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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바이오 시장 덩치를 키워라!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완전히 회복했다.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던 그를 회복시킨 것은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항암제.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이 흔히 일어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바이오 기업 수는 2014년 현재 975개. 이 중 60%가 벤처기업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산 규모도 2014년 기준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스위스·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신흥국도 바이오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제약 1위 업체인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해 11조147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국내 10대 제약 업체의 투자액은 모두 합해 6720억원으로 노바티스 한 곳의 0.6%에 불과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고령화에 따라 ‘바이오 황금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영국의 시장분석 전문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바이오시장은 2조61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 시장


희망이 없진 않다. 투자 규모에 비해 기술 수준이 높다.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기술 수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기술은 세계 1위 미국의 77% 수준이다. 미국·EU·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다만, 바이오 기업의 60%가 벤처기업일 정도로 기업들이 영세해 투자액과 생산량이 적다.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일관된 지원을 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같은 신약 물질도 단계별로 소관 부처가 바뀐다. 의료기술 개발과 뇌과학 원천기술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 생물화학과 바이오 의료기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연구는 보건복지부, 생명산업 기술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생물자원발굴과 연구는 환경부가 맡는다.


바이오 산업


바이오산업은 의약품·식품·헬스케어·환경 등 분야가 많다. 이 중 의약품과 식품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업계는 제약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810억 달러.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은 1790억 달러(23%)를 차지했다. 2020년엔 바이오의약품 시장만 27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제약 분야 중 바이오시밀러(복제품)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3년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램시마’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 치료제 ‘엔브렐’ 시판허가를 유럽의약청(EMA)에 신청한 상태다. 삼성은 송도에 건설 중인 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이 완료되는 2018년 바이오시밀러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제약시장만큼이나 폭발적 성장이 주목되는 분야는 개인 맞춤 치료다. 맞춤 치료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염기서열(Genome)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과 5~6년 전만 해도 3억원이나 들었던 인간 지놈 분석 비용이 100만원 대로 내려왔다. 분석 시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바이오 신약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면 내 몸이 미래에 암·당뇨병·비만·고혈압 등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지 사전에 알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이 질병에 걸린 이를 치료하는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을 겨냥한다면, 지놈 분석은 건강한 청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포마켓(Before Market)’을 공략한다. 사실상 전 인류가 바이요 기술의 수요자가 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야 하는 의료기기 시장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수술용 로봇, 인공신장 시스템, ICT 융복합 의료기기,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등이 모두 인간의 생명 특성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화 된다. 의료기기는 개발 기간이 5~10년으로 바이오의약품(10~15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걸리고 비용도 적게 든다.


국민 건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바이오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 성장성은 높지만 투자는 부족한 현실,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