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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은퇴 후 고정수익, 월지급식 금융상품으로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길어지는 은퇴 후 생활에 매달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익이 필요하기 때문. 월지급식 금융상품은 크게 안정성을 강조한 '즉시연금'과 고수익을 강조한 '투자형 월지급식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두 상품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연금생활자인 강모(71)씨는 지난해 말 은행에서 H생명보험의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오랫동안 보유해온 다세대 주택을 처분하면서 생긴 현금 2억원을 10년 만기 상속형 즉시연금에 넣었다. 강씨가 매월 받는 돈은 40만원 정도로 매월 보험사의 공시이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10년 만기를 채우면 원금은 100% 돌려받는다. 그는 “매월 받는 돈만 따지면 다세대 주택을 보유했을 때의 월세엔 못 미치지만 세입자 관리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매월 정해진 날짜에 돈이 들어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퇴직하면 매달 들어오는 고정적인 소득은 많이 줄어드는데, 생활비는 월 단위로 꼬박꼬박 나간다. 이런 이유로 은퇴자들에겐 안정적인 현금 수입이 중요하다. 가입 직후부터 월급처럼 매달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목돈을 가진 은퇴자가 눈여겨볼 월지급식 상품으로는 크게 보험사의 즉시연금과 자산운용사·증권사의 투자상품(월지급식 펀드,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이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 투자성향이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월지급식 금융상품


▒ 안정성과 절세효과 추구한다면 '즉시연금'


보험사의 즉시연금은 이름 그대로 가입한 지 1개월 후부터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로 금융자산은 있지만 연금이 준비돼있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것으로, 일정 연령(보통 45세)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즉시연금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원금과 이자를 평생 연금으로 받는 대신 사망보험금이 따로 없는 종신형, 다른 하나는 매월 이자를 연금으로 받고 만기 또는 사망시에 원금을 돌려받는 상속형이다. 월 연금 수령액은 종신형이 더 많다. 방카슈랑스로 판매 중인 한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 상품의 경우 60세 남성이 종신형으로 1억원을 가입하면 평생 매월 39만1000원(공시이율 3.09%, 20년 지급보증 기준)을 받는다. 만일 만기 10년짜리 상속형에 가입하면 월 20만5000원씩 받고 만기에 원금 1억원을 돌려받는다.


즉시연금은 세금 면에서 혜택이 크다. 종신형 즉시연금은 금액과 상관없이 비과세다. 단, 만 55세 이후 연금을 받고 지급보증 기간(중간에 가입자가 사망해도 연금 지급하는 기간)이 기대여명보다 짧은 경우에 한해서다. 예컨대 65세 남성이 가입한다면 통계청 기대여명(2014년 기준)이 20.85년이므로 지급보증 기간을 그보다 짧게 잡아야 비과세가 된다. 상속형 즉시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2억원까지는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이때 2억원은 자신이 가입한 모든 저축성보험의 합계로 따진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즉시연금은 리스크를 감내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퇴세대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도, 폐를 끼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갈수록 종신형 즉시연금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시연금의 공시이율은 현재 3% 안팎이고 최저보증이율은 1%대이다. 최근엔 약간의 투자 위험을 감수하려는 고객들을 겨냥해 즉시연금과 변액연금을 결합한 신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 위험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린다면 '투자형 월지급식 상품'


즉시연금의 낮은 금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투자형 월지급식 상품으로 눈을 돌릴 만하다. 월지급식 펀드와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월지급식 펀드는 국내에서 2007년 첫선을 보인 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됐다. 주로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또는 주식혼합형이 대부분이다. 지급 방식은 크게 일정 금액을 매달 주는 정액식과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식으로 나뉜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12개월치 분배금이 보통 가입금액의 7% 내외다. 1억원을 넣으면 월 58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펀드 운용 수익률이 낮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월 분배금을 내주기 위해 원금의 일부를 써야 한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정액식은 수익률이 떨어지면 원금을 헐 위험이 크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서 지급방식을 정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만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월지급식 펀드는 대체로 특정 지역에 집중하기보다는 해외 글로벌 채권에 분산투자한다. 채권 수익률과 환율에 따라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규모가 큰 월지급식 펀드 상위 10개 중 4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월지급식 펀드의 인기가 주춤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심화되고 저금리가 장기화되면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월지급식 펀드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전체 펀드의 65%가 월지급식일 정도다. 주로 글로벌·미국 리츠펀드와 글로벌 고배당주·채권 펀드다. 일본 월지급식 펀드시장의 특이한 점은 12개월치 분배금이 펀드 자산의 10~20%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연간 10~20%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원금을 헐어서 월분배금을 준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월 지급액이 많은 상품을 선호하다 보니 운용사도 앞다투어 분배율을 높은 펀드를 내놨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제로금리가 지속되자 생활비가 필요한 은퇴자들이 투자 위험을 감수하고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한다”고 전했다.


월지급식 금융상품별 특징 비교


투자기간을 짧게 보는 투자자라면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초 자산의 가격을 매달 확인해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보통 연 7% 안팎)을 주는 파생상품이다. 조건을 충족 못하면 그 달의 지급액은 없다. 또 조기상환일 또는 만기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원금 상환 조건에 부합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조기 상환이 안 돼 만기까지 갔는데도 조건에 못 미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월지급식 ELS는 조기 상환 또는 만기에 한꺼번에 수익을 지급받는 일반 ELS에 비해 제시하는 수익률이 1~2%포인트 낮다. 그런데도 월지급식 ELS 판매가 최근 늘고 있는 건 세금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강종원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차장은 “만기에 한꺼번에 수익이 지급되면 자칫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연간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 이상)이 될 수 있어서 수익을 매월 분산해서 지급받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월지급식 펀드나 ELS는 변동성 위험을, 즉시연금은 저금리 위험을 가지고 있다”며 “두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양쪽에 적절히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45세 이상의 나이에 준비된 금융상품이 적다면 '즉시연금' 종신형을 눈여겨 보는 것을 어떨까? 연금 개시 이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평생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