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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우버'를 추월한 아랍의 '카림' 성장 비결

현존하는 스타트업 중 최고의 유니콘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우버'라고 할 수 있다. '공유'로 시작해 공유가 아닌 새로운 거대 시장 가치를 창출해 낸 우버의 저력은 대단하다. 우버가 진출하고 성공하지 못한 지역은 없을 정도로 데이타와 고객의 성향에 기반한다. 하지만 우버라고 매번 성공할 수 없는 노릇. 실제로 그런 일이 아랍에서 일어났다. 차량공유 시장의 거대 공룡이라고 할 수 있는 우버를 제치고 아랍에서 최고의 차량공유 기업으로 우뚝 자리잡은 카림의 성장 비결을 알아보도록 하자.

 

 

아랍의 토종 차량공유 스타트업 카림은 아랍 문화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지도로 더 많은 승객을 목적지로 데려다 주며 우버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성 패트릭의 날(3월17일), 우버는 승객에게 백파이프 연주를 들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우버가 특이한 마케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면 각종 기발한 행사가 펼쳐졌다. 수퍼볼 선데이에 열리는 ‘퍼피볼(Puppy Bowl)’ 때에는 우버 차를 타는 동안 강아지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강아지 입양을 알아봐줬으며,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그러나 ‘제물로 바칠 양’은 어떨까? 아직까지 우버 이벤트 목록에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중동에서 우버 최고의 라이벌이자 역내 유일의 유니콘 기업인 카림(Careem)의 경쟁력이 나온다. 덕분에 카림은 중동 차량공유 시장을 얻기 위한 싸움에서 우버보다 한 발 앞서 있다.

2016년 9월, 카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제의로 사용된 양고기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승객에게 제공했다. 지역 목장에서 양이나 염소를 사서 어떻게든 집으로 운반해 제사를 지낸 후, 고기를 친구와 가족,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눠먹는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전통을 현대인이 좀 더 편하게 지키도록 돕기 위한 서비스였다. “우리가 직접 잡아서 율법에 따라 도살한 후 의식을 치르고 요리해서 상자에 잘 나눠 넣었다”고 카림의 공동창업자 무다시르 셰이카(Mudassir Sheikha·39)는 말했다. 파키스탄 국적을 가진 그는 스탠포드를 졸업했고, 무엇이든 ‘최적화’시키고자 하는 엔지니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카림은 고기를 나눌 때에도 관습에 따라 승객과 승객 가족 및 친구, 그리고 불우이웃을 위한 상자로 나눠 3개를 줬다. 제식을 치르기 전 아이들이 양과 함께 놀 수 있도록 살아있는 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고객들도 있어서 픽업트럭을 확보해 직접 살아있는 양을 배달하기도 했다.



아랍 고객과 지역 특성, 수요에 집중



아랍 고객과 지역 특성, 인프라(의 부족) 등과 연관된 지역 특유의 수요에 철저히 집중한 덕에 카림은 모로코부터 파키스탄에 이르는 아랍권 국가에서 우버를 앞지를 수 있었다. 셰이카는 해당 전략을 통해 카림이 “중동에서 가장 많은 사람과 사물을 운송하는 업체”로 커갈 것을 희망한다. 승객 운송만으로도 시장은 아주 크다. 아랍권 인구가 7억 명에 달하기 때문에 하루 1억5000만~2억 건의 승객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셰이카는 믿고 있다.

카림은 5년 만에 11개국 60개 도시에서 1000만 명의 등록 이용자를 확보했다. 나중에야 아랍시장에 진입한 우버보다 확실히 많은 숫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캡틴’이라 불리는 운전수만 25만 명을 확보했다. 이용 건수는 지난 2년간 매월 25%씩 성장했다. 비상장기업이라 재무정보 공개를 선뜻 하지는 못하지만, 연매출이 수억 달러 정도이며 수익은 “1~2년 후 최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림은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다수 도시에서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셰이카는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시절 만나 창업을 함께 한 스웨덴 출신의 마그누스 올손(Magnus Olsson)과 각자 두 자릿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림은 중동 차량공유 스타트업 중 최초로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유니콘 대신 ‘유니낙타(uni+camel)’로 불러달라고 셰이카는 농담을 건넸다. 그와의 인터뷰는 우버 중동본부가 위치한 곳에서 겨우 한 블록 떨어진 두바이의 번쩍거리는 고층빌딩에 있는 카림 본사에서 진행됐다.

셰이카는 아랍권에서 기존의 대중교통 인프라를 건너뛰고 차량공유 서비스 전성시대가 바로 생겨날 걸로 예상했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에서 유선전화 단계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이 바로 보급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대중교통 체계가 발전하지 못했다. 도로 건설 및 정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국가는 있지만, 자동차 보급율은 아주 낮다. 수치로 보자면, 미국에서는 인구 중 80%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40%, 이집트는 5% 정도이고, 파키스탄은 2%도 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경우 아예 운전면허 발급 자체가 금지여서 상황은 더 열악하다.

공격적 경쟁으로 유명한 우버가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에서 35억 달러 거금을 투자 받긴 했지만, 2013년 8월 우버보다 1년 앞서 중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카림은 시장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카림이 국영 통신사 사우디 텔레콤과 일본 전자상거래 대기업 라쿠텐에서 받은 4억2500만 달러는 우버가 벤처 캐피탈에서 모집한 자금 150억 달러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적어도 서비스에 있어서는 카림의 지도가 더 정확하고 전용 콜센터도 있어서 성적이 더 좋다.

우버와 카림 모두 예상치 못했던 호재가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랍 6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고 비자에도 제한을 두면서 아랍에서 미국으로 유학 와서 엔지니어와 중역으로 성장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교육을 받은 아랍인들이 고국으로 귀환하려는 의지(‘열의’로 표현할 수도 있다)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간 카림에서 새로 모집한 엔지니어의 15%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가 본국 귀환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8년간 근무한 셰이카, HP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카림의 중역 4명 중 1명과 같은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다. 엔지니어들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가장 큰 계기는 새로운 정부 출범 때문”이라고 카림의 인재 영입 총괄 닉키 헤이그(Nicki Hague)가 말했다.

중동으로 돌아온다는 건 중동이 벗어나지 못한 도덕적 난제를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법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전문직 다수 입장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카림의 영업에는 도움이 된다. 사우디 고객 중 80% 가까이가 여성이고, 전체 사용자 중 여성의 비중은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는 카림이 주요 교통수단”이라고 셰이카는 말했다.

셰이카와 올손은 함께 맥킨지에 다니던 2012년 카림을 창업했다. 올손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것이 계기였다. 창업 1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영진 연수 세미나를 받던 올손이 29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이다. 미국에서 대수술을 받고 목숨을 구한 그는 태국으로 가서 불교 승려들과 함께 명상을 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규모가 크고 의미 있는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틈 날 때마다 인생의 두려움 극복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올손은 스웨덴 명문 룬드 대학을 졸업하고 아랍어를 구사할 줄 안다. 팔레스타인에서 잠시 일을 하던 중 팔레스타인 여성과 결혼한 그는 아부다비에 정착했다. 셰이카는 잠시 휴직을 선택했지만, 올손은 맥킨지를 퇴직하고 나와 두바이와 아부다비 전역의 카페에서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가졌다. 그러다 중동 지역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며 몸소 불편을 겪었던 교통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주 출장을 가는 도시마다 개인 운전수를 두고 있었지만, 연락을 할 때마다 운전수가 먼 곳에 있어 올 수가 없었고, 그럴 때면 길을 잘 모르는 그의 형제나 사촌이 대신 와서 길을 헤매는 일이 반복됐던 것이다. “값은 반드시 먼저 흥정해야 했고,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했다”고 올슨은 말했다. “서비스가 말도 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해서 둘은 카림을 창업했다. 카림은 아랍어로 ‘넉넉하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 서비스를 제공했다. 활동 지역은 500평방피트 면적의 두바이 면세사업지구 미디어시티였다. 이후 고객들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카림의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 주려는 여성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카림은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보다 대중적인 서비스로 성장했다.



두바이 면세사업지구에서 시작해 성공



초기에는 카림도 부정확한 지도와 주소 혼동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두바이 주민은 택시에 타면 거리 이름보다 지역 건물의 이름을 대는 경우가 많았고, 파키스탄에서는 “식품점을 지나 두 번째 골목 오른쪽” 집으로 가자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상품 총괄 와엘 나피(Wael Nafee)는 말했다. 수백 가구가 있는 두바이 주거지구 주메이라 빌리지 트라이앵글이 구글 지도에 등록되기도 전, 셰이카는 휴대전화를 손에 쥔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가능한 많은 GPS 정보를 기록하게 했다. 현재 카림에는 GPS 전담팀이 있어서 지역 전체에서 동일한 작업을 진행하며 자체적으로 위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과 노키아 지도가 대단하긴 하지만, 아랍쪽에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나피는 말했다.

우버와 달리, 카림은 글로벌 시장 정복을 노리지 않는다. 중국 디디추싱이나 인도 올라캡 등 각국 토종 차량공유 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카림 또한 실리콘밸리 노하우와 현지 시장에 특화된 전문성을 합해 아랍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중동의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는 우버가 ‘쿨’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카림은 소셜미디어를 노련하게 활용한 마케팅과 유튜브에 올리는 풍자적 느낌의 동영상(아침 드라마를 흉내낸 광고)으로 신세대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