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기업 투자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한독상공회의소(Korean-Germ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KGCCI)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어요. 지난 4월 8년간의 임기를 마친 바바라 촐만 전 한독상공회의소 대표를 만나보았어요.

 

바바라 촐만 전 한독상공회의소 대표는 “제조업이 튼튼해야 국가 인프라가 안정된다”며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독상공회의소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92개국에 있는 140개 독일상공회의소(AHK) 글로벌 네트워크 중 하나로 한국 경제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회원사만 500여 개일 정도로 한독 경제협력에 앞장서왔다.

바바라 촐만 전 대표도 꽤 굵직한 일을 했다. 먼저 독일의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한국 산업현장에 도입했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이 훈련생을 선발해 기업 현장에서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까지 병행하는 독일의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다. 여성 리더십 멘토 프로그램 ‘위어(Women In KOREA, 이하 WIR)’ 도입, 국내 혁신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이노베이션 어워드’도 그의 성과다.

촐만 전 대표가 재직하는 동안 독일과 한국 교역도 한층 더 견고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독일은 한국의 유럽 내 최대 교역국으로 교역 규모만 286억2000만 달러(약 32조원)에 이른다. 아태지역에서도 한국은 독일의 주요 교역국(2위, 2020년 기준)으로, 한국도 독일에 6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했다. 특히 삼성-노바LED, 한화케미칼-큐셀, 동국실업-ICT(폭스바겐 협력업체),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간 인수합병(M&A) 사례가 대표적이다.

촐만 전 대표는 독일 파더본대학 경제학 학사, 독일 비스마르대학 비즈니스 컨설팅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의 미독상공회의소 부사무총장을 거쳐 독일 베를린의 독일상공회의소(DIHK)에 해외 독일상공회의소 코디네이션 담당 이사를 지낸 바 있다. 지난 4월 출국을 앞둔 촐만 전 대표를 만났다.

한국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8년을 돌이켜본다면.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즐겁게 일했다. 한국은 빨리 변하는 나라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면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된 것 같다. 기업문화도 더 유연해지고 산업도 확 달라졌다.

독일은 어떤가.

한국보다 변화는 느리지만, 독일도 큰 변화를 겼었다. 특히 올해는 ‘슈퍼선거의 해’로 독일 주의회 선거가 있다. 새로 선출되는 리더에 따라 산업정책이 많이 바뀔 것같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가 그렇다. EU의 저탄소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자동차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또 하드웨어 중심의 공학 기반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등 각종 디지털 생태계가 뒤처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가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한독상공회의소는 1981년 문을 열었다. 원래는 독일 기업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역할이 커졌다. 단순히 비즈니스만 돕는 게 아니라 다양한 독일 제도도 소개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州)정부는 중소기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수많은 프로그램부터 연구개발(R&D), 금융 지원 노하우까지 많은 일을 했다. 한국 기업이 표준화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수소차, 전기차,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독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하다.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아우스빌둥을 꼽고 싶다. 단순히 돈 벌 기회를 마련한다기보다 좋은 제도를 소개하고 싶었다. 독일 제조업에는 기술과 실용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고, 이는 수백 년간 기술 노하우를 산업화하는 힘이 됐다. 한국에 이런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2017년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먼저 나서줬다.

 

한국 청년들은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취업할 기회를 얻었다. 일종의 ‘선취업 후진학’ 모델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칭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독일은 고졸 채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높였고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과 독일 기업이 서로에게 갖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역사적으로 비슷하다. 두 나라 모두 전쟁과 분단을 겪었고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룩한 권역별 대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제조 강국’이란 측면은 두 나라 경제협력에 큰 동력이 됐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독일 기업과 손잡고 싶어 했지만, 지금은 독일 기업이 한국을 더 매력적인 연구개발 거점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세계 최고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섰다.

독일이 제조 강국이 된 것은 정말 오랜 시간 민관학의 노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독일 정부와 기업은 미래 기술 개발에 서로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준다. 특히 기업은 가격 경쟁보다 자사만의 강점을 살려 제값을 받고 글로벌로 향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사회구조도 일단 좀 다르다. 독일 제조업체 상당수는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돼 있다. 독일 제조기업은 ‘사회적 유대(Social Bond)’가 강할수록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준다.

‘남다른 책임감’이란 말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제조기업이 탄탄해야 국가 산업 인프라가 안정되고, 다른 나라와 산업 교역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전문성’이 곧 경쟁력인 셈이다. 한국에도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독일 정부는 여기에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한다. 법을 새로 제정할 때 독일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면밀하게 검토한다. 과도한 규제는 산업과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독일 경제에 최대 이슈는 뭔가.

‘혁신’이다. 지난해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5% 하락했다. 한국적(?) 시각으로 보면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은 양보다 질적인 변화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독일 재계 주요 인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독일 기업의 진취적인 글로벌 전략, 탄탄한 기술을 가진 강소기업, 독일 정부의 유연한 고용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모두가 ‘혁신 지향성’이라는 철학에 공감하는 셈이다. KGCCI의 이노베이션 어워드도 이런 철학을 소개하고자 시작했다.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나 전략을 가진 한국 기업을 선정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왔는데,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23개 기업을 지원했다.

직접 겪어본 한국 기업은 어땠나.

독일인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업무가 최우선이다. 반면 한국 기업인들은 관계를 더 중시한다. 유럽에서는 생소하지만, 한국에서 위계질서 같은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국 기업의 열정과 실행력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독일은 기술 적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은 일단 기술을 적용해보고 결과를 보자는 식이 많다. 기술 시현이 끝나고 인적·물적 인프라만 뒷받침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속도만 보면 독일이 한국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조언이란 말이 무색하게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떠올랐다. 한국 기업은 이미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다. 독일도 마찬가지지만, 사회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가 이미 시작됐고, 지나친 양육비 지출이 다시금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결국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사회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성장을 방해할지도 모른다.


박지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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