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코로나19로 뚫린 돌봄 공백을 채워주는 이 기업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20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출산율은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내려간 0.92명으로 주저앉았어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면서 젊은 여성들이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의 35~44세 여성 고용률은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장서정 자란다 대표가 스타트업 지원 공간 프론트원 13층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란다 로고는 장 대표의 아들이 직접 그린 영문 레터로 만들었다.

 

방문교사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450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4~13세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다녀온 뒤 방과 후 공백 시간에 스마트폰만 보거나 학원 뺑뺑이를 돌지 않도록 자란다가 검증한 대학생과 전문선생님이 놀이 위주의 ‘시터링’과 학습 위주의 ‘튜터링’을 진행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자란다는 무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부모와 아이의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선순환 역할에 나섰다. 공예, 요리, 체육 등 아이의 연령과 관심사에 기반한 체험수업으로 돌봄 공백을 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는 엄마가 되면서 직면한 육아 고민을 직접 해결하고자 2016년 1인 창업을 결심했다. 워킹맘이던 장 대표는 아이가 3살 때까지는 소위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베이비시터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도움도 받고, 가사도우미 등 대체인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4살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질문이 많아지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대화하고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녀 앞에 놓인 선택지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를 다른 어른에게 맡기거나, 온종일 학원에 보내는 것밖에 없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장 대표는 우연히 맘카페에서 대학생 돌봄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그리고 아이가 나이 많은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언니, 오빠들과 이야기하는 걸 훨씬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여기서 ‘놀이시터’라는 개념에 착안한 장 대표는 맘카페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를 제안했다.

모토로라에서 12년간 UX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제일기획에서 3년 동안 디지털 사업전략을 담당했던 장 대표는 사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리서치하는 것이 몸에 밴 전문가다. 그녀는 이 같은 경력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1인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그녀가 놀이시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자마자 신청이 쇄도했고 한 달 만에 매출 1000만원이 발생했다.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선 순간이었다. 그녀가 사업화를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째깍악어’, ‘맘시터’ 등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그만큼 일과 육아 모두 잘 해내고 싶은 여성들의 니즈가 많다는 신호였다.

올 초 코로나19가 퍼지면서 4~5세 중심이었던 자란다 서비스는 6~10세로 확대됐다. 공교육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자란다가 채워야 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6~10세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장 대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글을 배울 때가 되면 자란다 선생님을 찾아보게 될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받게 됐죠”라며 “자란다 선생님이 돌봄부터 학습까지 커버할 수 있어 학습지나 학원 대신 자란다를 선택하는 부모도 많아졌어요. 코로나19 이후 1인당 지불 비용이 60% 이상 증가한 것을 보면 타 서비스 대신 자란다를 선택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라고 말했다.

자란다의 강점은 선생님들이 작성하는 방문일지다. 자란다 선생님으로부터 수학 수업을 듣는 9살 새아는 2시간 수업 중에 다양한 관심사를 선생님에게 쏟아낸다. 이른바 ‘근황 토크’다. 선생님이 아이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하면,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아이의 관심사를 뽑아낸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아이의 성향에 맞는 가장 적합한 선생님을 매칭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뽑아낸 방문일지를 토대로 현재까지 17만 개가 넘는 데이터가 쌓였다.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는 수업방식, 체험활동, 교구재, 교수법 등을 큐레이션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장 대표는 매뉴얼이 없는 상황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녀는 “모토로라에서 12년 동안 UX디자이너로 일할 때도 사용자들이 내가 만든 UX를 쓰는 것을 보면 성취감이 컸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지만 자란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밝혔다.


※ 자란다가 걸어온 길
2020.01. 미국 최대 아동도서 출판사 스콜라틱스와 제휴, 수준별 영어리딩 프로그램 출시
2019.06. 우리은행 등 시리즈A 31억원 투자 유치
2018.08. 카카오벤처스 등 9억원 투자 유치
2018.03. 창업진흥원 팁스 컨벤션 최우수상
2018.01. 구글캠퍼스(구글 스타트업 지원기관) 서울 입주사 선정
2017.03. 소셜벤처투자기관 ‘소풍’ 액셀러레이팅 선정
2016.06. 자란다 법인 설립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박종근 기자

 

포브스 더 보기

원조 인플루언서 ‘아옳이’ 김민영을 아시나요?

카카오 저력의 근간에는 ‘이것’이 있다!

미국 국적자가 가업인 한국 회사를 승계하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