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나 블로그에서 마음에 들었던 패션을 한곳에서 보고 구매까지 할 수 없을까요? 방금 지나간 사람이 입은 치마 브랜드가 궁금한데 어디서 찾으면 될까요? 대학 시절 이런 갈증을 직접 풀기 위해 스타일쉐어를 창업한 윤자영 대표의 안목이 Z세대의 니즈와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근 2년 만에 만난 윤 대표의 어깨가 전보다 무거워 보였다. 올해 1월부터 스타일쉐어와 온라인 편집숍 29CM의 대표를 겸임하게 되면서 책임져야 할 업무도, 인원도 두 배가 됐다. 어느덧 창업 10년 차를 맞은 스타일쉐어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달라진 소비 패턴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윤자영 스타일쉐어/29CM 대표를 만났다.
포브스코리아 독자들에게 스타일쉐어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주 타깃층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 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접하며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그전 세대와 쇼핑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들에게 맞는 새로운 쇼핑 방식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SNS와 쇼핑 경험이 결합된 10~20대의 소비 트렌드를 가장 먼저 짚고 시장을 리드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일쉐어 전체 사용자(8월 기준 670만 명) 중 70%가 15~25세다. 2011년 스타일쉐어를 창업할 당시 이런 트렌드 변화를 예상했나.
이젠 옷을 진열해놓고 파는 쇼핑 방식이 아니라 남들이 입은 옷, 화장법 등 구매자들이 직접 만드는 콘텐트가 대세가 됐다. 단순 구매가 아니라 구매 전후로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 문화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2011년 당시는 한국에 모바일 플랫폼이 확산하던 시기였고,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의 쇼핑 방식이 변화할 거라 예상했다.
스타일쉐어는 패션 콘텐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이커머스까지 도입했다. 첫 사업 계획부터 이 같은 비전이 있었나.
그렇다. 블로그 같은 곳에서 패션 콘텐트를 보다가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 사이트로 이동해서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1년에 커뮤니티 방식으로 론칭 후 6년 뒤인 2015년에 상품 구매까지 가능한 커머스 기능을 도입했다.
현재 스타일쉐어는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5위권에 진입해 있고, 누적 가입자 수는 8월 기준 670만 명을 돌파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젊은 세대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해나가고 있다. 고객들이 변화에 가장 빠른 세대라 우리도 계속해서 운영 방식을 바꿔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벅찰 때도 많지만 수시로 바뀌는 콘텐트 소비 방식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근래 스타일쉐어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지난해 여름에 개발한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지난 1월부터 도입했다.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큰 투자였다. 사용자가 라이브 방송을 직접 송출하고 그 안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즉시 구매로 이어지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국내에서는 이른 시도였다. 아직 반년밖에 안 됐지만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게 벌써 느껴진다.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스타일쉐어는 사용자들의 후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최근 인플루언서들이 패션·뷰티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 우리 플랫폼 안에서도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래서 일반 사용자 후기로만 운영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MCN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팬덤을 갖고 있는 메가톤급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더 재밌는 콘텐트들을 만들고자 한다. 스타일쉐어 안에서도 영향력이 커지는 크리에이터가 많이 생기면서 크리에이트 비즈니스 업무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
올 초 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이 550억원에 이르렀다. 이번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스타일쉐어와 온라인 편집숍 29CM(2018년 인수) 모두 다른 서비스엔 없는 특징이 있다. 스타일쉐어는 하루에 수만 건씩 생성되는 콘텐트와 수십만 건의 채팅에서 나오는 잠재력이 있다. 29CM도 상품만 모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뭘 사고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성격의 플랫폼은 아직 국내에 29CM와 ‘오늘의 집’뿐이다.
스타일쉐어가 가진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젊은 세대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를 소비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Z세대의 경우 트렌드와 유행을 파악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들은 사진과 영상으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한다.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때그때 방식은 다를 수 있으나 본질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스타일쉐어에 입점한 브랜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3000여 개 브랜드와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과 해외 명품, 라이프, 헬스케어, 테크까지 카테고리를 더 늘렸다. 스트리트 브랜드 등 저렴한 제품부터 나이키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까지 가격과 상관없이 ‘플렉스’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무통장 입금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편의점 결제 시스템이 10대 사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주 사용자층이 10대~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소지자가 많지 않다. 처음엔 ATM 입금기능으로 시작했는데 상품 가격과 입금 가격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겼다. 상품 가격이 3만9800원이면 ATM으로 이를 정확하게 입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편의점 결제 방식이다. 편의점은 은행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고, 편의점에서 우리가 제시한 바코드를 찍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그 외에도 스타일쉐어에서는 신용카드보다 여러 간편결제 툴이 훨씬 많이 쓰인다.
일하는 방식이 IT 기업에 가깝나, 패션 기업에 가깝나.
패션 기업이 트렌드를 잘 예측하고 거기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우리는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IT 기업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스타일쉐어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
지난해 70여 명이었던 스타일쉐어 구성원이 올해 150여 명까지 늘었고, 29CM를 인수하면서 전체 조직 인원이 300여 명으로 확대됐다.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합의된 규칙을 명문화하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행동과는 타협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몰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1순위다.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 식사비 무제한 지원 등의 제도를 도입한 것도 구성원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의사결정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유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원칙은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궁금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말 이게 최선이었는지’, ‘다음번에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는 회의를 자주 갖는다. 예를 들어, 오전에 버그가 발생했는데 밤늦게야 해결된 경우, 발생 시간부터 타임라인을 짚어가며 상황을 회고하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댄다. 이를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수를 했을 땐 경위서를 쓰지 않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공유하지 않으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한다.
2018년 인수한 29CM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1월부터 29CM 대표를 맡고 있는데 스타일쉐어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나.
최근 2년 새 매출이 4배 정도 늘었다. 2017년 250억원 수준이었던 거래액이 올해 18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치는 10배 성장이다. 스타일쉐어와 29CM는 주 타깃층이 다르지만 젊은 세대가 원하는 콘텐트를 제안함으로써 쇼핑으로 연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9CM는 브랜딩, 마케팅, MD 등 강력한 콘텐트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타일쉐어가 가진 기술적인 노하우를 도입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어스’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 스타일쉐어가 론칭한 첫 브랜드인데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 설명한다면.
3000여 개 브랜드와 일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니즈는 있지만 브랜드들이 공급하지 않는 상품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양한 이유로 상품이 있어도 고객 니즈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 베이식 웨어, 이너웨어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고 어스 브랜드를 시작했다. 이너웨어, 기본 아이템, 데님 등을 주로 만들고, 유저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한 후 완제품을 선정한다.
스타일쉐어와 29CM가 지향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스타일쉐어는 패션, 29CM는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이 시대 젊은 세대들이 참고할 수 있는 트렌드를 계속해서 제안해주는 회사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는 패션에 집중하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라이프스타일로 넘어가듯이 변해가는 소비 패턴과 가치관에 맞는 트렌드를 만들고 제안하는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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