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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정말 ‘놀이’가 ‘교육’이 될 수 있을까?

'놀이'가 정서발달 외에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여러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부모들은 교육과 놀이를 구분하고, 놀이 방식에 고민이 많아요. 창의력은 중시하지만, 여전히 놀이가 교육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현실인 셈이에요. ‘진케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김학진 작가는 전업 브릭 아티스트로, 놀이가 모든 교육의 바탕이 된다고 믿고 있어요. 아빠와 아들이 서로의 취미와 일, 교육을 공유하는 매개체는 ‘레고’예요.

 

김학진 작가와 김지완군 부자의 작품으로 가득한 집 안은 이들의 놀이터이자 작업실이다. 수만 개 브릭으로 가득한 박스는 테라스를 발 디딜 틈 없이 채웠고, 집 안 벽면도 색색별 브릭 통으로 천장까지 이어져 있다. 레고 놀이는 두 아티스트에게 배움의 현장이기도 하다.

 

작품 활동 함께하는 파트너 부자(父子)


아빠를 대신 소개해달라는 말에 아들 지완(15)군은 김학진(46) 작가 어깨 위에 손을 턱 올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BTS 브릭 월을 만들고, 청와대 가서 ‘백범 김구’ 작품 전시로 대통령에게 시계 선물을 받은 브릭 아티스트 김학진 작가입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게임 회사를 다니던 아버지가 전업 ‘브릭 아티스트’가 된 점이 “진짜 간지난다(멋지다)”고 표현하는 지완군은 레고 브릭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나고 자랐다.

 

“돌 때 처음 듀플로(유아용 대형 브릭)를 선물로 받았고 세 살 때부터 마음대로 조립했으니 레고 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는 김군은 남다른 브릭 조립 속도와 실력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8살부터 단독 창작품을 출품했고, 기성품으로도 또래 친구들이 6시간 이상 걸리는 걸 2시간 안에 끝낸다.

부자는 프로젝트를 대부분을 함께한다.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작업하는 김학진 작가는 지완군에게 작품에 어울리는 부품을 찾거나 함께 조립하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맡긴다. 태국에 설치된 대형 BTS 브릭 월을 작업할 때도,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념해 청와대에 ‘백범 김구’를 전시할 때도 지완군의 도움이 컸다.

“스스로 창의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답하는 부자에게 레고는 창의의 원천이다. 김학진 작가는 “레고는 부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브릭 자체가 정교히 계산돼 만들어진 모듈로 수백, 수천 개 브릭으로 제품 간 호환이나 대체가 가능해 작품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아들 지완군 또한 “현실에 존재하든, 상상하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레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실제로 지완군은 ‘꿈’에서 보았거나 상상하는 형상을 그리고 조립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 작가는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가, 휴대폰을 갖기에는 아직 어린 것 같아 선물을 안 해줬는데, 브릭으로 휴대폰 모형을 만들고 폴더처럼 ‘딸깍’ 기능까지 더해 혼자 역할극을 하고 노는 것을 봤어요. 기가 막혔죠.”(웃음)

김 작가는 레고가 취미를 넘어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레고 브릭은 실물 형태로 구현하는 공간감, 부품 찾을 때 필요한 관찰력과 집중력, 모듈 조합 능력, 성취감, 상상력, 끈기까지 기를 수 있는 놀이”라며 “놀이로 끝나지 않고 자녀의 삶에 중요한 태도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한국 아이 90%가 노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하자, 김학진 작가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받아쳤다. “우리 사회는 놀이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너무 일찍 조정합니다. 아이들의 진짜 ‘놀이’는 유치원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놀면서 학습하는 기회를 갑자기 차단하고 특정 울타리에 가두는 게 아쉬워요. 비용을 들여 학습해도 이도 저도 아닌 ‘노는’(잉여) 시간이 많아지는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이죠.”

 

‘놀이 방식’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김 작가는 ‘어린아이와 같은 감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이에요. 단순한 놀이에도 상상력을 동원해 대화하면 금방 교감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어린이의 감성을 찾아야 합니다.”

“잘 노는 사람이 뭐든 잘한다”고 말한 김 작가는 아들의 예도 들었다. “전 레고가 무엇보다 아이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데, 지완이는 자존감이 높은 편이에요. 레고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도 일단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해요.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죠.” 지완군이 거들었다. “하기 싫은 과제나 의무 사이에 ‘놀이’가 껴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놀이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하는 ‘변환기’ 같아요.”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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