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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업무시간 중 딴짓 보장하는, 인터넷 눈속임 소프트웨어

사무실에서 단 1분 1초도 딴짓을 안하는 직장인이 있을까? 때로는 딴짓이 따분한 업무시간에 사원들의 업무 효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작은 활력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상사의 입장이 되면 다르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업무 태만으로 감시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인터넷 눈속임 소프트웨어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이나 주식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직장마다 부하직원과 상사 사이에는 쫓고 쫓기는 ‘밀당’이 계속된다. 하지만 열 파수꾼이 한 도둑 못지킨다고, 딴짓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카카오톡 엑셀 배경


카카오톡 PC버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엑셀 시트 버전의 채팅방 배경을 제공한다. 화면에는 대화하는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이 보이지 않는 데다, 엑셀 시트의 줄에 맞춰 대화 내용이 입력되기 때문에 감쪽같이 엑셀 문서작업 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톡 엑셀 배경


카카오톡 엑셀 스타일은 ‘더보기→설정→채팅방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채팅창 오른쪽 하단의 바로 투명도까지 조절을 할 수 있다. 카카오톡 엑셀 버전에서는 대화창에서 본인이 입력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노란색으로 보인다. 또한 이모티콘까지는 숨겨지지 않는다.



킬링타임용 게임


해외 사이트 ‘캔트유시아임비지(Cantyouseeimbusy.com)’에서는 업무용 프로그램으로 가장한 킬링타임용 게임 4종을 무료로 제공한다. 게임을 하고 있어도 영락없이 도표를 작성하거나 그래프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코스트 커터’는 연속된 같은 색깔의 그래프가 나타나면 클릭해서 점수를 따는 게임이다. 여러 가지 사무실 도표 모양의 게임 배경을 골라 흡사 분기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로켓 조종게임


‘크래시 플래닝’은 엑셀 표를 작성하는 척하며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같은 색깔의 엑셀 블록이 세 개 이상 뭉치도록 조정하면 그 블록들이 사라지면서 점수를 얻는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에서 같은 동물들끼리 붙여 없애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래프 상에서 마우스 크기의 우주선을 조종하는 선장이 될 수 있는 ‘리더십’ 게임도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게임이다. 우주선이 그래프의 숫자와 충돌하거나 연료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키패드로 조종한다.


타이핑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MS 워드프로세서처럼 생긴 배경에서 작은 공으로 텍스트를 지워 없애는 ‘브레이크 다운’ 게임도 있다. 자신의 점수와 레벨까지 확인할 수 있어 업무시간 중 같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전 세계의 직장인들과 순위를 겨루기도 한다.



딴짓놀이터


KT는 2011년 올레닷컴 홈페이지에서 ‘딴짓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한 적이 있다. ‘딴짓 놀이터’는 마치 엑셀이나 워드 파일을 작성하는 것처럼 위장해 페이스북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딴짓 놀이터’는 페이스북 계정에 연동된다. 서비스를 실행하고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 권한을 주면 맘 편히 SNS를 시작할 수 있다. 이때 페이스북 화면은 엑셀·PPT·워드 등 세 가지 형태로 제공돼 위장을 돕는다.


영락없는 문서서식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화면을 살펴보면 페이스북 담벼락임을 알 수 있다. 친구의 상태 업데이트도 볼 수 있고 뉴스피드부터 알림 표시까지 페이스북의 기능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 담벼락에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도 있다.


‘딴짓 놀이터’에서는 그 밖에도 윈도우 탐색기 속으로 문서를 검색하는 척하면서 트윗을 칠 수 있는 ‘몰래 하는 트윗’도 가능하다. 문서 서식 형태의 화면에 뚫린 구멍을 통해 동영상, 웹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자주 사용하는 20~30대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단기 프로 모션 행사용이라 현재는 지원되지 않는다.



모니터용 백미러


혹시, 뒷자리의 상사가 내 행동을 감시하지는 않을까? 모니터용 백미러도 있다. 백미러 각도를 조정하면 뒤차의 접근을 파악하는 자동차 백미러와 똑같은 원리로 상사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 측면에 작은 사이즈로 붙여서 사용할 수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가격은 1만∼3만원 선. 제 아무리 꼼꼼한 상사라도 웬만해서는 모니터 옆에 장식용처럼 붙어 있는 이 작은 백미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모니터용 백미러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투과율이 다른 모니터 보안필름도 인기를 끈다. 이 필름을 붙이면 정면에서 가까이 보는 사람만이 모니터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뿐 주변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좌우로 30도 이상 벗어나거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화면이 어두워 보이지 않거나 화면이 검게 보이는 식이다. 5만~1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모니터 전환 프로그램


Alt+Tab 기능을 아는지. 이 단축키를 누르면 인터넷 창이 업무용 화면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Alt+Tab 단축키는 웬만한 직장인은 대부분이 아는 ‘고전’에 속해 상사들을 속이기도 쉽지 않다. 요즘은 이 같은 현장포착을 피하기 위해 ‘더블모니터’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왔다. Alt+Tab 외의 단축키를 사용해서 화면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꼼꼼한 상사들이라면 직원들의 작업표시줄을 유심히 살피곤 한다. Alt+Tab이나 더블모니터로 작업전환을 하더라도 화면 하단의 작업표시줄까지 숨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업 표시줄에 온라인쇼핑몰이나 스포츠뉴스 창버튼이 있으면 딱 걸린 거다. 놀랍게도 요즘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프로그램도 나왔다. F2키 하나만 누르면 바탕화면이나 작업표시줄에서 모든 창을 깨끗하게 감춰주는 ‘보스키’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구글코리아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2013년 전국 직장인 남녀 6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97.1%가 ‘업무시간 중 딴짓을 한다’고 답했다. 회사에서 딴짓을 하는 이유를 복수로 묻자 ▷나름의 휴식이다(67.2%) ▷업무가 손에 안 잡혀서(34.2%) ▷시간이 남아서(26.2%)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16.3%) 등의 답변이 나왔다.


몇몇 기업은 사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방법을 쓴다. ‘비생산적인’ 딴짓을 막기 위해 업무시간에 ‘생산적인’ 딴짓을 권장하는 것이다. 구글코리아에서는 수면실·탁구대·게임기 등 휴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비치해 놓고 ‘업무 시간의 20%를 딴짓에 써도 좋다’는 ‘20%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딴짓용 프로그램이 남용되는 세태는 기업문화의 변화를 부르기도 한다. 직장인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에는 과도하게 많은 근무시간이나 상습적인 야근 등이 이유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간 근로 시간은 OECD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 외의 야근이나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볼 일이다.


윤재원 월간중앙 인턴기자

[월간중앙, 201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