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대표는 한국 벤처투자업계의 산증인이에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지난 1년간 벤처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코리아 VC 어워즈 2020’에서 ‘최우수 운용사’로 선정됐어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설립 3년 이내, 매출액 20억원 미만의 창업 초기 기업에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성장단계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해왔다. 김학범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중심의 투자와 꾸준한 팔로업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춘 책임투자를 강조한다.
김학범 대표가 2006년에 설립한 벤처캐피털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스타트업 성장 파트너를 지향한다. 지난 14여 년간 160여 개 기업에 투자해왔으며, 특히 청산펀드 평균 수익률(IRR) 18%대의 탁월한 펀드운용실적과 함께 최근 회사의 3년간 평균 당기순이익률 42%를 기록하며 우수한 경영실적 역시 인증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지난 2014년부터 2020년 6월까지 바이오, 헬스케어, ICT서비스 및 제조업 등 성장산업 분야에 총 3162억원을 기업지분 형태로 투자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 모바일게임 ‘HIT’ 개발사 ‘넷게임즈’,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 국내 대표 MCN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 유망 기업들로부터 성공적인 회수 실적을 창출하고 있다.
지금의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만든 가장 성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넷게임즈다. 넷게임즈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를, 블루홀에서 ‘테라’를 개발한 박용현 대표가 2013년에 세운 게임 개발사로, 설립 초기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유일한 투자자로 참여했다.
창업 초기, 온라인 게임 개발에 몰두했던 넷게임즈는 2014년 모바일 게임이 태동하면서 투자 절벽에 부딪혔다. 당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투자 자본이 대거 이동하면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추가 투자를 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게임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넷게임즈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학범 대표는 이때 박용현 대표와 개발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총 세 차례 단독 투자를 집행했다. 이를 계기로 넷게임즈 개발팀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방향을 틀어 모바일 게임 ‘히트’를 출시했고, 엄청난 흥행 실적을 세우며 2018년 넥슨에 인수됐다.
김학범 대표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박용현 대표와 넷게임즈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넷게임즈의 성공이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성장 하는 데 큰 기반이 되어 2016년부터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VC 외길 24년
1993년 삼성물산 신기술사업부에 입사한 김 대표는 당시 미국의 선진 IT 기술을 한국에 성공적으로 이전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이때 벤처 비즈니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종합금융사의 국제금융부서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털을 공부했다. 그는 미국과 대만의 벤처캐피털 현황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투자 안목을 키워갔다.
수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김 대표가 직접 투자를 집행하게 된 것은 1999년 일신창업투자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활황이던 코스닥 시장을 바탕으로 벤처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면서 대규모 자본이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다 2002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 시기에 만들어진 많은 펀드가 손해를 봤다.
김 대표가 1999년에 처음 만든 벤처펀드는 이런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을 냈는데, 그 이유는 투자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코스닥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거품이 끼는 오버 밸류에이션 현상이 생겼는데, 당시 펀드의 만기가 5년인 것을 염두에 두고 내가 판단한 기준보다 금액이 높게 설정된 곳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06년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설립한 그는 2020년까지 22개 벤처투자조합(5958억원)을 결성해 운용하며 다양한 분야의 성장 유망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1537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조합 3개를 결성하며 전체 운용자산(AUM)이 6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직방, 리디, 왓챠, 샌드박스네트워크, 레이니스트, 아데나소프트, 와이팜, 고바이오랩 등 우량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왔는데, 김 대표는 창업가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스킨십이 투자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김 대표는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가”라며 “정말 준비된 사람인지, 해당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인지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평균 6개월에 걸쳐 해당 기업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시장의 예상 수요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김 대표는 국내 1위 모바일 부동산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직방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매출이 아예 없을 때부터 초기 투자를 결정했는데, 당시 직방 팀의 분위기가 너무 밝고 활기차서 투자자로서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10명 안팎의 초기 멤버가 회의실도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방문할 때마다 참 좋은 기운을 받았다. 지금은 국내 부동산 앱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가능성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산업별 투자 비중을 보면, ICT서비스(42.1%), 바이오·의료(32.1%), ICT제조(10.3%), 기타(15.6%) 순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는 대학교수, 의사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가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크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는 네오팩트(뇌졸중 재활치료기기 및 콘텐트 개발), 마이크로디지탈(바이오/의료용 정밀기기 연구개발 전문기업), 앨앤케이바이오메드(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안트로젠(줄기세포 치료제) 등에 적시에 투자하며 효과적인 가치 증대를 이뤄낸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가 중요시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자질은 전문성과 인성, 소통 능력이다. 국내 150여 개가 넘는 VC 기업 중에 김 대표가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요인이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구성원들의 자질이다.
그는 “투자사와 눈높이를 맞춰서 같이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투자수익도 좋아진다”면서 “스타트업이 밝고 즐겁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우리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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