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어요. 그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반도체는 오히려 다른 사업들과 달리 수요가 크게 늘었어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정보기술 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반도체 생산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2020년 반도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할퀴고 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다. 2019년부터 이어진 깊은 침체의 끝을 고대하던 가운데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놨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비대면 활동 증가 속에 서버와 컴퓨터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는 한국 수출을 견인했다.

산업통상자원 부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2020년 5월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를 기록하면서 18개월간 이어졌던 침체가 끝나고 있음을 알렸다. 6월에는 소폭(-0.03%) 하락하긴 했지만 7월부터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0년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8%, 10월에도 10.4% 증가하며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루 평균 수출액을 놓고 보면 7월에 3억1500만 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8월에 3억7300만 달러로 반등했고 9월과 10월에 모두 4억1300만 달러까지 늘었다.

반도체 시장이 회복의 기지개를 켜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2021년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D램 반도체 분야는 ‘수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후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수요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온라인·비대면 교육과 근무 환경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는 완전히 돌아가기 어렵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의외의 성과

 

 

최근 3년간 성장세가 둔화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021년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빠르면 2021년 1분기부터 D램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 세계 D램 공급량은 406억9600만Gb(기가비트)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요는 411억5500만Gb 가량으로 추정돼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은 어느 산업에서나 판매 가격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2021년 2분기에는 D램 고정가가 상승해 본격적인 ‘빅 사이클’(Big cycle·호황기)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제조사들이 공급을 늘린다면 가격은 금세 안정된다. 그러나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가 지연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2021년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도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생산량을 곧장 늘릴 수는 없어서다. 우선 생산설비를 늘려야 한다. 더구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설비 증설 뒤 수율을 높이고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늘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021년 ‘수퍼 사이클’이 도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순위가 이미 어느 정도 굳어진 D램 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 양상의 설비 경쟁이 재연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 포스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41.3%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8.2%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70%에 이르는데, 3위인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 나서서 경쟁적으로 설비를 늘린다면 다시 ‘치킨게임’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 구도를 좌우했던 기술 혁신에 의한 공급을 증가와 원가 절감 경쟁에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는 2012년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D램 규격인 DDR5를 제정했다. DDR5는 직전 규격이던 DDR4에 비해 소모전력은 30% 줄고 정보 처리 속도는 2배 빨라졌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담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반도체의 원 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미세화하는 방식을 사용해 동일한 크기의 반도체라도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7㎚(10억분의 1m) 공정 이하의 영역에서는 기존 노광 공정으로는 한계가 찾아왔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극자외선(EUV) 노광 설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EUV 기술은 파장 길이가 13.5㎚에 불과해 기존 노광 공정에서 광원으로 활용되던 불화아르곤 광원보다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DDR5 규격에서는 EUV 설비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경쟁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다.


과거와 다를 ‘수퍼 사이클’의 양상


국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앞다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8월 3세대 10나노급 저 전력(Low Power) DDR5 모바일 D램 등을 생산하는 평택 2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EUV 기반 4세대 10나노급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제품을 내놨다. 2021년 상반기 중 4세대 10나노급 D램 생산을 목표로 이천사업장 M16공장에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다만 EUV 장비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증설 경쟁이 붙은 품목이라 D램에 대한 공격적인 증설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 예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ASML로부터 EUV 장비 50대를 공급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 장비 공급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2020년 10월 ASML 본사를 직접 방문했을 정도다. 따라서 2021년 D램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시장의 양상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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