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파악됐어요.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3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되는 비상장 기업)으로 신규 등극한 가운데, 한국은 단 1개의 유니콘 기업만을 배출했어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술기업·스타트업 전문 미국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의 국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유니콘 기업 배출과 투자 생태계에 대한 국가별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 악재 속에서도 올해 1~7월 291개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각각 169개, 26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이들이 유니콘 기업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 중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가깝다. 반면 한국은 단 1개사(마켓컬리)에 그쳤다.  
 
새로 유니콘으로 진입한 기업을 포함해 세계작인 유니콘 기업은 총 779개다. 유니콘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388개)이다. 뒤이어 중국(157개), 인도(36개), 영국(31개), 독일·이스라엘(18개) 순이다.

 

한국은 위메프(전자상거래), 무신사(전자상거래), 쏘카(자동차·운송), L&P코스메틱(리테일), 토스(핀테크), 아프로젠(헬스), 옐로모바일(모바일·텔레콤), 마켓컬리(배달), 야놀자(여행), GP클럽(기타), 크래프톤(게임) 등 총 11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세계 10위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집계하고 있는 국내 유니콘 기업은 지난 7월 기준 15개사다. 미국 민간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CB Insights)에 등재된 11개사 외에도 중기부가 국내·외 언론, 투자업계 등을 통해 추가 파악한 4개사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CB 인사이트 등재는 해당 기업의 자체 신청을 위주로 올라가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CB 인사이트 기준 국내엔 11개 유니콘 기업이 있지만, 이들의 산업 분포는 편중된 편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비유망 분야에 쏠려 있다. 반면 미국·중국 유니콘 기업 545개 가운데 62.8%에 해당하는 332개 기업은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건강관리·보건(헬스케어) 등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와 AI 분야에 유니콘 기업이 전무하고 핀테크·전자상거래·헬스케어 분야의 점유율은 1~2%에 그치고 있다.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 선순환 갖춘 생태계 구축 시급”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 탄생이 저조한 이유는 중·후기 투자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 규모와 투자단계별 분석을 살펴보면 한국의 전체 투자금액은 약 11억7100만 달러(한화 약 1조3700억원)로 이스라엘(10억4800만 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중·후기 투자 비중은 11.7%로 한국(5.1%)보다 2배 이상 높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올해 이스라엘에서 12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선 1곳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2021년도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참여기업’ 20개사를 선정해 스타트업 기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을 돕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올해 선정한 예비유니콘 20개사의 평균 업력은 5.6년, 지난해 평균 매출액과 고용은 각각 140억원, 70명이다. 평균 투자유치액은 약 222억원, 평균 기업가치는 약 1075억원이다.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는 기업가치 1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유니콘 기업 탄생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도 한몫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세계 주요 유니콘 강국의 엑시트는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82.8%) 이뤄지지만, 한국은 M&A(52.9%)를 통한 투자회수시장이 경직된 것으로 분석됐다.

 

카카오·우아한형제들·쿠팡·크래프톤은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국제 M&A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으로 엑시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이 세계 도시창업 생태계에서 상위 20위에 진입하는 등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유니콘 5대 강국(미국·중국·인도·영국·이스라엘)과 비교해 여전히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투자 및 중·후기 투자의 규모를 확대해 성장기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는 모멘텀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M&A 엑시트가 활성화돼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 더 보기

한국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다!

집값이 고점이라고? 과연!

코로나 백신, 치료제 소식에도 왜 제약·바이오 주가는 답답할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