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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 이 사람은 누구?

우주로켓 개발은 이제 더 이상 국가 차원의 사업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민간으로 로켓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2017년 김수종(45) 대표가 창업한 로켓 개발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민간 하이브리드 우주로켓 개발 기업이에요. 충남 금산군 부리면 예미리. 금강 지류 적벽강을 낀 야트막한 깃대산 골짜기에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의 열매가 여물어 가고 있어요.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9월 15일 세종시 로켓 조립동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미국·소련 간 냉전이 지속하던 1957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콜우드의 한 탄광마을.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과 하늘, 숲과 석탄 더미가 전 부인 마을에 사는 소년 호머에게 인생의 전기가 찾아온다.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스푸트니크)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였다.

 

이날 밤 소년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로켓 개발자가 되는 꿈을 꾼다. 탄부의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꿈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를 이어 탄광을 지키길 바랐다. 그 속에서 아버지 몰래 만들어온 로켓은 사고뭉치였다. 온갖 고난이 이어졌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호머는 친구들과 함께 개발한 로켓으로 전미 과학 경진대회 1등의 영예를 안게 된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옥토버 스카이]의 줄거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로켓 과학자를 지낸 호머 히컴의 실제 인생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21세기. 화성 유인 탐사에 도전하는 스페이스 X, 달에 유인기지와 우주정거장을 세우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가능한 건 미국 땅에 이런 수많은 ‘옥토버 스카이’들이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 민간 하이브리드 우주로켓 개발 기업 대표


충남 금산군 부리면 예미리. 금강 지류 적벽강을 낀 야트막한 깃대산 골짜기에도 한국판 ‘옥토버 스카이’의 열매가 여물어 가고 있다. 2017년 창업한 로켓 개발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45) 대표가 바로 그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민간 하이브리드 우주로켓 개발 기업이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이미 나로호에 이어 올해 10월 첫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지만,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이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김 대표는 소형 우주발사체, 그중에서도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창업자 겸 대표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액체와 고체 로켓의 장점을 취한 형태다. 액체로켓보다 구조가 단순해 저렴하면서도 고체의 단점인 추력 조절이 안 되는 점을 극복했다.

김 대표는 굳이 하이브리드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노스페이스의 로켓 차별화 포인트는 하이브리드 로켓이란 점이다. 군사용 미사일이 고체로켓이라면, 대부분의 우주발사체는 액체로켓을 쓴다. 고체로켓의 장점은 구조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데다 보관성도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발사가 되고 나면 추력 조절을 할 수 없다. 고체로켓이 주로 군사용으로 쓰이는 이유다. 반면 액체 로켓은 엔진 구조가 복잡하고, 발사 직전에야 연료를 주입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액체 산화제와 액체 연료를 쓰기 때문에 추력 조절이 가능하다. 이노스페이스의 이카루스는 고체와 액체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올 상반기 추력 5t 하이브리드 로켓 ‘이카루스’의 연소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현재 15t ‘한빛호’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발사장에서 한빛호의 시험발사를 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만든 우주로켓을 브라질에서 쏘아 올리는 이유는 국내에는 아직 민간이 쓸 수 있는 우주발사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노스페이스가 목표로 하는 우주시장은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 분야다. 추력 15t 하이브리드 로켓으로 50㎏ 이하 소형 위성 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500㎏까지 발사능력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우주 분야는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고 있다.

 

이 중 핵심이 인공위성과 발사체다. 특히 인공위성은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80%가 소형·초소형 위성이다.


목표로 하는 우주시장은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 분야


김 대표의 이노스페이스는 2017년 창업한 스타트업이지만 우주발사체 연구개발 이력은 상당하다. 어릴 적부터 우주로켓 개발이 꿈이었던 김 대표는 항공대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고, 항공우주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에서 3년간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내면서 발사체 연구를 한 뒤 ㈜한화 방산 부문에서 이노스페이스 창업 전까지 고체로켓 부문 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우주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시점에 내 손으로 한국 민간 우주로켓 시장의 첫 장을 연다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의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연구·개발(R&D)에 몰두하느라 지난해까지 매출도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창업 1년 만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금까지 누적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임직원도 간단치 않다. 전체 39명 중 항공우주공학 박사인 김 대표를 비롯해 박사 6명, 석사 16명 등 연구진 22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5년간 추진기관 성능시험을 담당했던 오정록 수석기술원도 핵심 인력이다.

 

김 대표는 “일론 머스크가 로켓 개발을 막 시작할 때부터 그를 지켜봐 왔다. 기술력 차이도, 국력의 차이도 크지만 이노스페이스를 ‘한국의 스페이스X’로 키우는 게 꿈이다”라며 쑥스러운 기색으로 당찬 포부를 밝혔다.

※ 김수종(1976년생)=▶항공대 기계설계학과, 동 대학원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 박사 후 연구원 ▶㈜한화 방산 부문 ▶이노스페이스 창업 ▶이스라엘 레이디 데이빗 펠로십(2011·2012) ▶KAIST 조정훈항공우주공학학술상 수상(2016)


최준호 논설위원·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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