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업무가 확장되고 페이퍼리스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오피스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어요. 국내 사무기기 제조사의 리더 격인 한국후지제록스는 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해주는 종합 오피스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근 사명을 바꾸고 대표이사를 선임했어요.
올해로 창립 47주년을 맞은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 4월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이하 한국후지필름BI)으로 사명을 바꿨다. 사명 변경은 2019년 말 후지필름이 후지제록스를 완전 자회사로 통합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표이사로는 요코타 토모히사 전 한국후지제록스 마케팅 실장이 선임됐다.
요코타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25일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후지필름의 기업 슬로건인 ‘Value from innovation(혁신을 통한 가치 발굴)’을 토대로 회사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뀐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후지필름BI은 고객사의 비즈니스를 ‘이노베이션(혁신)’하겠다는 비전에 방점을 찍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사무용 복합기 및 프린터 사업을 기반으로 매출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오피스 솔루션 컨설팅 사업을 더욱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요코타 대표는 “하드웨어(기기) 중심에서 나아가 오피스 솔루션 서비스를 확대해 규모의 성장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하드웨어 크기는 줄이는 동시에 비대면 업무 환경에 필수적인 클라우드와 문서보안 솔루션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은 기존의 업무 방식을 재검토하며 유연한 업무 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의 사무실은 규모가 줄어들지언정 핵심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무실은 곧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사무실이라는 ‘결속의 장’이 사라지면 기업이나 팀에 대한 귀속감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따라 문서관리 컨설팅 기업인 한국후지필름BI도 디지털 솔루션 개발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오피스 서비스 아웃소싱 영역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또 공유 오피스가 확산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사무 환경을 구현하려는 시장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태평양물산그룹이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 ‘넥스트데이’는 2019년 한국후지필름BI와 손잡고 서버나 소프트웨어 없이도 사용자들이 어디서나 복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입했다.
오피스 내 어느 복합기에서나 카드 인식 방식으로 사용자 인증만 하면 출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관리자는 기기와 사용자별로 사용량을 집계할 수 있어 개인 또는 업체별로 간편하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요코타 대표는 “하드웨어 구입 시 필요한 솔루션을 결합해 기존 인프라와 연결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면서 “오피스 서비스 아웃소싱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사업을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후지필름BI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영업활동과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며 잠재고객의 니즈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전자서명 솔루션, 보안 솔루션 등 코로나19 시기에 유용한 비대면 업무 솔루션을 매달 온라인 웨비나에서 소개한 덕분이다.
특히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에 필수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도큐사인 판매를 시작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도큐사인은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서명 솔루션으로, 후지필름BI가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요코타 대표는 “이처럼 국내외 유망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꾸준히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한국후지필름BI는 전사자원관리(ERP) 전문 기업과 제휴해 보안관리 솔루션도 운영하고 있다. ERP 소프트웨어 업체인 더존비즈온은 지난 4월 한국후지필름BI와 그룹웨어-출력물 보안관리 솔루션을 출시했다. 한국후지필름BI의 복합기에 QR코드만 인식하면 부서별, 직급별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제한을 두어 문서보안 환경을 강화했다.
기업들이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사무기기를 줄이려는 움직임에 따라 더 작은 복합기와 프린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후지필름BI는 최근 병원, 편의점 등 생활 전반의 협소한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동급 최소형 크기 제품을 출시했다. 재택근무 시에도 업무에 불편함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문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본사인 후지필름BI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후지필름BI는 지난해 9월 미국 립코드(Ripcord)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립코드의 AI와 로봇 기술을 탑재한 장비를 활용해 기업이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서류를 전자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코타 대표는 “AI와 로봇의 힘을 빌려 기업들이 쌓아놓고만 있는 데이터들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기는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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