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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자가 가업인 한국 회사를 승계하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항구적 거주자는 매년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미국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해요. 하지만 정보신고의무가 너무나 많기도 하거니와 복잡하기 그지없어요. 이 때문에 많은 미국 국적자가 가업인 한국 회사를 승계하고 나서 신경 쓰지 않다가 갑자기 가산세 폭탄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필자가 지난해 워싱턴 DC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할 때 겪었던 일을 각색해 구성한 사례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유아용품 기업을 일군 A씨는 자녀 셋을 두었는데, 그중 첫째와 둘째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자다. 첫째는 어릴 적 한국으로 건너와 고등학교까지 다닌 후 미국 유수 대학에서 MBA를 마쳤고, 7년 전부터 A씨 회사에 입사해서 경영승계 수업을 받아왔다.

 

둘째는 중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닌 후 현지 산업디자인 회사에 취직해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4년 전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오빠를 도와 가업을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셋째는 가업승계에 관심이 없어, A씨는 4년 전 첫째와 둘째에게 회사의 대주주 지분을 반으로 나눠 물려줬다.


미국 국적의 자녀가 가업승계


그 후 회사는 첫째와 둘째가 의기투합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준 덕분에 성장을 거듭했고, A씨는 첫째와 둘째에게 어릴 적부터 미국의 선진 교육을 받도록 한 선택에 만족하고 자녀들을 응원하며 여생을 즐기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에 몰두했고, A사 경리팀은 새로 취임한 사장과 부사장의 한국 내 급여 등에 관해서 한국 국세청에만 세무신고를 했다. 무엇보다 한국 법인이고, 첫째와 둘째 모두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거둔 소득 및 재산과 관련해 미국 국세청 (IRS)에 대한 세무신고에 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례처럼 국내 기업가들을 포함한 자산가들의 자녀들 중에는 여러 사정으로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단 자산가들뿐만이 아니다. 교수, 공무원, 해외주재원 등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많은 이의 자녀들도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녀들은 이른바 이중국적자가 되는데, 주위에서 반농담조로 독수리 여권을 보유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국 국적 보유를 혜택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국적의 자녀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미국에서 취업을 희망할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세법 측면에서 보면 미국 국적의 보유에는 상당히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한국에 경제생활의 기반을 두거나 한국 회사를 물려받는 등 미국 밖에서 많은 경제적 활동을 할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한다. 필자가 만난 한 미국 세법 전문가는 미국인을 출산한 한국 부모에게 미국 세금의 그물망에 걸리게 되어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고 하니 한국에서의 반응과는 판이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미국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납세의무는 도대체 뭐가 그리 부담스러운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소득세법상 부과되는 각종 정보신고의무(Information Returns)를 빼고는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 시민권자 또는 항구적 거주자는 매년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미국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해외 자산 등을 보유한 경우에는 비록 그와 관련해 미국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국세청에 관련 정보신고의무가 부과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정보신고의무가 너무나 많거니와 복잡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 국적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잘 모르고 있거나 일부만 알고 있어 신고를 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나중에 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므로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면 미국 세금 신고 의무를 잘 챙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세무 신고 기한 3년


우선 미국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려면 통상적으로 법이 정한 기간(Statute of Limitation)이 지나기 전에만 가능하고 미국 연방소득세법상 이 기간은 보통 세무신고 기한으로부터 3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해외(사례의 경우 한국)와 관련된 일정한 정보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의 기간이 개시되지 않는다. 미국 국세청이 무기한 세무조사권을 행사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주의를 요하는 것은 이른바 Form 1040(우리나라의 종합소득 신고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를 통해 미국 세금신고 및 납부를 했더라도, 특정한 국제적 정보(certain international information)에 대해 신고하지 않거나 불완전한 신고를 하게 되면 해당 정보와 관련된 세금뿐만 아니라 해당 납세의무자의 전체 납세의무에 대해 무기한 조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항은 2010년의 이른바 HIRE Act에 따라 도입됐고, 실무적으로는 그 법 도입 후 3년이 경과하는 2014년 이후 과세연도에 대해서부터 무기한의 과세권이 열리게됐다.

각종 가산세(Penalty)도 심히 부담스럽다. 과소 납부 세액에 대해서 일반적으로는 가산세 20%가 부과되지만, 특정한 해외자산의 미신고 행위에 대해서는 40%까지 가산세가 올라갈 수 있고, 만약 사기적 행위(civil fraud)에 기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이라면 미납부 세액의 75%까지 가산세가 올라간다.

FBAR(Report of Foreign Bank and Financial Accounts)이라 불리는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신고의무도 있다. 우리나라 세법상 있는 해외금융계좌신고 제도에 비견될 수 있는데, 그 범위가 훨씬 넓다. 해외금융자산의 총합계가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할 경우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FBAR 신고의무는 미국 소득세 납부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미국인이라면 이행해야 할 의무다.

 

법적으로 해당 해외계좌의 소유자라면 당연하거니와 신탁이나 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금융계좌에 대해서도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FBAR 위반 시에는 금융계좌마다 ‘non-willful’ penalty로 1만 달러가 부과되는데, 만약 의도적인 미신고라고 판단될 경우는 미신고 계좌금액의 50%까지 페널티(willful penalty)가 부과될 수 있다(다만 이 페널티가 10만 달러를 상한으로 하는지 아닌지에 관해서 미국 내에서 최근까지도 해석상 이견이 있다).

Form 5471/8865라 불리우는 신고서 제출의무도 있다. 이는 미국인이 해외법인 내지 파트너십을 보유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매우 기술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사례와 같이 첫째와 둘째가 한국법인의 과반 지분을 보유한다면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Form 5471을 제출하지 않으면 페널티 1만 달러가 부과되고,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늘어 최대 5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Form 926이라 불리우는 신고서 제출의무도 있다. 이는 미국인이 미국 외 법인에 일정한 자산을 이전할 때 그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다. Form 8938은 미국인이 특정한 해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제출해야 하는 신고서다. 여기에는 해외 은행, 증권사, 파트너십, 신탁 등과 관련된 계좌 내지 지분이 모두 포함된다. 이쯤되면 왠만한 참을성 있는 독자라도 더는 읽기조차 싫어질 정도다.


까다로운 신고서 제출의무


그렇다면 위와 같이 층층이 쌓인 미국 세무신고의무를 지난 수년간 놓쳤던 사례의 첫째와 둘째는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우선 회사 경리팀장의 자리 보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첫째와 둘째가 다시는 미국에 가지 않을 생각으로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도 너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자진해서 지난 수년간 미진했던 세무신고 내역을 자발적으로 미국 국세청에 알리기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일률적인 답이 없다. 다만, 알아두면 좋은 제도는 있다. 미국 국세청이 2018년 말에 도입한 NVDP(New Voluntary Disclosure Program) 제도와 2014년부터 존재했던 Streamlined Program과 같은 일종의 자발적 신고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는 자발적으로 신고한 경우 일정한 요건과 한도 내에서 페널티를 경감해주는 제도들이다. 그중 NVDP는 조세형사범으로 의율하는 것을 면책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형사적 제재까지 걱정할 만한 심각한 사안에서는 사용을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어느 것도 쉬운 것이 없다. 위 제도들을 정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매우 지난하고 복잡한 정보신고 과정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말의 거짓 신고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이른바 forward compliance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지난날은 잊고 앞으로 잘 신고해보자는 접근법인데, 갑자기 세무신고들을 하기 시작하면 지난날에 대해 미국 국세청이 어떻게 문제를 삼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귀찮더라도 위 사항들을 미리미리 잘 챙겨보아야 한다. 결코 칭찬할 만한 생각은 아니지만 평소 미국 국적 보유자들을 부러워했던 이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재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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