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시장에 도전해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으로 지난 2018년 ‘새벽식탁’ 배송서비스를 실패한 경험이 있지요.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인지 타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투자 비용이 턱없이 적어요. 이미 새벽배송 시장에선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이 성공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요?

 

현대백화점 식품관 직원이 ‘투홈’ 주문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8월 22일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동시에 선보이는 것. 현대식품관 투홈은 ‘현대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통째로 집에 배송해준다’는 콘셉트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밤 11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집으로 배송해준다.

마켓컬리가 지난 2015년 처음 시도한 새벽배송은 이후 쿠팡·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이 잇따라 진출하며 급성장했다. 새벽배송의 원조로 불리는 마켓컬리는 현재 1만4000여개의 상품을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새벽 7시까지 배송하고 있다. 전체 상품군 중 식품 비중이 85%에 달하며, 프리미엄 식재료를 갖춰 ‘강남맘 앱’으로 불린다.

 

쿠팡은 서울 지역 기준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송하는 ‘로켓프레쉬’ 서비스로 고객을 끈다. 신선식품 8000여개를 비롯해 총 600만개 가량의 상품을 취급해 상품 품목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상품을 내세웠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해 델리·베이커리·디저트 등 가공식품 중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상품 4000여 개를 엄선했다는 설명이다. 또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53개 유명 맛집의 1000여 개 가공식품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SSG닷컴 1조 들였는데 현대百 300억원 투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해 유명 맛집의 요리를 오후 11시까지 주문하기만 하면, 다음날 아침에 집에서 간편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며 “맛집 고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레시피를 철저히 지키고 곁들임 음식 등도 함께 상품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대상이다. 이외 지역(제주도 및 도서·산간지역 제외)은 오후 8시까지 상품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백화점업계에선 최초로 프리미엄 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새벽식탁’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에서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오픈 초기 “1인 가구 증가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선식품·가공식품·즉석반찬·주방용품 등 100여 개의 제품을 운영하고, 올 연말까지 배송 가능 제품을 6000여 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화점 매장 상품을 중심으로 한 새벽식탁 서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대규모 물류센터가 없었고, 롯데나 신세계처럼 대형마트가 없어 거점으로 삼을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적었다. 게다가 주문 마감시간도 빠르고, 서비스 지역도 제한적이었다. 결국 배송시간은 마켓컬리에, 상품가짓수는 쿠팡에 밀리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 사이 새벽배송 시장은 더욱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식품 거래액은 2015년 6조2870억원에서 2019년 16조8088억원으로 늘었다. 그중 새벽배송 시장은 1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로 팽창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1조5000억원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백화점 매출이 수년째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벽배송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여러 업체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이만한 ‘블루오션’이 또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에 불과한 데도 불구하고 새벽배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다.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성공적 안착도 현대백화점의 재도전에 영향을 주었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지난해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해 1년 만에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닷컴은 한 해 누적 주문 건수 300만 건, 주문 상품 수 4200만개, 구매 고객수 75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벽배송으로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도 지난해 1만개에서 올해 2만8000개(식품 비중 40%)로 3배로 늘었다. 론칭 초기 3000건 수준이던 일일 처리 물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월부터는 1만5000건까지 증가했다.

‘새벽배송 재수생’인 현대백화점은 앞선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식품 온라인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은행(IB)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들인 투자비용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을 시작하면서 1조원을 투입하고, 마켓컬리의 기업가치가 이미 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다소 보수적인 투자 금액으로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2년 전 변변한 물류센터가 없었던 점을 교훈 삼아 이번엔 경기도 김포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상품 입고와 보관·포장·배송 등 물류 관련 업무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에게 위탁했다. 대형마트와 물류 계열사가 없어 물류와 배송을 모두 외부에 맡겨 해결한 것이다.


현대百 “상품·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할 계획”


업계에선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사와 비교해 오프라인 거점이 부족하고, 물류센터 규모가 협소한 점은 새벽식탁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e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사업은 이제 유통기업에겐 필수 과제가 됐다”며 “현대백화점은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어 일단 시장에 진출하지만 ‘구색 맞추기’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후발주자로서 일단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손성현 현대백화점 온라인식품담당 상무는 “이번 온라인몰 오픈은 백화점 식품관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다 많은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확대한 것”이라며 “기존 백화점 식품관 이용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고객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 기반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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