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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마트폰 대체할 삼성의 차세대 상품은 사물인터넷?

8월 15일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삼성이 미국의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관련 기업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억 달러(약 2043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물인터넷이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는 물론 냉장고·TV 등 가전제품, 자동차,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집어넣어 원격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이 이에 앞서 인수한 미국의 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SELBY)나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 등 다른 기업의 M&A(인수·합병) 사실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유독 스마트싱스의 M&A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세계최대 IT기업(매출액 기준)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 부문등의 하드웨어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신사업 부문에서 어느 기업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초기 단계인 사물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선점해 주도할 경우 세계 IT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스마트싱스는 사물인터넷 구축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2012년 설립됐다. 이 회사가 개발한 플랫폼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집의 여러 전자기기를 모니터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와 호환도 가능하다. 


기존 사물인터넷 업체는 단순한 명령어 인식만 가능했고, 호환성도 없었다. 편리성에서 스마트싱스가 타 업체를 앞선 것이다. 이런 강점 때문인지 현재 전세계적으로 1천 개 이상의 전자제품과 8천 개 이상의 앱이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개방형’ 플랫폼이 삼성전자의 ‘스마트 홈’ 구상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2014’와 9월 독일 ‘IFA 2014’에서 선보인 ‘삼성 스마트홈’은 생활가전과 스마트TV·스마트폰·태블릿PC는 물론 웨어러블기기인 갤럭시기어까지 통합 플랫폼과 전용서버로 묶었다. 


하나의 통합 앱으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퇴근시간 집에 도착하기 전 스마트폰이나 갤럭시기어로 집안의 에어컨이나 조명을 미리 작동할 수 있고 해외 출장 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집안의 가전기기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이번 스마트싱스 인수를 계기로 스마트폰을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구축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싱스는 개발자와 파트너 회사의 커뮤니티 구성에 더 집중해왔는데 이 점이 삼성전자가 관심을 가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사물인터넷등 신사업 분야에서 신속하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점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2년 4조8천억 달러에서 2020년 8조9천억 달러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는 인력을 양성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시장에 더욱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M&A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더욱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바짝 추격하자 더 이상 내부 역량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스마트홈은 기존의 기능에서 ▷세이프티 ▷에너지 모니터 ▷위치 인식 ▷음성 제어 등의 기술이 더해졌다. 세이프티는 외출 중 현관문이 열리면 등록된 가족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전달하고 실내 카메라를 통해 집 안을 살필 수 있는 일종의 무인경비 서비스다. 에너지 모니터는 스마트홈에 연결된 모든 가전기기의 전기 소비량과 예상 비용을 집계해 한눈에 보기 쉽도록 알려준다.


특히 위치인식 기반 자동화를 통해 기존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나아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고 집에 가까이 왔을 때 알아서 가전기기가 작동하는 ‘커넥티드 홈’ 개념으로 확대됐다.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 시리즈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를 통해 에어컨·로봇청소기·조명 등을 언제 어디서나 작동할 수 있다. 

단순히 음성으로 켜고 끄는 것뿐만 아니라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고 각 방의 조명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현관 도어록, IP 카메라, 스마트 플러그 등 여타 제품까지도 스마트홈 연결 대상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 역시 “사물인터넷 시대에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IT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소프트웨어 승부라는 이야기다. 각기 다른 사물 간 소통이 사물인터넷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할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바일의 승자는 결국 운영체제를 만든 애플과 구글이었다. 다른 제조사들은 이들 회사에 종속됐다. 


사물인터넷 역시 운영체제가 만들어지면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게 된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더욱 종속되는 구조다. 애플과 구글이 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에 대처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사물인터넷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제조사가 그 플랫폼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도록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개발에 온 힘을 쏟는다.


운영체제의 변화는 곧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리에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카 등 새로운 제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구글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스마트TV 등에서 사물인터넷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애플도 ‘홈킷’을 통해 각종 가전을 원격 제어하는 스마트홈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그래서다.


최재필 월간중앙 기자 

[월간중앙, 201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