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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타투, 이젠 문화가 되고 있다.

타투는 이제 주류문화로 발돋움하고 있어요. 과거엔 위압감을 주는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치부됐지만, 최근엔 타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늘었지요.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2019년 약 300만 명이나 타투 시술을 받았다고 해요.

 

타투이스트 보보가 작업한 두 마리의 늑대 타투. 그의 타투는 동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짚어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타투숍. 문을 열자 따뜻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반긴다.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다. 테이블 대신 타투 베드가 있다는 점만 다르다. 한편에서는 타투이스트 ‘보보’가 타투 준비 작업으로 분주하다. 보보는 “도안은 평면이지만 피부는 입체니까 크기, 각도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안이 그려진 전사지를 피부 위에 붙이고 타투 머신에 잉크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준비는 끝. 타투 머신 끝 바늘이 피부밑에 잉크를 새겨 넣는다. 긴 시간 작업이 끝나자 정모(26) 씨의 등에 늑대 두 마리가 나타났다. 털의 거친 질감, 입맛을 다시며 내민 긴 혓바닥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는 “멋진 늑대가 내 몸에 함께 살게 된 기분”이라며 “타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정 자격을 갖춘 타투이스트의 시술을 합법화하는 ‘타투업 법’도 국회에 발의됐다. 한국갤럽 6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이 법안에 찬성했다. 오늘날 타투는 패션의 일부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타투는 나를 떠나지 않잖아요. 항상 내 곁에 있어서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타투이스트 다홍이 작업한 붉은 양귀비꽃 타투. 허벅지와 골반을 가로질러 새겨진 붉은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다.

 

지난달 허벅지와 골반 사이에 붉은 양귀비꽃을 새긴 민모(42) 씨. 민씨는 직장 생활 때문에 오랜 기간 망설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용기를 냈다. “옷이나 가방 같은 물건은 헤지거나 잃어버려서 언젠가 내 곁을 떠나지만, 타투는 세월이 지나도 그럴 일 없다는 생각에 결심했죠.”

타투이스트 수백 명의 포트폴리오를 본 끝에 그는 ‘다홍’에게 작업을 맡겼다. 다홍의 타투는 이름처럼 짙고 산뜻한 붉은색 꽃이 트레이드마크다. 귀엽지만 유치하지 않고, 농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다홍은 “20대에 했던 타투가 40대, 50대가 돼서도 여전히 세련되게 보이도록 작업한다”고 말했다.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두 타투이스트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타투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세대도 누군가의 부모가 될 테고, 아이들이 부모의 타투를 보면서 성장하면 그 자체가 좋은 추억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요.”

 

다홍이 생각하는 타투는 ‘패션’이다. 자신의 개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타투샵에서 타투이스트 보보가 작업을 하고 있다. 샵 내부는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다.

 

펜 타입 타투 머신. 팁과 바늘이 결합된 카트리지를 사용해 보다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다.

 

 

글·사진 정준희 인턴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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