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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내 아이도 BTS 될까? k-pop 교육부터 비즈니스까지 붐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전세계가 놀랐습니다. '21세기의 비틀즈'라는 찬사까지 쏟아졌는데요. 하지만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가수의 노래가 빌보드 1위를 하고 전세계인들이 K-pop에 열광하기 때문이죠.

학부모는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부모와 아이가 K-pop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케이팝 학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K팝 교육 아카데미 ‘스테이지 631’에서 중·고교에 다니는 수강생들이 댄스곡에 맞춰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아홉 살 나하은 양은 227만 구독자를 거느린 ‘헤비 유튜버’다. 나하은 양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어썸하은(Awesome Haeun)’은 전체 채널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채널 동영상의 조회 수를 모두 합하면 3억 회를 훌쩍 넘어간다. 2014년 7월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뒤 4년 만에 거든 성과다.

 

유명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TT’ 댄스를 커버한 영상에서 나양은 실제 가수를 몸집만 줄여놓은 듯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양이 다니는 서울 서초구의 K팝 학원인 ‘스타캐슬방송 아카데미’는 최근 들어 수강신청을 하려는 아이와 학부모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2004년 문을 연 이곳은 4세부터 16세까지 미취학아동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보컬·댄스·연기 수업 등을 진행한다.

 

이 아카데미의 한 강사는 “어린 나이에 아이돌 데뷔라는 통상 경로를 거치지 않고 성공했다는 점에 관심이 쏠렸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여기가 나하은이 다니는 학원’이라는 식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만도 초등학생이 200명 정도 등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등록한 원생은 600명에 이른다. 실용음악·방송댄스를 가르치는 ‘K팝 학원’이 예체능학원의 주류로 뜨고 있다.

 

학령(學齡)인구가 줄면서 음악·미술학원이 매년 200여 곳씩 폐업하는 실정이지만 K팝 학원은 나홀로 성장을 거듭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남·서초 지역에서만 방송댄스학원은 2016년 6개에서 지난해 12개로, 같은 기간 실용음악학원은 60개에서 63개로 증가했다.

 

최근에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K팝 교육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외연과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와 연예기획사 티엔네이션이 손잡고 만든 K팝 교육 아카데미 ‘스테이지631’가 6월 25일에 문을 열었다. 10월 15일에는 YG 엔터테인먼트가 1000명의 수강생을 수용할 수 있는 ‘엑스 아카데미’를 론칭했다.

 

'강남스타일' 이어 글로벌 시장 흔드는 'BTS효과'

 

유니세프 BTS

▎방탄소년단이 9월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13년간 연예기획사 20여 곳에서 신인 스카우트 업무를 맡아온 차경수 인트로캐스팅 신인개발팀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엠넷(Mnet)의 [슈퍼스타K]와 SBS의 [K팝스타]가 연달아 폐지되면서 위기론에 휩싸였던 시장 분위기가 방탄소년단으로 반전됐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은 5월 말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정상에 오른 데 이어 9월부터 시작된 북미 투어에서 연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월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포함한 각국 대표단 앞에서 7분간 연설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파급력이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전 세계 주류 사회로 전이되고 있음을 실감할 만한 장면이었다.

 

미국의 유력 잡지인 [타임(TIME)]은 글로벌판 커버스토리로 방탄소년단을 싣고 ‘차세대 리더(next generation leaders)’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차 팀장은 “방탄소년단 멤버가 모두 학원에서 음악을 시작한 것이 아이들에게 ‘손에 잡힐 듯한’ 꿈을 불어넣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기성세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엔터테인멘트경영과 교수는 “K팝이 더 이상 ‘딴따라 음악’이 아니라 ‘코리아 브랜드’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려면 로컬 문화에 갇히면 안 된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문화적으로 차감되는 정도를 ‘문화 할인율’이라고 말하는데, 이걸 낮추려면 세계 공통어를 써야 한다. 그게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B급 정서였다. 수위를 조절한 ‘변태스러움’으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식이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대단한 건 A급 정서, 다시 말해 서사(敍事)를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청소년으로서의 고민과 성장하는 모습, 인류애적인 스토리로 공감을 얻었다. 서구사회에서 K팝이 단순한 ‘재미’에서 이제는 ‘의미’가 된 거다.” 2013년 강남스타일이 불러왔던 변화도 적지 않다. ‘K팝’ ‘아이돌’ 등을 키워드로 한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급 논문도 이때부터 두 자릿수 이상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K팝의 시대](2016년)를 쓴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국내·외 학계에서 가장 주목했던 건 수용자가 ‘외국인 반응’이나 ‘커버댄스’ 영상을 제작하는 ‘2차 창작 현상’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대중음악의 아류로만 여겨지던 K팝이 독창성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학계에 이어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중문화산업과가 만들어졌다. 이듬해에는 관련 법률인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이 제정됐다. 이 교수는 “학계·법률·행정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 아닌가. 이런 영역에서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비로소 대중문화를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가 된 '1세대 아이돌 팬덤'이 수요 창출

 

잡지 타임 BTS

▎1. 10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잡지 [타임]이 같은 달 22일 발행되는 최신호 커버에 방탄소년단이 오른다는 사실을 예고했다. / 2. 스타캐슬방송 아카데미는 2004년 문을 연 키즈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키즈플래닛의 계열사다. 수강생들이 연기 대본을 보며 감정 표현을 연습하고 있다. / 사진: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학부모의 생각뿐만 아니라 세대도 바뀌었다. H.O.T.나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팬덤을 경험한 세대가 학부모 세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앞선 세대보다 아이의 욕망에 매우 유연하게 반응한다. 서울의 한 대형 실용음악학원에서 드럼을 가르치는 강사 A씨는 “예전에는 아이가 부모님을 데리고 왔는데 요즘은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

 

2~3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면서 “얼마 전 찾아온 학생은 이름이 ‘강타’였다. 누가 지어주셨냐 물어보니 어머니가 H.O.T. 팬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천의 송도신도시에 거주하는 B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를 3년째 지역의 방송댄스학원에 보내고 있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에 빠진 아이가 학원을 너무 다니고 싶어 해 처음에는 주 1회씩 레슨을 받는 취미반에 보냈다고 한다.

 

“학원에서 1년에 두 번씩 학부모 초청 공연을 해요. 의상하고 메이크업까지 제대로 하고 큰 공연장도 빌려서 하는데, 개인 레슨을 하는 아이들이 하이라이트 공연을 맡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토요일 오전 10시에 개인레슨까지 시켜요.” B씨의 아이는 송도의 한 외국인학교에 다닌다. 학교에서 매년 뮤지컬을 여는데 주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아이가 주연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탈락해 우는 모습을 보고 B씨는 “대학생 때 기억이 나더라”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어요. 오빠가 쓰던 ‘마이마이’ 카세트를 물려받아서 녹음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서태지 음악을 들었죠. 그래서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진학했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때는 실용음악과는 없었으니까요.

 

졸업하고 기획사 몇 곳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결국 데뷔는 못했어요. 그렇게 꿈을 잊고 살았는데,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오니 저도 마음이 울컥했죠. 꼭 가수로 데뷔하는 게 아니더라도 경험하는 셈 치고 개인레슨까지 보내고 있어요.” 보컬 전문 강사 C씨는 만 4~6세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연예기획사에서 6년 동안 일해 왔다.

 

C씨는 “들어온 지 1~2년 차일 때만 해도 ‘아이한테 바람 든다’며 반대하는 학부모가 더 많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2016년 정도 되니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아이에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학부모가 늘어났어요. 물론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 늦둥이를 보신 분들은 여전히 편견이 있으세요. 상담할 때 대놓고 ‘딴따라 키우는 교육’이라고 말씀하시니까요.

 

상담시간에 ‘아이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쏟아내는 거죠. 올해부터는 방탄소년단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아이에게 못 이겨서 오는 분이 많아졌어요.” 학부모의 인식이 바뀌면서 K팝 학원은 새로운 수요를 찾아 나섰다. 과거에는 실용음악과나 연극영화과 등에 진학하려는 대학입시 준비생들과 대형 연예기획사 오디션 준비생으로 시장이 제한돼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가 ‘꼭 아이돌 데뷔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아이의 경험을 넓히는 목적’으로 K팝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학원 등의 연장선에서 K팝 학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의 한 학원의 관계자는 “연기와 댄스, 포즈 수업 말고도 스피치 수업을 따로 마련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인터파크·YG 등 대형 연예기획사도 K팝 교육사업 진출

 

어썸하은

▎나하은양이 올해 1월 유튜브에 업로드한 뮤직비디오 영상 ‘쏘 스페셜(So Special)’은 조회 수 2000만 회를 돌파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어썸하은’

 

기존 대학입시나 기획사 오디션을 염두에 둔 정규반의 경우 수강료가 1시간에 적어도 20만원이다, 합격률이 높은 유명 학원은 70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학원들은 새로운 수요에 발맞춰 취미반·일반반을 새로 개설하고 수강료를 많이 내렸다. 방송댄스나 실용음악 학원의 평균 수강료는 주 2회 총 2시간에 월 20만원 선이다.

 

서울시교육청 등록 학원의 월 평균 수강료가 교과 과목에 따라 15만6000원에서 29만1000원 사이임을 고려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서울 밖으로 나가면 조금 더 저렴하다. 일산의 한 방송댄스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는 “취미반은 주 2회에 월 15만원, 개인레슨을 받으면 시간당 6만원”이라며 “아이를 경험 삼아 보내도 큰 부담은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선보인 대형 K팝 아카데미의 수강료도 일반 학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테이지 631이 운영하는 ‘키즈 댄스반’은 주 1회 2시간 수업에 월 20만원을 받는다. 5세 이상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등록할 수 있다. 중학생부터 신청할 수 있는 ‘아이돌 정규반’은 주 5회씩 세 달 기준으로 200만원을 받는다. 시간당 수강료로 환산하면 키즈 댄스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6월 25일 문을 연 이 학원에서는 현재 키즈 댄스반 50명과 아이돌 정규반 35명을 포함해 총 150명가량이 수강하고 있다. 강병원 인터파크 아카데미 마케팅 파트장은 “3~4세 아이를 둔 학부모로부터 학원에 등록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만 두 달간 40여 통이나 받았다”면서 “전통적인 예체능 학원이었던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학원에 다니던 학생이 많이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홍대앞 부근에 개원한 엑스 아카데미는 연예인 지망생부터 일반인까지 모두를 위한 K팝 교육기관을 표방한다. 일반인 대상인 Y반과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G반으로 나눠 운영하며 G반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학생은 X반에 선발해 연습생과 동일한 수준으로 트레이닝을 받게 한다. 김우진 YGX 공동대표는 “여기에서 연습한 사람들을 실제 아티스트로 데뷔시키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유사한 교육을 제공하는 연습실을 기준으로 평균보다 2.5배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수강료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했는지 묻자 “고민 끝에 현존하는 학원들과 비교했을 때 같거나 낮은 정도로 맞췄다”며 “학원 사업으로 이익을 크게 내는 것보다도 신인 발굴을 위한 ‘오픈 플랫폼’을 마련해 보자는 게 엑스 아카데미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서울시교육청에 수업 당 50명으로 허가받아 학생을 모집 중”이라며 “10월 말 모집 마감 이후 몇 개 수업이나 열릴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은 1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는 건물 규모에서 YGX 측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가수로 데뷔한 뒤에도 10명가량의 오디션 준비생을 지도하고 있다는 D씨에게 YGX에서 말하는 ‘오픈 플랫폼’의 의미를 물었다. D씨는 “옛날에는 연예기획사가 공개 오디션을 열면 전국에서 온갖 레벨에 있는 지원자가 모여들었다”면서 “이제는 학원에서 ‘아이돌 데뷔반’이라는 예비 단계를 거치면서 ‘될성부른 싹’을 골라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K팝 비즈니스 배우려 미국에서 돌아왔죠"

 

프로듀스48

▎CJ ENM의 음악채널 Mnet은 올해 일본 아이돌 연습생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돌 그룹이 성공할 확률은 1%도 채 안 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확률은 그보다 더욱 낮다. 그러나 K팝 산업이 커지면서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해도 다양한 진로가 열려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차경수 인트로캐스팅 신인개발팀장은 “이쪽에서 한 번 경험을 해본 친구들이 코미디언이나 MC, 작가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면서 “댄스지도사 자격증처럼 전문가 인증제도도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문화예술 종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국내 연예기획사는 지난해 2266곳에 이른다. 2016년 1963곳에서 1년 새 15% 이상 늘어났다. 연예기획사가 증가하면서 기획·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하는 일자리도 크게 늘고 있다. 경기 안성시에 있는 동아방송예술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실무를 가르치는 엔터테인먼트경영과는 지난해 합격생의 내신 평균등급이 1.11(수시 2차 일반고전형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전문대로서는 이례적이다. 유명 연예기획사 직원이 강의하고, 많은 졸업생이 연예기획사에 진출하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은지(23)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자퇴한 뒤 2016년 동아방송예술대에 입학했다. 이씨는 “음악 자체보다 음악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배우고 싶었다”면서 “UCLA에서도 ‘뮤직 인더스트리’를 부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갈증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치른 대학입시에서 이씨는 동아방송예술대와 함께 서울의 한 사립대에 합격했다. 이씨는 “학벌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실무를 배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5년 학과 개설 당시부터 참여했던 심희철 교수는 “격세지감”이라면서 소감을 밝혔다.

 

“초창기만 해도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다짜고짜 눈물을 터뜨리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명문대에서 편입하거나 아예 자퇴한 뒤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이 입학정원의 10%에 이른다. 2008년께부터 이런 사례가 눈에 띄다가 최근에는 4년제 대학을 갈 만한 성적이 되는 학생들이 오고 있다.” 이규탁 교수는 “K팝은 기획사가 주도하는 아이돌 시스템이 만들어낸 장르”라고 단언했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등 1세대 K팝은 일본 아이돌 시스템과 일렉트로댄스뮤직(EDM) 장르를 혼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엠넷에서 방영한 ‘프로듀스 48’을 보면 3세대 K팝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모방했던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를 데려와서 한국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경쟁시킨다. 그리고 한·일 다국적 그룹을 만들어 낸다. 모방을 넘어선 독창성이다. 이렇게 K팝이 세계화될수록 가장 필요한 건 보다 수준 높은 기획 인력일 거다.”

 

글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