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싸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에서 골리앗이 양치기 소년 다윗에게 무릎을 꿇고 만다. 갑옷과 투구도, 칼도 내던져버린 다윗은 대신 무기로 물맷돌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골리앗을 맞혀 쓰러뜨린다.
다윗의 이런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말할 필요도 없이 다윗의 생활공간에서다. 그는 양을 돌보기 위해 달려드는 늑대들을 쫓아내야 했다. 그래서 물매를 이용해 돌을 멀리 정확히 던지는 연습을 했다. 그것이 골리앗과의 싸움에도 적용된 것이다.
창조에도 이 원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생활공간은 문제공간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지식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윗은 전투를 위해 물맷돌을 던지는 연습을 한 것이 아니다. 물매를 휘두르는 것은 그의 일상적인 생활이다. 이 생활 속에서 얻은 지식을 전투에 적용했을 뿐이다.
창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미 만들어 놓은 지식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뤄진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항상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게 돼 있고 그러면 사람은 적절한 해결책을 만들어 쓰게 된다. 그래서 생활공간은 항상 많은 지식으로 채워져 있다. 이 지식을 가져다 쓰면 창조가 이루어진다.
▒ 트위터는 메모지 한 장으로 시작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트위터가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하루 35만 명씩 사용자가 늘더니 전 세계적으로 1억5000만 명이 사용하는 SNS의 대명사가 됐다. 이 회사의 가치도 엄청날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이 트위터를 25억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으나 트위터 측이 모욕적인 금액이라며 거절했다. 40억 달러에 사겠다고 다시 제안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인수 의사를 표시했지만 역시 퇴짜를 맞았다.
이처럼 엄청난 가치를 지닌 트위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에번 윌리엄스는 ‘휴대전화 메시지 같은 단문 서비스를 인터넷에서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 트위터다. 이 아이디어는 메모지 한 장에 기획됐다고 한다.
트위터가 탄생한 배경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공간의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에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옮긴 것이 트위터다. 트위터는 기이한 천재가 만든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생활공간에서의 지식을 재활용한 것이다.
트위터는 이런 방법을 곧잘 사용한다. ‘리트윗(메시지를 팔로워에게 추천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 기능은 사용자들이 쓰는 것을 보고 배운 것으로 트위터를 쓰면서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지식을 가져다 쓴 것이다.
▒ 골프는 영국 목동들의 놀이에서 시작
창조적 물건이나 서비스 또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 사람들이 생활공간에서 이미 사용하거나 하고 있던 것을 가져다 쓴 것이 많다. 골프도 그 한 예다. 우리는 이미 완성된 게임으로서의 골프를 받아들여 어떤 천재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을 모사하고 정교화한 것이다.
골프의 어원은 스코틀랜드의 고어로 ‘치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프(Goulf)’에서 유래했다. 13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의 양치기 목동들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돌멩이를 지팡이로 쳐 누가 가장 적은 숫자로 토끼굴 속에 넣는가 하는 게임을 했다. 초원에는 토끼들이 자주 다녀 풀이 누워 있는 길이 있었는데 이것을 ‘페어웨이’라고 불렀다.
토끼들이 풀을 뜯어 먹어 반질거리는 곳은 ‘그린’이라고 불렀다. 목동들의 생활공간에서 만들어진 이 놀이를 왕족들이 즐기게 됐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골프다. 영국 서민들이 생활공간에서 만든 놀이를 현대의 우리도 즐기고 있는 셈이다.
▒ 여고생 유행 확산한 빼빼로 데이
한국은 11월 11일만 되면 '빼빼로 데이'로 난리가 난다. 1983년에 출시되어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어야 할 빼빼로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이날 때문인지 모른다. 빼빼로 데이의 비밀 역시 생활공간에서의 지식재활용에 있다. 지방의 여고생들이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선물하던 것을 마케팅에 응용한 것이다.
자연모방도 같은 원리다. 동물이나 식물의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방법을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옮겨 온 것이 자연모방이다. ‘벨크로’라는 접착포는 붙였다 뗄 때 나는 소리 때문에 '찍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천의 원리는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스치기만 해도 옷에 달라붙어 떼기가 어려운 도깨비풀에 있다.
스위스의 엔지니어인 게오르그 드 메스트랄은 자연의 식물 생활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 유심히 관찰한 결과 풀의 열매에 끝이 구부러져 있는 갈고리가 있음을 알았다. 이것을 응용한 것이 벨크로다. 이제 이것은 운동화, 가방, 옷, 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으로 자리를 잡았다.
▒ 자연의 생활공간에서 지식 찾기
비슷한 예는 많다. 나방의 눈에는 미세한 요철이 있어 빛이 반사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미쓰비시 레이온은 무반사 필름을 개발했다. 필름의 표면에 100nm 크기의 규칙적인 돌기를 만들어 주면 어떤 방향에서도 굴절률이 일정하지 않게 돼 필름에 닿는 빛을 반사시키지 못하는 원리다.
다윗의 물맷돌, 트위터, 골프, 빼빼로 데이, 찍찍이와 무반사 필름의 공통점은 사람 또는 자연의 생활공간에서 이미 사용되던 방법을 가져다 쓴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공간은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무수히 많은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이미 누군가 파 놓은 우물이 많다는 말이다. 자연의 생활공간에서도 동물과 식물은 이미 많은 지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호기심을 갖고 살펴보자. 창조거리와 더불어 어쩌면 엄청난 돈벌이가 될지 모르는 생활의 지식을 찾을 수 있으니!
이코노미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