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이미 몇해 전부터 '피트니스' 시장은 급성장을 거둬 현재는 누구나 아는 '레드오션'이 되었다. 피트니스 관련 공유 경제 방식의 서비스도 시작되는 요즘. 중국에서 '피트니스' 시장이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만리장성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요가 매트를 깔고 명상에 잠기는 등. 그 거센 열풍 속을 한 번 들여다본다.
중국 만리장성 성벽 위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명상에 잠긴 사람들. / 사진 : 룰루레몬 제공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올림픽 숲 공원.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인파가 요가 매트를 하나씩 깔고 단체로 요가에 몰두하고 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조금 더 가슴을 열고~ 인핼(inhale·숨 들이마시기), 엑샐(exhale·숨 내쉬기)~.” 세계적인 요가 강사 배론 뱁티스트의 구호에 맞춰 잔디밭 광장 5000여 명의 사람이 하늘을 향해 일제히 길게 팔을 뻗는다. 지난 6월18일,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네 명의 유명 강사가 등장해 빈야사 요가, 파워 요가, 아쉬탕가 요가, 줌바 댄스 등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캐나다 스포츠 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언롤 차이나(unroll china)’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베이징에서만 지난해에 이어 벌써 두 번째로 개최하는 요가 행사다. 지난해에는 천안문 광장 앞에 약 1000여 명이 모였다. 올해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5000여 명이 공원에 모여 함께 요가를 했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베이징·상하이·항저우·광저우·청두 등 6개 도시에서 언롤 차이나 행사가 열렸고 모두 합해 약 8000여 명의 참여자가 몰려들었다. 모든 행사는 실시간 라이프 스트리밍 채널 잉커(INKE)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무려 12만 명이 이 방송을 봤다.
만리장성서 요가 삼매경 빠진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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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반나절 앞선 6월18일 오전에는 만리장성에서 사전 행사가 열렸다. 중국 전역의 스포츠 기자와 피트니스 산업 종사자들, 룰루레몬의 홍보 대사 등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의 상징이라고도 해도 좋은 만리장성에서의 요가 행사는 그 자체로 특별했다. 성벽 위의 탁 트인 공기를 온 몸으로 들이 마시며 몸을 비틀고 요가 매트에 앉아 명상에 잠겼다. 만리장성의 돌바닥이 타는 듯 뜨거워질 때쯤 2시간가량의 요가 수업이 끝났다.
만리장성에서, 광장에서 단체 요가 삼매에 빠진 중국인들. 이유가 뭘까? 지금 중국의 피트니스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그 중심에 요가가 있다. ‘언롤 차이나’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선보인 중국인 요가 강사 티파니는 “요가 영상을 실시간 라이프 채널 ‘잉커’에 올리는데 평균 시청자가 5만 명”이라며 “지금까지 약 5년간 해왔는데 최근 들어 특히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했다. 이미 그녀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이날 행사에서도 가는 곳마다 인파가 몰리며 사인 요청 공세에 시달렸다. 룰루레몬의 아시아 총괄 브랜드 디렉터 아만다 카스카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피트니스 시장이 바로 중국”이라며 “룰루레몬도 2016년에 모두 4개(베이징1, 상하이3)의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칭다오에도 단독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스포츠산업 활성화 정책도 한몫
요가뿐만이 아니다. 상해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알란 렁(37)씨는 “최근 2년 간 퍼스널 트레이닝을 의뢰하는 젊은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했다. 베이징 행사에 참가한 차이 웨이(29) 역시 요즘 사이클에 빠져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실내 사이클 운동을 한다. “최근 또래 사이에서 줌바 댄싱과 요가, 사이클의 인기가 좋은 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애슬레저 시장은 2015년 253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0년에는 431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 중국 내 전체 명품 시장의 규모를 압도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 피트니스 시장의 성장세가 반짝 현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만리장성 행사에서 만난 베이징의 스포츠 컨텐트 플랫폼 ‘랜딩 스포츠’ 기자인 미란다 우는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스포츠 산업 활성화 정책이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4년 10월 20일에 중국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중국 정부가 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중국이 향후 20년 내에 세계 최대의 피트니스 시장이 된다는 예측도 포함하고 있다.
일부에선 ‘급격한 경제 성장 이후의 피로감’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퍼스널 트레이너 알란 렁은 “베이징, 상하이 등 도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격무에 시달리며 이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이나 올바른 식습관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도 중국 내 피트니스 열풍을 부추겼다. 명품보다 운동으로 과시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도시의 젊은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운동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을 즐긴다. 시장 전문조사 기관 닐슨이 2015년 실시한 중국 피트니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최근 운동을 시작한 주된 이유로 운동 능력 향상(76%)과 함께 소셜 미디어 포스팅(60%)을 꼽았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럭셔리 매거진 <징 데일리(Jing daily)>의 제시카 랩 기자는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드는 것보다 어떤 운동 스튜디오에 다니며 어떤 운동에 몰두하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