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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트럼프의 '강철주먹 내각', 3人은 어떤 인물일까?

미국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의 성향에 따라 세계 경제·정치 질서는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의 강경 발언과 잇따른 정책발표가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가운데, 대통령 측근의 프로필도 인상적이다. 미국 정치노선은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북미정상회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의 내각을 구성하는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래리 커들러는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자.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 존 볼턴

 

▎1. 미국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사진:연합뉴스 / 2.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발탁된 미국 내 대표적 네오콘 존 볼턴. / 3. 경제를 통해 전쟁을 이끌 래리 커들러 백악관 차기 국가경제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강철주먹 내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 뉴스를 접했을 때의 느낌이다. 미국 외교·안보의 양 축이 마침내 전쟁내각으로 진화됐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플레이어는 무력으로서의 오른손인 국방부, 대화로서의 왼손인 국무부로 구성된다. 보통 왼손 잽으로 출발하지만 더 이상 상대와의 접점이 없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른손 훅이나 카운터블로로 제압한다. 1776년 독립 이래, 아니 그 이전부터 전쟁으로 날과 밤을 새운 나라가 미국이다. 짧게는 일주일 단위도 있지만 최하 1년 이상을 끈 전쟁도 독립 이래 18회나 된다. 베트남전은 최장 17년4개월이다. 2위는 16년7개월로, 아직도 진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이다. 추정컨대 로마를 제외할 경우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가 미국이다. 로마처럼 변방의 외침이 아니라 스스로 싸우러 나가는 침공·침략이 주다. 왼손만이 아니라 오른손의 역할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강하고 광범위한 곳이다. 언뜻 보면 평화의 사신처럼 느껴지지만 여기저기 최첨단 무기를 앞세운 카우보이 무력외교가 미국의 민낯이다.

 

인간 개개인이 그러하듯,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쉽고 빠르며 간단하다. 민주국가라면 그 같은 무력에 대한 유혹을 막기 위해 ‘시빌리언 컨트롤(Civilian Control)’, 즉 군에 대한 민간인 통제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유는 무력의 일방통행을 막으려는데 있다. 대화의 결과는 회복 가능하다. 대량살상으로 이어지는 무력시위는 한 번 터질 경우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이미 미 국방장관은 ‘미친개’란 별명을 갖고 있는 제임스 매티스다. 해병대 출신으로 미국이 가진 가공할 파워를 앞세운 해결사다.

 

역대 미국 외교·안보사를 보면 채찍인 국방부에 대한 균형점 찾기는 백악관의 인사 현안 중 하나다. 평화의 사도로서의 국무장관은 당연하고, 국방장관조차 당근의 색채를 가미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1기 집권기의 국방장관인 윌리엄 페리, 43대 부시 대통령 당시의 럼즈펠드 기용은 좋은 예다. 윌리엄 페리는 수학 전공 대학교수, 럼즈펠드는 외교·국방 전문 정치인이다. 국무부의 경우 원래 관료 출신이거나, 군 또는 정보와 무관한 장관이 대세다. 빌 클린턴 2기 집권기의 올브라이트, 오바마 2기 집권기의 힐러리 클린턴이 그 같은 영역에 들어간다. 가능하면 채찍으로서의 국방부 이미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백악관 인선의 기본 방침이다. 전쟁과 같은 비상시국은 예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등용은 전쟁내각의 출발점이다.


 

아프가니스탄행 수송기의 미군 병사들

 


▎2009년 아프가니스탄행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에 탑승한 미군 병사들. 미국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코리아임무센터, 北 망명지도자 육성?

 

미 중앙정보부(CIA) 국장 출신의 폼페이오는 강성외교의 대명사다. 김정은 제거부터, 북한 선제타격, CIA 내 코리아 임무센터(KMC) 개설과 같은 북한 관련 강철주먹의 상징으로 활동해 왔다. 추측컨대 김정은이 가장 무서워할 ‘실질적인’ 존재가 폼페이오일 듯하다. CIA 내 코리아임무센터는 북한 관련 정보만 수집하지 않는다. CIA 활동 내역을 고려한다면 김정은 타도, 망명정부 같은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망명지도자 육성도 전망된다. 김정남 암살은 그 같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북한 스타일 선제보복이다. 그러나 김정남의 아들이 살아 있다. 정보·돈·조직에 기초한 CIA의 복안은 아직 건재하다. 폼페이오는 그 구상을 직접 지휘한 상태에서 국무장관에 발탁된 것이다.

 

폼페이오의 강성외교는 북한만이 아닌, 전 세계에 모두 적용된다.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란 사이의 핵관련 재협상이 그중 하나다.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데 대한 비난도 있지만, 이란과의 재협상은 폼페이오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증명해 주는 좋은 예다. 당초 합의안인 ‘이란은 더 이상 농축우라늄을 축적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간 신형 원심분리기를 포함해 농축 연구와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를 전면 부정한다. 이란을 핵무기 제조 가능성 제로 상태로 만들자는 것이 폼페이오의 생각이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보듯, 트럼프는 기존에 이뤄진 협상 결과를 부정한다. 원치 않을 경우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원칙대로 하자면 재협상은 서로 간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그 같은 합의는 쌍방의 힘이 서로 비슷할 때나 가능하다. 3월 말 한국이 FTA 재협상을 통해 외환 안정화 불개입을 약속한 것은 한미 간 국력 차를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 내 미군 주둔과 관련해 한국이 싫다 하면 미군 철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의문이다. 한국의 의사가 아니라 미국이 원할 때까지 미군 철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미군 철수를 주장해도, 이와 반대로 미군 주둔을 원한다고 해도 미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실화될 수 없다. 한국이 이런저런 수단을 통해 미군이 나가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할 듯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만약 워싱턴이 한국 내 미군 주둔을 원할 경우 미국도 각종 카드를 던질 수 있다. 양과 질이란 측면에서 어느 쪽 카드가 유효할까? 미군 가족의 본국 철수 하나만으로도 한국 내 주식과 외환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사대주의라고 비난할 듯하지만 미군 주둔 여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의향에 의해 지배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나설 경우 상대방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제사법재판소(ICJ)·국제무역기구(WTO)에 달려가 소송한다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이다. 상식이지만 국제 무대에선 힘이 정의다.

 

5월은 이란과의 재협상 여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때부터 주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란 핵 문제 재협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이다. 폼페이오가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란과의 재협상은 미국 의회의 지지가 필요하다. 폼페이오는 미국 캔자스주 4선 하원의원이다. 캔자스주는 미국 내 흑인 빈곤의 상징이다. 폼페이오는 마이너리티 지역구를 가진 정치가다. 국무장관 지명에 따른 의회 내 승인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반(反)트럼프 리버럴 미디어의 억측에 불과하다. 이념과 당이 달라도 의회로 가면 서로 친구 관계다.

 

이란 핵무기 중지 촉구하는 시위


 


▎2009년 미국 워싱턴에서 이란의 핵 활동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중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의회 상대로 북한 폭격을 설득할 적임자

 

폼페이오는 CIA 국장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매듭지은 인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취임 당일에 첫 번째로 방문한 기관이 CIA 본부다. 폼페이오는 트럼프의 관심에 힘입어 CIA 요원 사기 진작에 나선다. 부하 직원에게 권한을 일임하면서 조직 전체를 활기차게 만든다. 힐러리의 아성이자 리버럴이 지배한 국무부가 내리막인 데 비해 CIA는 상승세다. 트럼프는 자신을 조사 중인 미 연방조사국(FBI)과 국무부를 불신한다. 트럼프 등장 후 한국을 포함해 신임 대사가 없는 나라가 여럿 있다. 미국과 소원한 나라에 대한 무언의 경고라는 측면도 있지만 국무부에 대한 트럼프의 불신도 이유 중 하나다. “봐라, 대사가 없어도 국방부와 CIA만으로도 잘 돌아가는 게 외교다. 세금도 아낄 겸 추가로 증원될 외교관은 더 이상 없다”는 메시지다. 그 덕분에 국무부의 업무 분량은 오바마 때에 비해 엄청 늘어나게 된다.

 

폼페이오는 CIA 조직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정보를 의회 동료 의원 모두에게 전달한다. 공화·민주 구별하지 않았다. 폼페이오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마친 뒤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워싱턴은 좁다. 그는 하원의원이 되기 전, 트럼프에 발탁되기 전부터 워싱턴과 의회 내에 친구가 많았다. 따라서 의회를 백악관과 국무부를 연결하는 역할에 나설 것이다. 이란 재협상에 관한 의회의 지지도 폼페이오가 이끌어낼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에 나설 경우 트럼프를 대신해 의회를 설득할 인물이 폼페이오다.

 

트럼프의 전쟁내각은 존 볼턴 전 유엔대사 기용으로 한층 더 분명해진다.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다. 트럼프와 매일 만나면서 외교·안보에 관한 문제를 논의·제언·평가하는 자리다. 한국 청와대에서 보듯, 권력의 강도는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을 매일 접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폼페이오나 매티스보다 한층 더 강력한 자리다. 볼턴은 이란 정부 전복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예방적 전쟁을 적극 주창하는, 초강성 인사다.

 

폼페이오가 강성이라고 하지만 볼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볼턴은 43대 부시 대통령 당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공격 근거 만들기의 최선봉에 섰다. 냉전 당시의 보수주의를 이어받는, 이른바 네오콘의 대명사다. 힘을 통한 미국의 이익 수호와 확대가 볼턴의 지론이다. 리버럴 미디어는 볼턴을 강철주먹 하나로 살아가는 깡패로 묘사한다. 그러나 볼턴을 지지하는 미국인도 결코 적지 않다.

 

볼턴은 예일대 출신이다. 1960년대 말 미국의 대학은 베트남 반전운동의 해방구였다. 동부의 명문 예일은 평화운동의 총본부에 해당한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베트남전쟁 지지자는 악의 화신으로 통했다. 볼턴은 그 같은 분위기 속에서 거꾸로 닉슨과 공화당을 지지했다. 대학 재학 중 공화당 부대통령 스피로 에그뉴(Spiro Agnew) 사무실에서 인턴으로도 일한다. 미국에서 네오콘으로 불리는 사람의 대부분은 베트남 반전운동 당시 닉슨을 지지하면서 탄생됐다. 반공을 통한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과정에서 베트남전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사실 베트남의 미군 참전은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가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이 뿌린 씨앗을 공화당이 수습하는 과정에서 닉슨이 평화의 적으로 전락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보호관세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볼턴, 대세의 정반대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네오콘 볼턴의 행적은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볼턴은 이미 17세 때 대통령 선거운동에 참가했다. 그 유명한 1964년,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후보를 위해 학생봉사원으로 활동한다. 당시 민주당 후보는 케네디 암살 후 얼떨결에 대통령에 오른 린든 존슨이다. 골드워터는 남부 백인들이 지지하는 후보로, 당시 민주당이 주도한 흑인의 공민권 운동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기독교 보수계의 거두다. 공립학교에서의 흑백분리 교육을 주장하고 소련의 핵 공격으로 미국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반공의 기수이기도 하다. 21세기 기준으로 본다면 극우 반공 인종차별주의자쯤으로 보일 듯하다.

 

배리 골드워터는 굵고 검은 뿔테 안경과 함께 강경하고 단호한 연설에 능한 정치가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정치가로 비쳐질 수 있다. 볼턴처럼 애국심에 불타는 10대 청소년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직접 선거운동에 도우미로 나서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베트남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하트형 사랑마크를 대신해 비핵화에서 시작된 평화마크가 청년 문화의 상징으로 정착됐던 때다. 볼턴은 당시 대세의 정 반대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 한국식 표현을 빌리면 사춘기 이래 신념과 확신으로 무장된 골수 보수주의자다.

 

전쟁내각은 무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3월 14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NEC)에 오른 래리 커들러는 경제를 통해 전쟁에 임하는 강철주먹이다. 커들러는 과거 뉴욕연방은행을 거쳐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백악관 예산국에서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반(反)글로벌주의자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무역적자나 노동비자, 이민자에 관한 단호한 조치를 역설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똑같은 논조다. 참고로 아메리카 퍼스트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보통 글로벌 이슈가 아닌 미국과 미국인을 우선시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둘째는 미국이 세계 최고라는 뜻도 갖고 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지만 글로벌과 무관하게 미국과 미국인을 우선할 경우 결국 미국이 세계 최고로 유지될 수 있다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다.

 

커들러가 전쟁내각 핵심 인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에서 비롯된다. 무역적자와 지식재산권 도용과 관련해 반(反)중 경제보복을 주창해 온 인물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무역정책, 세금,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담당하는 정부의 경제사령탑이다. 4월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사실상 최고 실무자가 커들러다.

 

한국 신문·방송을 접하면 미국에 맞선 중국의 보복이 더 크고 효과적으로 와 닿는 듯하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를 그대로 옮긴 느낌도 든다. 미국 국채를 팔아 미국 경제를 패닉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좋은 본보기다. 미국 국채를 팔 경우, 미국도 문제겠지만 더 큰 피해는 중국에 돌아간다. 국채를 팔면 중국 위안화가 넘친다. 따라서 중국 내 인플레가 급등한다. 위안화가 추락하고 부동산이 폭등한다. 수출 단가도 더불어 급등한다. 일본이 위기 시 미국 국채 매도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

 


▎지난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참관차 방한한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 등 미 지휘관들이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확산일로 모스크바 참사, 중국이 무시할 수 있을까

 

결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타나겠지만 의외로 중국의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은 극히 제한적이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은 1162억 달러다. 이에 반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4819억 달러다. 중국의 대미 흑자는 3657억 달러에 달한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3657억 달러 적자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대량으로 수입하고 적자도 많이 나는 미국 측의 보복 카드가 ‘4배 정도’ 더 많다. 나아가 외환과 금융 관련 카드도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18조5619억 달러다. 세계의 명목 GDP의 25% 정도다. 중국은 미국의 60% 정도인 11조3616억 달러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 1162억 달러는 미국 명목 GDP의 0.06%에 불과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4819억 달러는 중국 명목 GDP의 0.42%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무역을 통한 중국의 대미 의존도가 미국의 대중 의존도보다 7배 높다. 특히 수출을 통해 무역흑자가 하루 10억 달러씩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미 의존도는 훨씬 더 깊고 넓다. 중국은 미국에서 얻어낸 흑자를 활용해 해외 자원이나 산업 부품을 사들인다.

 

그러나 미국이 대중 경제제재에 유리한 이유는 경제만이 아닌 국제 정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다. 미국은 4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경제제재를 가해 왔다. 미국과 서방 측의 제재 이후 러시아 경제는 수직 추락한다. 주식과 외환이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4월 초에는 러시아 국영기업 14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됐다. 곧바로 주식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앞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미국의 카드들이다. 간단히 얘기해 중국의 알리바바를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제재하는 식이다. 러시아에서 보듯, 사회주의 국가는 덩치로 상대한다. 자본주의 국가처럼 적자생존으로 단련된, 치고 빠지는 경제 구도가 아니다. 약한 부분을 칠 경우 전체가 한순간에 넘어간다. 온실 속 화초는 태양 빛에 직접 닿는 순간 메말라간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모스크바의 참사를 중국이 무시할 수 없다. 치킨게임으로 갈 경우 중국이 먼저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러나 복병도 있다. 모든 적은 내부에 있다. ‘소비자=유권자’인 민주주의에 맞서 상명하복 독재자의 나라가 이길 가능성도 있다. 미국 미디어의 반(反) 트럼프 정서도 십분 활용될 것이다. 커들러는 그 같은 상황에 맞춰진 대중 경제정책의 저승사자다.

 

핵과 중국은 트럼프 전쟁내각의 키워드에 해당된다. 핵 문제엔 북한만이 아니라 이란도 포함된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이란과의 핵 재협상 문제는 곧 트럼프가 해결할 핫이슈가 될 것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다. 지난해 6월 단행된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재개에서부터 이민자 문제와 군대 내 동성애자 추방, 현재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은 대표적인 예다.

 

공약 실천의 정도로 본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수위에 오를 인물이 트럼프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는 핵심 공약에 해당된다. 공교롭게도 이란과의 재협상 시기는 북·미 정상회담과 겹친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는 동서남북 양동작전에 강하다. 전부 비틀고 흔들면서 제일 약한 쪽부터 공략해 나가는 식이다. 트럼프는 뉴욕의 부동산왕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란 이름 하나로 아파트 개발에 나선다. 시공사는 텔레비전 셀레브리티 트럼프를 앞세워 토지를 구입하고 투자도 얻어낸다. 물론 미리 입주자를 공모해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기도 전에 돈이 모인다. 뉴욕은 세계의 돈이 흘러 다니는 곳이다. 봉이 김선달에 비견될 수 있는, 입체적 사업 수완을 가진 뉴욕의 김선달이 트럼프다.

 


또 하나의 비즈니스 실전, 북핵 문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정책은 그 같은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또 하나의 비즈니스 실전에 불과하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북핵 처리 스타일을 보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 이익을 위한 협상 상대로 비친다. 북핵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애매한 입장도 있겠지만 동맹국에 대한 특별한 예우가 별로 없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은 물론 북과 남 나아가 일본도 흔들면서 북핵 문제를 다룬다.

 

5월 이후 트럼프는 북한과 이란 양쪽을 넘나들면 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볼 때 북한에 비해 이란 문제가 한층 더 수월하다. 핵무기가 있다고 해도 미국을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언제라도 공격에 나설 특공대도 기다리고 있다. 바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이다. 미국이 동의하고 도와준다면 언제라도 기습공격에 나설 태세다. 이스라엘은 북핵 관련 기술이 이란에 수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나라다. 이란과 북한은 일란성 쌍둥이로 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장을 요구하고 이슬람국가(ISIS)도 사라져 가는 상태에서 이란은 미국과 홀로 상대해야만 한다. 이스라엘과 반(反)이란·반(反)시아파를 통한 이란 공격은 5월에 들어서는 순간 워싱턴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이란과의 협상을 근거로 북핵 문제를 다루거나, 반대 차원에서의 대응도 가능하다. 물론 이스라엘을 최우선 형제 동맹국으로 받아들이는 네오콘은 이란 공격에 한층 더 적극적이다. 볼턴은 트럼프 바로 옆에서 이란 문제를 결정할 네오콘의 대표주자다. 이슬람 확산에 맞서는 성전으로서의 이란 공격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무력 침략 후 15년이 흐른 상태에서 네오콘이란 뉴스메이커로 재등장할 것이다.

 

한국 신문에 나오는 트럼프는 거의 비(非)이성·반(反)문명 전쟁광 정도로 느껴진다. 미국의 리버럴 미디어를 베낀 결과다. 단점만 캐면서 물고 늘어지는 식이다. 트럼프는 40% 가까운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대통령이다. 클린턴이나 오바마처럼 최고, 최저 30% 격차를 보이는 둘쭉날쭉한 지지율과는 다르다.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해준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올인하는 대통령이다. 폼페이오·볼턴·커들러 3역에 의한 강철주먹 내각도 40% 지지자들의 박수 속에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미국 국민이 받쳐주는 미국 대통령은 호감·비호감과 무관하게, 미국의 힘을 세계에 구체화시키고 있다. 5월은 북한·이란의 핵 문제로 내내 시끄러울 것이다.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는 러시아·대만으로 카드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약속할 경우 푸틴은 북핵을 어떻게 대할까? 대만에 미국 해군기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중국은 북핵을 어떻게 처리할까? 진짜 프로일수록 정면승부에 나서지 않는다. 수많은 전략적 카드를 통해 실력을 보여줄 뿐이다. 신록과 청춘의 계절 5월은 강철주먹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유민호 월간중앙 객원기자, ‘퍼시픽21’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