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40세 4세 오너 등장! LG 구광모 회장의 과제는?

한국의 자산 규모 10대 그룹 최초로 4세 오너 경영인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6월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의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 구광모 회장인데요

예상보다 빨리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가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과 혁신 과제는 무엇일까요?

 

구광모회장

 

50세와 40세. LG그룹의 3세 경영인 고 구본무 회장과 4세 경영인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가 됐을 때의 나이다.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 4세 경영이 시작된 것은 LG그룹이 최초다. 그는 다소 갑작스럽게 70여 개 계열사를 둔 그룹의 회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경영수업 |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는 그룹 총수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주)LG 주주총회가 열렸다. LG전자 구광모 ID 사업부장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안이 가결됐고,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주)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재계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고 구본무 선대 회장과 비교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은 1975년 럭키에 입사 후 20여 년 동안 다양한 그룹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기획조정실에서는 전무와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경영 프로세스를 경험했다. 19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고, 6년 후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1978년생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고 구본무 회장의 첫째 동생)의 친아들로, 2004년 큰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됐다. 구 회장은 서울 영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학업 대신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두 곳에서 일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과장·차장을 지냈다.

 

2013년 한국에 돌아와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2015년 (주)LG 시너지팀 상무, 2018년 1월 LG전자 B2B사업본부 사업부장 상무 등을 역임했다. LG 관계자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재경, 상품기획, 판매, 생산 등 기업의 각 부문을 두루 경험하며 충실한 경영훈련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LG에 입사한 지 12년,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한 건 7년 남짓이다. 그룹 총매출 160조원의 거대 기업이자,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른 산업인 전자, IT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을 이끌기에는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경력이다. 전문가들도 회장 취임 100일밖에 되지 않는 터라 조심스럽지만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무래도 지주사 회장으로서 그룹의 비전과 전략, 운용을 책임지는 통 큰 매니지먼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글로벌 경쟁 전략 | 뒷걸음질하는 LG전자, 혁신성 찾아야 할 때

 

글로벌경쟁

 

LG그룹은 크게 전자부문(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화학부문(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 등), 통신·서비스부문(LG유플러스·LG CNS·LG상사 등)으로 나뉜다. 이 중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부문은 알다시피 전자부문이다. LG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LG그룹의 주력사로 매출액도 가장 높다. 지난해 매출 61조3963억원, 영업이익 2조4685억원이다.

 

문제는 LG전자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평가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월 16일 LG전자 주가는 6만3500원, 시가총액은 10조3916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LG전자 주가는 14만659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14분기 연속 적자의 나락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매출 25조6900억원을 올린 LG화학의 시가총액은 10월 16일 현재 22조4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6조원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도 17조원이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의 시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큰형’으로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부활 없이는 LG그룹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LG전자는 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은 “LG의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LG전자의 미래가치가 매우 낮다는 것은 그만큼 LG전자의 혁신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G전자와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는 LG디스플레이, LG화학도 침체되어 있다. 지난해 매출 27조7902억원을 올려 역대 최고 실적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엔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발 물량 공세로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력 사업인 LCD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LG화학도 중국 정부가 자국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펴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을 받았다. LG 관계자는 “LG화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수주한 물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구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음을 확인시켜준다.

 

비전 | ‘정도경영’ 넘어 혁신경영 선보여야 할 때

 

LG

 

그렇다면 구광모 회장은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나갈까? 구 회장의 경영 비전과 철학은 뭘까? 구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내에서 ‘회장’이라는 직함보다 여전히 ‘대표’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이 이를 원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선대 회장으로부터 겸손과 배려, 원칙에 대해 가르침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2월 구본무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LG그룹의 임직원은 10만여 명, 그룹 매출액은 30조원이었다. 구광모 회장이 이어받은 현재 LG그룹의 임직원만 22만명(국내 13만7000명, 해외 8만5000명), 2017년 그룹 매출은 160조원대다. 6월 현재 LG그룹의 지주사, 자회사, 손자회사 등을 모두 포함하면 70개사에 이른다. 선대 회장이 LG그룹의 매출 규모를 5배나 성장시킨 것이다.

 

고 구본무 회장이 내세운 경영 철학은 ‘정도경영’이다. 2005년에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이념을 근간으로 하는 LG 고유의 기업문화인 ‘LG Way’를 선포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후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을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지만, 자신의 비전과 경영철학은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 “준비가 안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구광모 회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이다. 지난 9월 첫 현장 행보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한 데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 공식적으로 문을 연 R&D 클러스터로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OLED, 자동차 전장부품,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가 진행된다. LG는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AR·VR 분야의 기술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현장 행보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LG그룹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LG그룹 관계자는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선대 회장이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것과 같이 우선순위에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LG사이언스파크가 성장 분야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부품 시장은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약 262조7800억원)에서 2020년에는 3033억 달러(약 333조47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블루오션 전략’ 이론을 내놓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석좌교수와 동료 교수인 르네 마보안 교수는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서 활동의 장을 옮기지 않고 레드오션에서 끝없이 경쟁하는 기업들에게서는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LG전자의 VC사업본부를 중심으로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전장부품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구 회장의 역량이 평가받을 것이다.

 

국내 현안 | 1조원대 상속세와 계열분리 해결 방법은?

 

상속세

 

 

LG는 한국 대기업 역사에서 독특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1대 구인회 창업주를 시작으로 2세대, 3세대로 내려올 때마다 별다른 잡음 없이 총수 가족의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이다. LIG그룹, LS그룹, 아워홈, 엘비인베스트먼트 등이 총수 가족의 계열분리로 탄생했다.

 

 구자경 회장의 장남 구본무 회장이 LG를, 차남(구본능)과 사남(구본식)은 희성그룹을 꾸려 독립했다. 삼남(구본준)은 LG그룹에 남았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총수가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하게 된다.

 

재계의 관심은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 방정식이다. 쉽게 말해 어떤 계열사를 갖고 나갈 것이냐다. LG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와 관련해 방법과 시기 등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화학 전무(1996년), LG필립스LCD 대표(1999~2006년), LG상사 대표(2007~2010년), LG전자 부회장(2010~2016년) 등을 역임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전자 중 한 기업을 선택해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LG생활건강도 선택지의 하나로 꼽힌다.

 

구광모 회장이 원활한 승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1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것이다. (주)LG의 지분을 살펴보면 고 구본무 회장이 11.28%(1945만8169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구본준 LG 부회장이 7.72%, 구광모 회장이 6.24%,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5%,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4.4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주요 특수관계인이 46.68%를 보유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구 회장이 상속받으면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내야 할 상속세는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숙제다. 물론 구광모 회장이 선대회장의 지분 중 1.5%만 물려받아도 최대주주가 된다.

 

구광모 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8월 검찰은 LG그룹 탈세 혐의 조사 과정에서 구본능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구본능 회장이 LG상사 지분 1.7%(64만2766주)를 LG그룹에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누락했다는 혐의다.

 

LG상사 지분 매각금액은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으로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구본능 회장이 2014년 말 당시 구광모 상무에게 (주)LG 보유지분 5.13% 중 1.1%(190만 주)를 무상으로 증여해 구광모 상무를 (주)LG 3대 주주에 오르게 한 사례도 있다.

 

구광모 회장이 상속세 해결 등을 통한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회장 취임 2주 만에 단행한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7월 16일 (주)LG는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주)LG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동안 (주)LG를 이끈 하현회 부회장은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계열사 수장 자리를 맞바꾼 갑작스러운 인사였다.

 

당시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이가 권영수 부회장이다. 그는 LG전자 재경부문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핵심 계열사를 거친 ‘재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재무통을 지주회사로 부른 것은 안정적인 지분 상속 및 구본준 부회장 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 관계자는 “상속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재계는 올해 연말 있을 인사이동도 구 회장의 다음 행보를 보여줄 단초로 여기고 있다. 인사이동과 관련해 “당분간 안정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인사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의견과 “40세 총수의 행보를 선명하게 보여주려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올 연말 구광모 회장이 단행할 인사는 그룹에 여러 가지 시그널을 주게 된다. ‘그룹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어서다.

 

 

어떤 이들이 중용되느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을 구 회장의 측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로는 그가 처음 경영수업을 받았던 LG전자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동문, 미국 주재원으로 활동할 때 인연을 맺었던 이들을 들 수 있다. 아직까지 구광모 회장의 측근이라고 분류되는 인맥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LG그룹은 한국의 10대 그룹 최초로 4세 경영을 시작했다. 가족기업의 생존율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떨어진다. 구 회장이 성공한 경영자로 남는다면 한국 기업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는 셈이다.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난 까닭에 아직은 구 회장을 평가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다.

 

LG 관계자도 “당분간은 그룹 경영 전반을 차분히 검토한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경영대 교수나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구 회장) 본인의 입으로 그룹 비전과 경영철학, 운용 전략 등을 내놓지 않는 것은 준비가 덜 된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재계는 “구 회장의 성공이 LG의 성공이고, 구 회장의 실패는 LG의 실패”라는 한 재계 인사의 너무나 당연한 코멘트를 염두에 두고 부 회장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