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심상치 않다. 청약 열풍에 들썩이던 신규 분양 지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광주-용인-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경기도 남부 라인과 김포·고양 등 경기도 서부 지역에 미분양이 집중됐다.
서울 집값과 높은 전세가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도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이 지역의 신규 분양에 몰렸던 탓이다. 분양 물량이 많았던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 지난 10월 말 현재 광주·용인·화성·평택·고양·김포의 미분양 물량은 총 9794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의 30.4%에 달한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 미분양 4000가구 '전국 최다' 용인시
용인시는 전국 시군구 가운데 미분양이 가장 심각하다. 용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죽전·수지·신갈·구갈·구성·동백·서천 등 과할 정도로 택지를 개발했다. 도로·철도 등 기초적인 도시개발계획이 미진한 가운데 공급과잉이 일어나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고, 빈집은 늘어났다.
용인은 지난 2009년 이후로 ‘미분양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용인은 버블 세븐 지역 중 하나로, 서울 접근성이 좋고 분당과 인접해 한 때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현재는 버블 붕괴의 대명사로 꼽히며 유치권 전쟁과 단전·폭력 사태, 흉기 난동 등 온갖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용인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10%를 넘은 단지가 적지 않다. 상현동과 신봉동 등 광교와 가까운 곳에서도 적잖은 미분양이 발생했다. 2010년을 전후해 신봉·성복동 등 광교산 북동부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며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광교의 후광 효과를 노리는 수요를 겨냥해 건설사들이 분양에 적극적이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가계대출 규제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부동산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분양은 입지와 자금 등을 따져 선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공급과잉에 미분양 속출하는 김포시
화성시는 송산신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송산신도시는 안산시와 인접한 서해안벨트 중 하나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된 지역이다. 그러나 인천-안산-화성시로 이어지는 도시개발 계획이 지지부진하면서 분양 시장도 함께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분양에 들어간 동탄2신도시의 경우 일부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미분양 단지는 대개 무봉산과 가까운 외곽지역이거나, 리베라CC의 북동쪽에 있어 진출이 어려운 곳으로, 상업단지·고속도로와 멀다는 단점이 있다.
김포시는 공급과잉과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청라·마곡·운정신도시 등 경기 서부에 신도시 개발이 집중되면서 대부분의 수요가 소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 도심까지 도로망이 부족하고 지역 내 근린생활시설이 부족한데다가, 48번 국도, 김포한강로, 김포IC~자유로IC도 출퇴근 시간 정체로 악명이 높다.
▒ 한결 나아진 상황의 고양·광주·평택시
김포시와 수요층을 공유하는 고양시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미분양 무덤’이라 불러던 삼송지구도 올해 부동산 호황을 맞으며 미분양 물량을 상당량 털어냈다. 광주시는 6월 들어 미분양 가구가 1426가구로 급증했다가 현재 416가구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전용면적 59~84㎡ 규모의 중소형 물량이 많은 덕분이다.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고덕신도시를 중심으로 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평택소사벌지구 B11블록 호반베르디움이 1순위 마감에 실패하는 등 미분양이 늘고 있다. 다만 입주 수요가 꾸준하고, 공사완료 후 미분양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아파트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고민하고 있다면 미분양의 원인과 해결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해결 가능성이 어려울 것 같다면 일반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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