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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길거리 패션'으로 나이키에 러브콜 받다! 이 기업의 비밀은?

레이어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선도해온 리딩 기업이에요. 15년 전 서울 압구정동의 작은 편집숍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이제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손을 내미는 스트리트 패션 시장의 선두 주자로 성장했어요. 스트리트 브랜드도 메이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해낸 신찬호 레이어 대표를 만나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을 들어보았어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이어 본사에서 만난 신찬호 대표. 2005년 론칭한 라이풀을 시작으로 불모지였던 국내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선도해온 파워 리더다.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가 위세를 떨치던 2000년대 초반, 신찬호(37) 레이어 대표는 로컬 브랜드를 설립해 그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낸 인물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론칭하는 브랜드마다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척박했던 국내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통한다.

2010년 레이어를 설립한 신 대표는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2005년 컨템퍼러리 캐주얼 브랜드 ‘라이풀’을 시작으로 2015년 정통 스트리트 브랜드를 표방한 ‘LMC’, 2016년 앵무새 심벌 디자인이 인상적인 캐주얼 브랜드 ‘칸코’, 2019년 로고 플레이와 컬러감이 돋보이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퍼즈’와 라이선스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연이어 선보이며 200억원 매출을 바라보는 어엿한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10월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레이어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스트리트 문화가 생소했던 한국 시장에서 진정한 스트리트 문화를 뿌리내리고자 노력했던 것이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 같다”며 “앞으로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카테고리에 없는 새로운 영역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달라.

중학교 시절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고 신발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당시 인천에 살았는데 이태원과 압구정을 내 집처럼 드나들 정도였다.(웃음) 갖고 싶은 신발은 정말 많았는데 학생 신분이다 보니 여력이 없었다. 치킨 배달부터 막노동까지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해서 사 모았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 신발을 수입하던 셀렉트숍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2년간 일하다 군대를 다녀왔고 압구정에 쥬욕(zooyork)이라는 스케이드 보드숍을 냈다. 당시를 돌아보면 특별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신발이 좋아서 일을 시작했고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로서 직접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이후 슈프림 같은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취급하는 편집숍을 운영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라이풀의 시작이었다. 편집숍을 운영하면서 해외 브랜드에 한계를 느꼈다. 외국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옷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직접 옷을 제작해 매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옷을 직접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몇 년간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제대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도 다룰 줄 몰랐다. 그래서 친한 친구한테 부탁해 옷을 만들었다. 당연히 내가 의도한 대로 옷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디자인은 물론 영상 작업까지 두루 섭렵해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무모한 일이었지만, 브랜드의 콘셉트를 잡아가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브랜드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뭐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내 자신이 이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한테도 일을 즐기면서 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자신의 업무 외에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업무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처리하도록 지켜보는 편이다. 디자이너들도 오프라인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레이어가 지향하는 브랜드 운영 방식이다.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승부수

 

LMC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함께 진행한 스니커즈 리사이클링 워크숍.

 

레이어의 여러 브랜드 중에서 LMC의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들었다. 어떤 브랜드인가.

LMC(Lost Management Cities, 통제 불가능한 도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대상과 문화를 대변하고자 하는 브랜드다. 원래 라이풀에서 소규모로 선보였던 라인을 독립 브랜드로 떼어낸 것인데 예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국의 B급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실제 스트리트에서 말하고 노는 문화를 디자인 요소에 적용해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고, 이 문화를 공감하는 젊은 세대들이 LMC를 좋아해주는 것 같다. 아울러 LMC는 재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그래픽 티셔츠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박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뭔가.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페라리나 포르쉐에서 잘 팔리는 모델은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비싸고 신기한 디자인을 꾸준히 내놓는다. 슈프림에서도 로고 티셔츠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론 그 티셔츠가 별로 예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중이 슈프림 티셔츠를 즐겨 찾는 이유는 슈프림이 도전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LMC도 기본 로고 티셔츠가 매출을 이끌고 있지만, 사실 실험적인 그래픽디자인을 많이 출시한다. 또 이벤트를 열고,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브랜드를 확산하기 위해 딜러숍들과 거래한다. 모두가 브랜딩의 일환이고, 잘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레이어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사실 우리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컬래버 전략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알파인더스트리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북유럽 등에서 홀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소규모 브랜드나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를 꾸준히 진행하며 매 시즌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진행했던 라이풀 론칭 10주년 피날레 프로젝트 전시가 대표적이다. 라이풀의 브랜드 정신과 10년 동안의 아카이브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행사였다고 자부한다.

코로나 이슈로 인해 온라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전략은 뭔가.

대부분 스트리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온라인 비중이 큰 편이다. 그리고 지금은 누가 뭐래도 온라인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우리도 이에 발맞춰 온라인몰에 집중하고 있으며, 모바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모바일 구매 비중이 전체 60~70%를 차지할 정도다. 간편결제를 도입하거나 주기적으로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서비스로 구체화하려고 한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온라인 판매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옷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트를 제시해야만 한다. 오프라인이 대세였던 시절에는 매장 자체가 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콘텐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끌고 오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우리도 컬렉션 행사나 파티를 연 후에 이를 온라인에서 바이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론칭한 레이어 온라인 매거진도 우리의 방식대로 콘텐트를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브랜딩 툴이다.

레이어의 지속 가능 전략도 밝혀달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가 쿨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계획이다. 소비자들보다 한 발 먼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스트리트 문화를 대변하기 위한 브랜딩과 디자인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더 오래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매출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LMC가 잘 되면서 매출이나 수익 모두 나아졌지만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카테고리에 없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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