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맛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어요.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한국인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 하나인 ‘라면’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집에서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라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요.

 

미국 시내 버스에 걸린 농심 라면 광고. / 사진:농심

 

K-라면의 인기가 올 상반기 고공행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체적인 수출 시장은 울상이지만 ‘라면’만큼은 달랐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중국, 일본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0년 7월 누계 농림수산식품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61.1% 늘었고, 중국과 일본 역시 각각 48.7%, 50.7% 성장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라면의 중심에는 농심이 있었다. 삼양식품, 팔도, 오뚜기 등의 해외 매출액이 모두 올랐다지만, 업체별로 농심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농심 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3억97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5억2000만 달러로, 30.9%나 늘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는 매출액이 29.8% 성장했는데,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현지 제조 제품을 판매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98개국 나라의 매출액 상승률은 34.7%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 20% 많은 9억5000만 달러로 잡았다. 농심 라면 승승장구의 원동력을 분석해 보았다.


비결 1 | 미리 일군 유통채널, 코로나19로 빛 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라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약 1조13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행하면서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대용으로 라면을 찾았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aT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통마켓인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상반기 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51% 증가했고 아마존은 79% 성장했다.

농심은 2013년부터 미리 구축해놓은 세계 유통망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농심은 미국 유통망을 탄탄히 다져왔다. 2013년 한국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은 후, 대도시 매장을 시작으로 소도시 중소형 마켓까지 제품 공급을 늘려왔다.

 

그 결과 2017년 6월, 미국 전역 4692개의 월마트 모든 매장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 이는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한국 식품이었다. 실제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코카콜라·네슬레·펩시·하인즈·켈로그 등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들뿐이다.

 

농심 라면은 2018년엔 미국 코스트코에도 입점했다. 또 농심 라면 제품 중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고 매장에서 봉지라면으로는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한정된 교포시장이 아닌 미국 전역 시장의 유통망을 갖춘 셈이다.

농심 라면의 중국 유통망은 전자상거래 업체인 타오바오 중심으로 형성됐다. 농심은 2013년에 신라면을 한국 라면 최초로 타오바오몰에 입점시켜 정식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김치라면이 중국시장 공략의 주력 상품으로 타오바오몰에서 라면 판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는 매년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결 2 | 가격(1달러)은 살짝 비싸지만 고품질로 승부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심 라면 가격은 비교적 비싼 편이다. 미국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라면은 3~4개를 한 패키지에 담아 1달러 수준에 판매하는데 반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일본 브랜드 라면은 주요 소비자가 저소득층이지만 농심 라면은 저소득층 제품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가격은 비싸도 ‘프리미엄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현재 미국 국방부 등 주요 정부시설에도 라면 최초로 입점, 판매되고 있다.

고품질 전략은 ‘맛’으로 나왔다.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농심 라면은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신라면블랙’이었다. 이번 평가는 뉴욕타임즈 와이어커터팀이 셰프·작가·평론가 등 7명의 음식 전문가들로부터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라면을 추천 받았고, 최종 선정된 11개 라면을 시식해 매긴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했다.

 

이들이 꼽은 11개 라면에는 한국 라면 4개, 일본 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는데 이중 한국 라면은 모두 농심 제품이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 나온 라면 음식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3위를 차지했고, 신라면 건면이 6위를, 신라면 사발이 8위를 차지했다.


비결 3 | 美 LA, 中 상해·심양에 현지 공장 설립


현지에 공장을 세운 것도 매출 증진에 한몫했다. 농심은 현지 공장을 활용해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다. 또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제품을 고품질로 완성했다. 일본 라면 회사는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외부에서 면과 스프를 공급받아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현지 공장에서 모든 면과 스프를 만든다. 현재 농심은 미국과 중국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공장은 LA에, 중국 공장은 상해·심양·청도·연변 등 네 곳에 운영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LA에 있는 제 1공장 물류창고에 제 2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새로 설립할 제 2공장은 중남미 시장 진출 전초기지가 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처음 미국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농심 라면을 찾는 미국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추가 생산기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미국·중국·일본·호주·캐나다·베트남 등 6개 국가에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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