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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셰프가 구워주는 럭셔리 고깃집 인기!

요즘 고깃집도 파인다이닝(고급식당)을 표방하는 곳이 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스시집 처럼 전담 셰프가 서빙부터 요리까지 식사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1인분에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만큼 서비스나 맛은 보장 할만 하다.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오감을 만족 시키는 파인다이닝 럭셔리 고깃집에 대해 알아보자.

 

깔끔한 분위기와 개성있는 인테리어, 코스요리 등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쇠고기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수린의 내부 인테리어 모습.

 

미식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맞은편에 자리한 ‘수린’. 수린에서는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급 스시집의 오마카세(셰프 추천)처럼 그날그날 좋은 쇠고기를 골라 주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30개월 미만 1++ 한우 암소만 판매하는데 메뉴는 한 가지 코스뿐이다. 안심·채끝등심·치마살·부챗살·살치살 등 황성만 대표가 그날그날 선도 좋은 부위 여섯 가지를 골라 차례대로 구워준다. 저녁에만 3개의 룸을 운영하는데 최소 3인 이상만 예약할 수 있다. 1인 가격은 16만5000원이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우본’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두루 경험했던 에드워드 권 셰프가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식 쇠고기 바비큐 전문점이 콘셉트로, 물회·편육·육회 같은 한식 메뉴와 쇠고기 구이를 코스로 구성했다. 권 셰프는 “경험을 바탕으로 메뉴를 구성해 기존의 고깃집과 차별화했다”며 “팀마다 전담 셰프가 고기를 구워주고 요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님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카운터(바)와 룸이 1개씩만 있어 점심·저녁 두 팀씩만 예약을 받는다. 이곳 역시 3명 이상만 예약이 가능하다. 점심 코스는 5만~6만원 선, 저녁은 12만~15만원 선이다.

 

기 고급화, 미식문화 발달 영향

 

 

셰프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상승세를 보이던 서양식 파인다이닝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김영란법이니, 불경기니 탓을 하는데 이상하게 값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럭셔리 고깃집엔 손님이 넘친다.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영국 유명 디자이너 톰 딕슨의 작품에 최근 파인다이닝이나 고기를 담아내는 식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였던 ‘한육감’은 최근 서울로와 연결된 서울로 테라스몰(대우재단빌딩)에 서울로점을 열었다. 가격은 D타워점보다 10~20%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6만~7만원대로 보통 고깃집보다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분점 역시 예약이 꽉 찰 만큼 인기다.

최근 문을 연 고급 고깃집의 공통점은 두세 팀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개별 룸에서 식사 내내 전담 직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1인분의 가격이 10만~18만원 정도로 비싼 데다 한 번에 2명은 안 되고 최소 3명 이상만 예약할 수 있는 등 예약도 까다롭다.

그런데도 이런 고급 고깃집은 예약이 어려울 만큼 인기다. 한우 오마카세 콘셉트의 ‘모퉁이 우’(청담동)는 1인 코스 가격이 10만원 중반대인데도 두세 달 전엔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수린도 9월 셋째 주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

 

한국식 쇠고기 바비큐 전문점인 ‘우본’은 에드워드 권 셰프가 메뉴 구성을 맡고 있다.

 

레스토랑 가이드 『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은 “소득 수준 향상으로 미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쇠고기 구이 문화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고기를 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고급스럽게 즐기고 싶은 욕구를 럭셔리 고깃집들이 잘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고기의 사육 환경과 도축 등 육류 처리 과정의 발전도 고급 고깃집의 탄생을 이끌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윤태구 조리팀장은 “과거엔 사육·도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사료·운동량은 물론 부위에 따라 영양을 축적하게 하는 기술까지 도입돼 질이 높아졌다”며 “고기의 질이 고급화하면서 브랜드로 내세울 고기가 유통되고 또 판매하는 곳들이 문을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높아진 수준을 제대로 겨냥해 성공한 곳이 ‘본앤브레드’다. 한우유통업체를 운영한 아버지를 둔 정상원 대표는 2015년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부티크 정육점 겸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에서 먹으려면 3~4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돈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본앤브레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곳 고기를 사용한다는 식당들의 신뢰도도 같이 올라간다. ‘우텐더’가 대표적이다. 2016년 12월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연 우텐더 윤정우 대표는 지금도 본앤브레드의 1++ 한우를 받아 사용한다.

특정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한우 산지를 따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원가든과 투뿔등심·붓처스컷 등을 운영하는 SG다인힐은 최근 서울 청담동에 고기편집숍 콘셉트의 ‘붓처리서울’을 열었다. 매장 입구엔 예쁜 케이크가 들어 있을 법한 쇼케이스가 있는데, 여기에 쇠고기가 부위별·지역별로 진열돼 있다. 횡성·음성·함양·서귀포 등에서 자란 한우를 쓰는 우본 역시 ‘새우살은 횡성 한우’ 식으로 부위별로 사용하는 소의 산지가 각각 다르다.

달라진 고깃집,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