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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중국 반도체 산업 어디까지 왔을까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반도체산업도 조만간 중국에 따라잡힐지도 모릅니다. 2014년 '반도체 산업 추진 강요'를 발표한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 중국에게 막대한 적자를 입히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와 석유분야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중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743억 달러 중 반도체가 무려 7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어디까지 왔고,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반도체

2014년 6월,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강요’를 발표했다. 자국의 반도체 기술을 확 끌어올려 2030년까지 세계 선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반도체 매출액 기준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성장을 이끌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조 위안 규모의 ‘국가 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중국이 이렇게 반도체 산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임에도 반도체나 석유 등에서는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반도체 무역적자 규모는 1929억 달러로, 무역 품목 중 적자폭이 가장 크다.

 

특히 중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743억 달러 중 반도체가 무려 76%를 차지한다. 반도체 무역적자 규모가 큰 건 중국에 세계의 주요 IT 기업 공장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30%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6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수입했다. 세계 1위의 반도체 수입국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체 공급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국산화하지 않으면 막대한 무역적자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점유율도 이미 한국 뛰어넘어

중국 기술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비교적 시장 진입이 용이한 시스템반도체(중앙처리장치처럼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올라와 있다. 특히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개발 전문회사) 부문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5년 기준 팹리스 세계 톱 50위권에 중국의 14개사(社)가 진입했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도 4.1%로 한국(3%)을 추월했다. 파운드리(Foundry,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 부문에서도 세계 톱 12위권에 3개사가 진입해 있다. 그중 세계 5위인 SMIC는 세계 1위 TSMC에 비해 아직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퀄컴 같은 기업을 유치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부문에서도 ChipPAC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인수하면서 2014년 기준 세계 톱 15위권에 4개사가 진입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2016년 중국은 반도체 매출액 4336억 위안을 달성했다. 2002~2016년 중국의 반도체 성장률은 매출액 기준으로 연평균 22%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반도체 성장률 6.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이 세계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하드디스크처럼 데이터를 기억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력이나 시장점유율 모두 초라한 실정이다. 중국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이 자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 쓴 카드는 세계 유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한 각국 정부·의회에 부딪혀 줄줄이 좌절됐다. 2015년에는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뒤이어 샌디스크를 인수하려 했지만 역시 좌절됐다. 이듬해에는 독일의 엑시트론을 인수하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세계 유수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인수가 실패로 끝나자 중국은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지는 편이다.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하반기 32단 낸드플래시(NAND Flash, 영구저장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세대 96단, 72단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YMTC는 2019년 64단, 2020년 9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기술 격차가 3세대 3년 정도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32단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생산능력도 월 5000장 정도로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와 허페이창신(Innotron)은 D램(DRAM, 임시저장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허페이창신이 최근 삼성전자가 2014년 양산한 8Gb LPDDR4 D램의 시험생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본격적인 생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JHICC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D램 양산은 아무리 빨라도 2019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낸드플래시보다 더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10nm(1nm는 10억분의 1m)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은 32n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약 4~5년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D램산업은 지방정부 위주로 추진 중인 데다 기술적으로도 낸드플래시에 비해 난도가 높기 때문에 D램 분야의 본격적인 진출은 더 늦춰질 것 같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중앙정부가 직접 추진 중인 데다 기술적으로 D램보다 난도가 낮기 때문에 머지않아 한국을 위협할 공산이 더 크다. 이 때문에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7월 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5.89%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이 낸드플래시 생산을 늘린 데다 중국까지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중국의 낸드플래시 양산이 본격화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게 뻔하다. 반도체뿐 아니라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32단 낸드플래시를 장착한 저가 전자제품을 우선적으로 생산한다면 한국의 고가 전자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D램의 경우 당분간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과 미국(마이크론)의 2강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D램 당분간 2강 체제 유지할 듯

 

반도체 장비

반도체 기술의 난도를 감안할 때 중국이 아무리 자본을 투자하더라도 단시일 내에 한국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은 방심하지 말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 중국이 감히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 인력, 고급 기술 유출에 주의해야 한다. 또 중국에 비해 뒤떨어진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제고에도 힘써야 한다. 저사양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중국이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에 뺏길 수밖에 없는 파이 조각 이상을 시스템반도체에서 가져와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이다.

 

또 후방산업인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산업을 세계 톱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한국은 아직도 톱 10위권에 드는 기업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반도체 기업이 이들 후반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하드웨어 산업이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또 잘 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