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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신한카드가 110억 카드 마일리지 주는 사연은?

사람들이 카드를 애용하는 이유는 카드 마일리지와 다양한 혜택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 정산시 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으니, 사후 결제라는 부담을 안고 있어도 카드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신한카드 고객들은 이번에 뜻밖의 횡재를 얻고 있다. 카드 마일리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11월 3일부터 신한카드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객들에게 110억원 상당의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11월 4일 하루에만 20억원 가량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줬다. ‘옛 Travel카드(현 아시아나클럽카드)를 발급받아 마일리지 적립률 변경으로 불편을 겪었던 고객에게 특별 마일리지를 적립한다’는 이유다. 


Travel 카드는 신한카드의 전신인 LG카드가 발급하던 카드로 수년째 발급되지 않는 카드다. 신한카드가 뜬금없이 예전 LG카드 발급 고객들에게 마일리지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이유는 뭘까?



▒ LG 카드 인수한 후 마일리지 제공 기준 바꾼 신한카드 


사연은 이렇다. 옛 LG카드는 연회비 2만5000원을 납부하는 Travel카드 발급 고객에게 신용카드 이용액 1000원당 2마일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등을 제공했다. 카드사 간 과당 경쟁이 벌어질 때라 출혈이 컸다. 그래서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한 후 마일리지 제공 기준을 바꿨다. ‘마일리지 단가가 인상됐다’는 이유로 2005년 3월에 마일리지 제공 기준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신용카드 이용액 1500원당 2마일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신한카드사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한 시점은 2007년. 엄밀히 따지면 이번에 마일리지를 받은 고객들은 2005년 LG카드의 고객들이다. 그런데도 신한카드는 왜 LG카드 시절 Travel카드를 만들었던 고객들에게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것일까. 


신한카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신한카드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힌다. “기존 LG카드 시절에 발급한 카드라고 하더라도 이후 마일리지 적립률 변경(2005년 3월)으로 불편을 겪은 고객에 게 송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 LG카드 고객들에게도 마일리지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는 말도 나돈다. 하지만 신한카드는 “금융감독원이 권고해서 제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마일리지 적립률 조항 변경을 못 받아들이고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이 간헐적으로 있어 도의적인 차원에서 모든 Travel카드 회원에게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신한카드는 같은 이유로 고객들에게 약 20억~40억원 상당의 마일리지를 제공한 전례가 있다. 2005년 사법연수원생 2년차 신분이던 장진원 사법고시 합격자(현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가 ‘나홀로 소송’을 진행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신한카드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자 2심에서 장 변호사는 비슷한 피해를 입은 300명의 Travel카드 회원을 모아 소송을 진행했다.


신한카드 마일리지


법원은 2008년에 최종적으로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 신한카드가 주요 논거로 내세운 신용카드 개인회원규약 제24조 제3항이 문제였다. 제24조 제3항은 부가서비스가 제휴사나 카드사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신한카드가 이 내용을 후일 슬그머니 끼워 넣었던 것. 



▒ 이후 카드사가 임의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회원규약이 새로 규정 돼 


판결문은 “(장 변호사가Travel카드에) 가입할 당시 신용카드 개인회원규약에는 제3항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회원가입 계약 체결 당시 항공마일리지 제공 기준 변경 가능성을 원고에게 설명했다거나, 변경된 개인회원규약을 카드사가 원고에게 제시하고 원고가 동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신한카드는) 신용카드 사용액 1000원당 2마일로 계산한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나자 신한카드는 300여명의 원고를 포함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약 1만명의 Travel카드 회원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액 1000원당 2마일로 계산한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당시 서비스 변경 조항에 서명한 고객에겐 추가 마일리지를 적립해주지 않았다.이번에 특별 마일리지를 제공하기로 한 건, 모든 Travel카드 고객으로 구제 대상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카드사가 임의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했을 때, 소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카드가 Travel카드 가입자를 모집할 당시에는 신용카드 개인회원규약 제24조 제3항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변경에 대한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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