접속료

 


망사용료는 네이버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망 사업자에 콘텐트를 전송하는 만큼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CP가 내는 일종의 통신요금이다. 가령 인터넷 이용자가 네이버에 접속해 동영상을 보면서 KT의 망에 트래픽이 발생하면 그에 따라 계약한 규모의 돈을 네이버가 KT에 내는 식이다. 다만, 일반 소비자와 달리 CP들의 트래픽은 특정 통신 네트워크가 아닌 상호 연결된 모든 통신망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CP들은 모든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납부한다.

 

국내 통신사는 국내외 인터넷사업자의 망사용료 차이가 해외 인터넷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구글·페이스북 등이 망사용료 협상에서 국내 이용자를 볼모로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반면, 글로벌 인터넷사업자들은 망사용료 격차는 인터넷 사업자의 접속구조 차이로 인한 현상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은 “국내 사업자와 달리 자신들의 서버는 해외에 있고, 이로 인해 ‘캐시 서버’ 등을 활용하면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얼마씩 내느냐의 비교는 인터넷의 접속구조를 무시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본 서버가 해외에 있다. 국내 이용자가 이 서버에 직접 접속하려면 한국과 외국 사이에 놓여 있는 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통신 속도가 느려질 우려가 있고 트래픽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 국내 통신사가 외국 통신사들과 정산해야 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때문에 이용자가 자주 요청하는 데이터는 미리 가져다 두는 캐시서버를 설치한다. 캐시서버를 구축하면 한국과 외국 간 데이터 전송량이 줄고 속도도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CP 입장에서는 통신사 측에 설치된 캐시서버를 통해 비용 부담도 덜 수 있었다.

 


글로벌 CP, 캐시서버로 비용 줄여

 


가령 구글의 경우 2006년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자사 트래픽이 증가하자 각국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그대로 내는 대신 주요 권역에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해저케이블을 직접 구축하는 동시에, 각 국가의 통신망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국내 통신 3사도 2012년 구글 캐시서버를 들여왔다. 당시만 해도 통신사들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캐시서버 설치를 반겼다. 이에 따라 캐시 서버 임대·운영비용과 망사용료를 저렴하게 제공했다. 캐시서버를 설치한 해외 사업자의 망사용료가 적은 이유다.

 

그런데 구글·페이스북 등의 트래픽은 통신사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급증했다. 과거에는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망사용료를 적게 받아도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이제는 발생하는 트래픽에 비해 받는 돈이 너무 적다는 불만이 생긴 것이다. 통신사들은 글로벌 CP들이 여전히 이용자를 볼모로 국내 통신사들에 캐시 서버 구축을 대신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새로운 망사용료 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구글은 사업자 간 계약을 일방적인 요구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통신사와 재협상에 나서면서도 “이슈가 불거지자 통신사들이 터무니 없는 망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2016년 정부가 통신망 상호접속 규정을 변경한 것도 이슈를 증폭시켰다. 당시 정부는 무정산 원칙이던 통신사 간 망사용료를 상호정산 방식으로 바꿨다. 예컨대 한 동영상 데이터가 KT 망을 통한 뒤 LG유플러스 사용자에게 도달한 경우 KT도 LG유플러스에게 트래픽 유발 비용을 내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만 있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2016년 이후 국내 전체 망사용료 규모는 유독 크게 증가했다. 또 전에 없던 비용을 내게 된 통신사들이 CP들에게 부담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통신사와 CP의 분쟁이 커졌다.

 

페이스북, ‘경로변경 사태’ 제재에 행정소송 불사

 

행정소송

 

이런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페이스북 경로 변경 사태다.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KT 통신망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 페이스북 데이터 대부분이 KT를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상호정산 방식이 도입되자 KT가 갑자기 SK브로드밴드(SKB)과 LG유플러스에 막대한 망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페이스북과 KT가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KT에 있는 캐시서버로부터 다른 두 통신사로의 연결이 차단됐다. 공교롭게 이때 SKB와 LG유플러스의 해외로 연결되는 경로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두 통신사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접속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이 벌어진 후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접속경로를 해외로 변경해 SKB와 LG유플러스 망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제한하는 차별행위를 했다고 봤다.

 

 또 당시 대안으로 SKB와 LG유플러스에 캐시서버 설치를 제안하면서 이를 빌미로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며 거대규모 사업자임을 과시했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은 이 결정에 불복하며 최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측은 “특정 통신사에 대한 고의적인 망 연결 차단이 아니었으며, 캐시서버를 놓고 망사용료 협상을 벌였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행정소송 결과와 여기에 이어지는 통신사와의 망사용료 협상 결과는 향후 다른 글로벌 CP와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신사들의 제1 공격 목표는 구글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망사용료 협상에서 적절한 망 이용 대가를 정한다면 다른 글로벌 기업과 협상에서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구글을 압박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