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유럽으로 화장품 유학을 떠났던 한도숙 본에스티스 대표는 이제 세계 각국에서 온 에스테틱 종사자들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인물이 됐어요. 본에스티스는 그동안 소위 ‘VVIP’들이 쓰는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었는데, 최근 홈쇼핑에 진출해서 대박이 났다고 해요.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에스테틱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죠.”
한도숙 본에스티스 대표가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K뷰티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지만 1980년대엔 에스테틱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다고 한 대표가 덧붙였다. 수많은 이가 미국·유럽 등을 오가며 연구와 공부를 거듭한 끝에 국내 에스테틱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결실을 맺었다. 한 대표 또한 K뷰티가 지금의 수준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에스테틱 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89년, 서울 여의도에 에스테틱 숍 ‘본에스티스’를 오픈하면서다. 당시 독일, 스위스 등의 명품 뷰티 브랜드 제품들을 한국에 들여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지로 나가 해외 뷰티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특별교육과정을 수료해 선진화된 기술을 체득했다. 또 사업 틈틈이 중앙대 의학식품대학원 석사과정, 건국대 생물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화장품의 성분과 원리, 피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화장품 전문가로 거듭났다.
K뷰티의 미래를 이끌어갈 제자 양성에도 앞장섰다. 1990년, 명지대에 국내 최초로 ‘피부미용학과’를 만들었고 주임교수로서 13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지식과 기술력을 몽땅 담아 만든 화장품들은 기능성을 인정받으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직도 아이디어가 샘솟고 연구 열정이 넘친다”는 한 대표를 서울 한남동 본에스티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에스테틱 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1980년 대 초에 독일에서 에스테틱 숍을 운영하던 사촌언니를 방문하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접했던 마사지, 피부관리와는 차원이 다른 높은 수준이었다. 관리에 사용하는 제품의 라인도 여드름, 노화, 민감 등 기능이 세분화돼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피부관리는 미용실에서 당근이나 오이를 썰어 팩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 선진화된 에스테틱 산업을 하루빨리 한국에 들여오고 싶었다.
곧바로 에스테틱 숍을 오픈했는가.
당시엔 직업이 있었다.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배화여고에서 불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꿈을 좇아보기로 했다. 바로 회사를 세우고 숍을 차렸다. 그런데 운영을 할수록 에스테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경영적인 면보다는 화장품, 피부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의학식품대학원, 생물공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화장품 제조에도 관심이 있었나.
초기엔 스위스, 독일, 프랑스에서 좋다고 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들여와 사용했다. 명품이긴 하지만 모두 서양인에 맞게 개발된 제품이어서 고객들 피부엔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었다. 서양인은 진피가 얇고 각질층이 두꺼운 반면 동양인은 진피가 탄탄하되 각질층은 얇고 예민해 좀 더 순한 제품을 써야 한다.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들을 잘 배합하면 동양인에게 적합한 화장품이 될 거라 생각해 실행에 옮겼다.
본에스티스 제품들은 효능이 좋기로 정평 나 있다. 자세히 소개해달라.
우리 회사 제품은 모두 기능성에 집중해 만들었다. 화장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정제수부터 차별화했다. 대부분 브랜드에서 물과 기름을 조합한 정제수를 쓰는데 우리는 정제수 대신 직접 만든 에센스를 활용한다. 아카시아, 찔레꽃, 토마토 등에서 추출한 성분들을 100분의 1로 고농축한 에센스다. 정제수 외 성분들도 대부분 자연에서 유래했다. 대표적인 성분이 ‘신의 버섯’으로 불리는 동충하초에서 추출한 코디세핀이다. 동충하초 300여 종 중 2종에서만 추출할 수 있는 성분으로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코디세핀의 가치를 매기는 시그마알디니치라는 국제 시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1g당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다.
제품도 고가인가.
맞다. 그간 재벌가 며느리, 연예인 등 소위 ‘VVIP’들이 쓰는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포지셔닝돼 있었다. 일본에선 우리 제품 하나가 16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그런데 최근 홈쇼핑에 진출해 대박이 났다. 출연 계기가 있나.
30여 년 사업을 하며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하고 싶기도 했고. 홈쇼핑에 출연해 1시간 만에 8억5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28차 연속 완판했다.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단골 고객들은 ‘나만 알고 싶은 화장품이었는데’라며 서운해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랜드를 대중화했단 생각에 뜻깊었다.
여전히 연구, 논문활동도 활발한 것 같다.
올해 ‘스피큘 함유 화장품이 피부개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건국대 생물공학과 대학원에 논문을 제출했다. 스피큘 입자가 포함된 화장품은 경피 흡수율이 좋아 피부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이 외 본에스티스 지점(논현, 한남)마다 소규모 연구실을 두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직접 실험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소도 따로 있다. 9월 경기 시흥의 지식산업단지에 본에스티스 바이오코스메틱스 R&D센터를 새롭게 오픈한다.
어떤 걸 연구하나.
현재 오송에 있는 R&D센터에서 연구원 8명이 상주하며 연구를 진행한다. 요즘엔 피부 타입마다 어떤 성분이 어떤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지를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2006년 세계적인 의학포럼인 안티에이징학회에서 림프에 쌓인 노폐물과 셀룰라이트를 즉각적으로 감소할 수 있는 ‘리셀’이란 제품으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미국 베벌리힐스에 있는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됐다. 에스테틱 선진국인 일본의 100년 넘은 에스테틱 기업도 우리 제품을 수입한다. 무엇보다 30년 전 공부하러 떠났던 유럽 국가의 학생들이 거꾸로 우리나라, 그것도 내가 만든 명지대 커리큘럼을 수강하고 디플로마를 얻어가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스위스의 명품 뷰티 브랜드 ‘라프레리’처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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