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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대구대가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

"Energizing the World, Brightning the Future” 대구 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이하 에너지시스템과) 교수진이 내건 캐치프레이즈예요. 이는 이 학과가 추구하는 인재상이기도 해요. 대구대는 ‘세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를 밝게 여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올해 에너지시스템과를 신설했어요.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신설을 주도한 이대식 교수(전공주임)는 조만간 에너지시스템공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대구대

 

5월 26일,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대구대 캠퍼스는 전공 서적을 든 학생들이 바삐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썼다는 점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캠퍼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시스템과 사무실 맞은편에 위치한 빛라운지에서는 몇몇 학생들이 전공 서적을 놓고 서로 토론하는 ‘열공’ 모드였다.

입학 전부터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에너지시스템과 1학년 정영현 학생은 “에너지시스템 영역에 대한 이론뿐 아니라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는 점이 우리 학과의 장점”이라며 “최근 교수님들과 함께 에너지 관련 박람회를 다녀왔는데, 현장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공기업 취업이 목표라는 같은 학과 1학년 유상민 학생은 “요즘 공기업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때마침 대구대에서 에너지시스템과를 만들었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며 “학과의 장점은 교수진이 학생의 진로에 관심을 갖고 맞춤식 관리를 해준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학과에서 에너지 업체 임직원을 강연자로 초청했는데, 실무적인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탄소 줄이는 첨단 ‘에너지하베스팅’ 기술교육

 

대구대는 에너지 특성화 선도대학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을 신설했다. / 사진:대구대

 

대구대는 에너지 특성화 선도대학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에너지시스템과를 신설했는데 기존의 신소재에너지공학전공과 묶어 신소재에너지시스템공학부를 만들었다. 신소재공학과 시스템공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에너지시스템과 신설을 주도한 이대식 교수(전공주임)는 이를 스마트폰에 대입해 설명했다. 중앙처리장치(CPU)·모뎀(Modem)·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개발하는 것이 신소재공학의 영역이라면, 이같은 부품으로 어떻게 스마트폰을 만드느냐가 시스템공학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스템공학은 신소재공학과는 다르게 디자인· 사업화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공학개론을 가르치는 같은 학과 이정택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시스템과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두 교수는 ‘탄소제로’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현재 각국 정상들은 화석 연료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두 국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기술·혁신 분야에서 무엇보다 필수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탄소제로와 시스템공학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환경적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환경적 제약이 덜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이다. 복합·나노 소재를 활용해 버려지는 운동·빛·폐열 에너지 등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 후 이를 저장하는 미래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2015년 에너지하베스팅을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했다.

에너지하베스팅은 대구대 에너지시스템과의 주요 교육분야 중 하나다. 이대식 교수는 대구대 총장 직속 연구소인 에너지하베스팅융합센터를 이끌고 있다. 센터는 경북도·영천시와 협력해 학생 및 교내 연구자를 상대로 에너지하베스팅 교육은 물론 관련 기업과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대식 교수는 “10년 내 에너지하베스팅 시스템을 갖춘 제품만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시스템공학 분야는 전도유망할 수밖에 없다. 환경에 관심 있는 공학도라면 (대구대 에너지시스템과에서) 만족할만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대구대 에너지시스템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북은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중 하나다. 경주 월성1호기는 지난해 1월 조기 폐쇄됐으며, 울진군에 들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학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경북 지역이 받을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경북은 원전을 대체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청이 공모한 ‘지역산업 연계형 대학 특성화학과 혁신지원사업’도 그 중 하나다. 프랑스 파리의 IT 인재 전문교육기관인 ‘에꼴42’(Ecole 42)의 혁신적 교육 모델을 차용했다. 대학마다 특성화학과를 집중 지원해 관련 인재를 육성하고, 그렇게 육성된 인재가 지역산업에 취업,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대구대는 지난해 6월 바로 이 사업의 에너지 관련 특성화학과로 선정됐다. 이대식 교수가 에너지시스템과 신설과 에너지하베스팅에 대한 교육안을 들고 경북도청을 찾아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경북 지역과 대구대의 미래 먹거리가 바로 에너지하베스팅과 에너지산업”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업에 선정된 대구대는 오는 2024년까지 경북도·영천시로부터 총 23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경북도·영천시 지원받아 1학년에 전액 장학금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학생들이 무상으로 지급된 태블릿PC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대구대

 

에꼴42의 교육 모델은 등록금과 교수, 교재가 없는 ‘3무(無) 교육’이 특징이다. 이는 에너지시스템과 재학생에게도 해당한다. 1학년에게는 1·2학기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며, 학생 전원에게 태블릿PC와 교재를 4년 동안 무상으로 지급한다. 또 학생들은 지역 업체 임직원들과 협력해 프로젝트 기반의 비교과 과정을 수행한다.

이대식 교수는 “앞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며 “1학년 때부터 업체에 인턴·실습을 보내고, 업체 임직원을 특강 강사로 초청해 강의하는 횟수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실무 중심 교육은 취업 연계, 더 나아가 지역 정주형 인재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재 경북은 지역 인재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지역 청년(20∼39세) 1만9516명이 취업·결혼 등의 사유로 타 시·도로 빠져나갔다. 유출된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향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코로나19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결국 지역 인재를 지역에 정주토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경북도가 주목하는 방법이 바로 산업 수요 연계형 기술인력 양성이다.

 

이대식 교수는 “에너지시스템과처럼 지역 산업체와 선제적으로 관계를 맺어놓으면 학생은 선택할 수 있는 산업체 수가 늘어나고, 산업체는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며 “결국 산업체는 보다 좋은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혁신하는 등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주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에너지시스템과의) 교육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대식 교수는 “에너지시스템과가 성공한다면 타 대학들도 뒤따라 관련 학과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에너지시스템과가 한 대학을 넘어 경북 지역 대학과 산업체에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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