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얼굴'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수염자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색소가 거의 없고 하얀 피부에, 헤어스타일은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분방함 속에 청결함을 유지하고, 마른 체형에 키가 크고 브이넥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얼굴. 바로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는 소금얼굴에 대한 한 여성 패션잡지의 설명이다.
잡지에 따르면 일본에서 생김새를 맛(조미료)으로 비유하는 것은 에도시대(17~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거품경제의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소스’와 ‘간장’이 일본남성의 얼굴을 양분하는 소재로 사용됐다. 짙은 눈썹, 쌍꺼풀이 진한 큰 눈이 돋보이는 생김새를 서양 조미료인 ‘소스’ 얼굴로, 순 일본풍의 섬세한 얼굴라인을 일본의 대표 조미료인 ‘간장’ 얼굴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소금’ 얼굴은 ‘간장’ 얼굴에 하얀 피부와 중성적인 매력이 더해져서 한층 개운한(?) 느낌을 풍기는 남성을 일컫는다.
소금얼굴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수염자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색소가 옅고 깨끗한 피부다.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햇빛에 보기 좋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스포츠맨 타입 남성을 대신해, 흰 피부의 ‘소금얼굴’ 남성들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 남성들 사이에서는 미백열풍이 한창이다.
고등학생부터 50대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케팅 전문 기업의 조사에서는 구릿빛 피부가 여성에게 인기가 있다는 생각하는 남성은 12%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미백에 관심 있다는 대답은 40%에 육박했고, 특히 20대 남성들의 60%가 하얀 얼굴을 갖고 싶다고 대답했다.
자외선 차단 위한 양산도 미백 아이템으로
남성들의 미백열풍을 대변하는 건 남성용 양산의 등장이다. 백반증을 앓았던 가수 고(故) 마이클잭슨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남성들의 미백열풍을 대변하는 것으로 남성용 양산의 등장이 있다. 2010년 이토우 세이코라는 남자연예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뜨거운 날엔 남성들에게도 양산이 필요합니다. (남성용 양산을) 어디서 파는지 정보를 공유합시다”라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상의 많은 남성이 그에게 공감을 표했고 거리에선 양산을 쓴 남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후, ‘양산남자(洋傘男子)’이라는 말이 2013년 유행어대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양산은 피부미용은 물론 여름철 건강관리에도 효과적인 아이템이다. 여름에 양산을 사용하면 최대 8도까지 체감온도가 내려가며 모자로 인한 자외선 차단의 3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남성의 최대의 적인 탈모대책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강한 자외선은 아미노산의 산화를 촉진시켜 모발을 구성하고 있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을 손상시키는데 이것이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들은 양산남자의 등장이 ‘땀을 흘려가며 일하는 것이야말로 남성답다’고 하는 일본 사회의 전통적인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꾸미고 보호하는 개성의 표현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제모클리닉도 하얗고 청결한 피부를 원하는 남성들에게 최근 인기몰이 중인 아이템이다. 남성들에게 인기 높은 제모부위는 수염, 코털 등의 얼굴부위이며, 다음으로 가슴·손등·다리의 순이라고 한다. 유명 스킨케어 전문점인 SBC 메디컬그룹의 2015년 조사에 의하면 영구제모를 원하는 방문객의 4명 중 1명이 남성으로, 남성고객이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원하는 남성들이 늘어감에 따라 남성용 화장품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2015년 일본의 국산화장품시장의 규모는 약 2조4천 엔이며, 이 중 남성화장품 시장은 1180억엔 정도로 전체의 5%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남성화장품 시장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여성화장품 시장을 대신해 관련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화장품업체인 ㈜맨담은 올해부터 남성용 스킨케어용품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PR실의 오쿠 케이스케씨는 “지금까지 남성화장품은 여드름 등의 피부트러블용 화장품이나 헤어 관련 제품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엔 매끈한 피부를 갖고 싶다는 젊은층이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올여름부터 남성들을 위한 스킨케어 제품을 중점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남성들이 미백이나 피부미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데는 ‘한류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성들이 얼굴에 팩을 하는 모습 등이 한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면서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에 대한 저항감을 낮춰주었으며, 여성보다 흰 피부를 자랑하는 한류 스타들이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일본 남성들도 희고 매끈한 피부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산케이 신문은 2013년의 기사에서 10대, 20대의 초식남들을 중심으로 미백용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 배경에는 케이팝 스타의 영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만져보고 싶은 매끈한 피부’의 남성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일본남성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용전문가인 가토 도모이치 씨 역시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남성의 미의식이 향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에 한류붐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남성미용에서도 한류 풍의 내추럴한 분위기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트렌드는 주로 30대 전후의 젊은 남성들이 주도해왔으나 최근에는 40대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고유영역 침범하는 ‘여자력남자’들
일본 패션잡지의 독자모델 출신의 보이그룹 XOX 멤버 도만 씨는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로 큰 인기를 끈다.
미용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 못지않게 화려한 메이크업과 패션을 즐기는 남성들도 등장했다. 패션잡지의 독자모델 출신인 보이그룹 XOX의 멤버 도만(23) 씨는 163㎝ 키에 38㎏의 마른 몸매와 화려한 패션으로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로 알려지며 일본의 10대들에게 인기 높은 연예인이 되었다. 그는 컬러렌즈, 립스틱, 마스카라, 네일아트, 하이힐 등 여성의 패션소품을 애용하며 화장품 파우치와 양산을 항상 지참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를 ‘절식남(絶食係男 성욕, 식욕 등의 욕망이 없는 남자)’이라고 칭하며 먹는 것보다 화장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도만 씨가 미용에 쓰는 비용은 한 달에 40만 엔 정도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만 씨와 같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패션을 즐기는 남성이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는데 매스컴에서는 이들을 ‘젠더리스 남자(ジェンダーレス男子: 미의식이 강하고 메이크업과 중성적인 패션을 즐기는 남자)’라고 부르고 있다.
“여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다”라는 도만 씨의 말처럼, 일본의 젠더리스 남자들은 성적인 취향에 의해서 여성의 패션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정형화된 패션과 이미지의 일본 남성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어필하는 수단으로써 중성적인 패션과 화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의 ‘브랜드디자인 청년연구소’ 리더이자 마케팅 애널리스트인 하라다 요헤이 씨는 자신의 저서 <여자력남자(女子力男子)-여자력을 갖춘 남성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에서 ‘여성화’된 젊은 남성들에 대해 분석을 내어놓았다.
하라다 씨가 정의하는 ‘여자력남자’란 여자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남성들을 지칭하는 조어로, 미용이나 패션에 관심이 높은 남성들을 비롯, 도시락을 직접 만드는 등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남성,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 등이 대표적이다. 하라다 씨는 일본의 젊은 남성들이 여성화되고 있는 배경을 세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라는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줄어들었다는 점, 둘째는 남성대상, 여성대상의 매체가 따로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SNS를 통해 남성도 여성의 문화나 정보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셋째로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성숙되면서 남성들에게도 경제적 능력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협조성이 요구되는 ‘여성형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라다 씨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젊은 층의 소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20~30대 남성들의 술, 담배, 자동차 등의 남성형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과자나 패션, 화장품 등 여성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토리세대(さとり世代, 달관세대)’로 일컬어지는 저욕망 세대인 젊은층의 소비욕구가 날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꾸미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여자력남자’의 존재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 “화장은 생존이다” ... 그루답터(Groo-dopter) 족들의 반란
젊은 남성들의 소비패턴도 술, 담배보다 패션, 화장품 등 여성형 소비로 바뀌는 추세다.
1월 13~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맨즈쇼 2017’는 한국 최초의 남성전문 박람회로 대성황을 이뤘다. 남성들을 위한 미용,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남성의 소비문화를 제안하는 이번 박람회에는 총 90여 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3일 동안 개최된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를 끈 코너는 관람객들이 직접 메이크업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메이크업 이벤트 코너로 총 4만여 명이 방문했다.
“흐린 눈썹 때문에 인상이 약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화장술을 배워두면 취직활동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유리할 것 같아서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혼자 하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홍정욱(22·가명) 씨는 20여 분을 기다려서 메이크업을 받아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재작년 혹독한 취업경쟁을 치르면서 BB크림을 바르는 습관이 생겼다는 김영석(28·가명)는 화장을 받은 자신의 얼굴에 크게 만족감을 나타냈다. “평소에는 BB크림 정도만 바르는데 오늘 화장을 받아보니 얼굴윤곽이 또렷해지면서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중요한 자리에 나갈 때 화장을 한다면 좀 더 자신감이 붙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용이나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그루밍(grooming)족’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성화장품 전문 메이커인 엠도씨의 상품기획실 관계자는 남성들의 의식변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로션이나 스킨 등 기초 제품 외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3~4년 전부터 남성들도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현재는 화이트닝 제품에서 메이크업 제품까지 총 40여 개의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최근에는 화이트닝 제품과 마스크팩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5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성이 한 달에 사용하는 화장품 개수는 13.3개에 달하며 BB크림을 사용하는 남성도 5명중 1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초 관리를 넘어 ‘미용’에 관심을 갖는 남성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하려면 외모도 스펙
최근 화장품 광고에는 깨끗하고 고운 이미지의 남성 모델들이 등장한다.
미용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 화장품 시장도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 약 6000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남성화장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2013년에 1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올해는 1조 5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거의 10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유로 모니터가 2014년에 발표한 세계화장품시장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남성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19%를 차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이 밖에 같은 해 한국 남성이 화장품 구입에 지출한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30달러로 2위인 덴마크의 약 4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화장하는 남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 디자인, 시장에 관한 트렌드를 연구하는 ‘트렌드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이 드러그스토어를 이용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2016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39%가 ‘자신감을 얻기 위해’, 32%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즉 10명 중 7명이 경쟁사회에서 외모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자신감을 얻기 위해 화장을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아모레 퍼시픽의 홍보 관계자는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사회에서 피부 관리나 외모 가꾸기를 스펙 쌓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남성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엠도 씨의 상품 기획실 관계자도 “최근 2~3년 동안 (남성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경제위기가 오히려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을 촉진하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혹한 경쟁사회로 돌입한 한국에서 화장은 남성들에게도 생존을 위한 무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기존 그루밍족에서 한층 진화(?)한 그루답터(Groo-dopt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 그루밍과 얼리어답터의 합성어로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라면 화장품은 물론, 피부 관리기나 제모기 같은 뷰티 제품,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는 남성을 지칭한다.
중견그룹의 임원으로 일하는 김경준(58·가명) 씨는 ‘그루밍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얼굴 피부가 갈라질 것 같은 겨울철에도 로션 한번 바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부터 180도 변신해, 동안(童顔)을 갖기 위해 성형까지 감행하는 ‘꽃중년’으로 탈바꿈했다. “40대 초반의 젊은 후계자가 ‘오너’의 자리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첫 임원회의 때 50~60대 임원들 사이에 앉아 있는 회장님이 얼마나 어려 보이던지.” 나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아내를 따라 성형외과를 방문, 눈 밑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과 미간과 이마에 주름을 없애는 시술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40대로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됐다. 김씨는 “젊은 회장님을 본 순간 내가 너무 늙어 보이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우리 같은 직장인에게 늙어 보인다는 것은 자리를 내어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는 꼼꼼히 피부를 관리하며 모처럼 얻은 ‘동안’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면문화 때문에 ‘매력자본’ 늘어
여성 위주의 미용실 대신 정통 남성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남성 그루밍 숍도 인기다. ‘바버숍’ 내부.
강남 바노바기 성형외과의 박종림 원장은 “지난해 우리 병원 통계를 보면 남성 환자의 비율이 최초로 10%를 넘어섰다”며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이 증가추세에 있음을 설명했다. 박원장은 특히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중년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중년남성이 내원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노바기 성형외과에 따르면 20~30대는 주로 눈과 얼굴윤곽 수술을, 50~60대의 중장년층은 미간, 이마 등의 주름개선 시술을 많이 찾는다. 박원장은 “취직을 앞둔 20대 남성은 선하고 또렷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눈매교정 수술과 코 수술을 많이 한다. 반면 50~60대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위해 회복기간이 필요 없는 반영구 필러나 보톡스 시술 등으로 주름을 개선하는 치료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2014년 통계에 의하면 남성들의 성형수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2007년 32.4%에서 2013년 49.4%로 증가했으며, 반대로 부정적인 인식은 38%에서 16.9%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20대 남성들 중 50% 가까이 성형수술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그루밍족에서 화장과 피부 관리, 제모,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는 그루답터(Groodopter) 로 변모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는 한국남성들의 외모열풍에 대해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체면문화’가 최근에는 외모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외모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데 이는 남의 눈을 중요시하는 체면문화 때문이다. 즉, 명품을 소유해서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와 마찬가지로 외모를 가꿔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외모지상주의에서 외모가 일종의 자본이 되는 이른바 ‘매력 자본’이 등장하게 됐다.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에 있어서 남성에게도 외모가 경쟁력의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서 “이러한 현상은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디어에 등장한 꽃중년, 미중년이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을 모델링하는 중년남성이 많아지면서 관련 소비가 늘어나고 시장이 팽창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