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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무한 시제품 시대 도래!

새로운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돈을 무한정 들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성능을 점검하는 시대다. 신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지금까지 시장에 하나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수십 차례 이상의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를 거쳐왔다. 시제품 제작은 고안한 제품을 설계하고 각 부품을 만들어 조립한 뒤 수 차례 점검하는 중요한 절차다.


하지만 시제품을 한 번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화되지 않는다. 테스트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 또 다시 시제품을 만드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판매가 가능한 수준까지 시제품 제작은 계속 이어진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한 제품은 시장에 나온다 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십상이다. 품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보다도 시제품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큰 문제다. 시제품 제작 과정이 길어지면 시장 진입 시점을 놓쳐 판매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제품 부품을 하나하나 다시 만드는 동안 다른 업체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고, 트렌디한 제품의 경우 시제품을 만드는 동안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시간·비용은↓ 안정성은↑  


시제품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부품이며 조립은 물론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예상될 수 있는 실험 과정까지 모두 시뮬레이션 하면, 시제품을 일일이 제작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적어도 몇 분의 1, 많게는 몇 백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조건의 물리적 환경에 시제품을 내놓은 것과 같은 테스트 결과를 얻어 제품의 안정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북극이나 적도와 같은 극한의 환경조건을 적용해 시제품을 가상으로 작동시켜보는 식이다. 실제로 극한의 환경조건에서 테스트를 하려면 고가의 검사기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물레이션으로는 저렴하고 다양하게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경주용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통한 제품 개발은 실제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된다. 경주용 포뮬러원 자동차는 대당 8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성차만 해도 저렴한 것이 1000억원을 넘는다. 개발비용은 이마저 초과한다.하지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제작·조립·테스트 과정을 한꺼번에 단축할 수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혁신적인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신기록 세우는 스포츠 용품 개발


이런 시뮬레이션 테스트 기술은 과거 우주선 제작이나 고도의 안정화 기술이 필요한 중장비에만 이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품이나 스포츠 용품 등에도 활용돼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신기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용품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수영모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치면 시제품을 만들지 않고도 물의 저항력을 줄인 수영모를 디자인 할 수 있다.


수영용품으로 유명한 스피도(Speedo)는 앤시스(ANSYS)의 시물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제품 개발에 쓰고 있다. 수영모를 썼을 때 발생하는 물의 저항의 원인을 시제품 제작 전에 미리 알아보고 수영모 속 머리카락의 위치 변화까지 확인해 품질을 향상시켰다. 테스트도 1200회 넘게 거쳐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스피도의 수영모는 기존 디자인과 비교해 저항을 60%나 줄였다.


테니스 라켓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가상으로 테니스라켓에 충격을 가해 제품의 취약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1549kg에 달하는 무게를 견뎌야 하는 테니스 라켓에도 시뮬레이션 테스트 기술이 적용됐다. 과거에는 약 일주일 동안 1개의 시제품만 테스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기간 동안 100만개의 다양한 모델을 테스트해 보다 빠르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사장될 뻔한 제품을 회생시키다


시뮬레이션 테스트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사장될 뻔한 제품을 구하기도 한다. 영국 생활가전 업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업체는 날개 없이도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제품을 디자인하고 1개의 시제품을 테스트하는데는 2주 가량이 소요됐다.


날개 없는 선풍기

▷날개 없는 선풍기 개발 과정에 활용된 앤시스의 시뮬레이션 테스트.


다섯 달 동안 10여개의 시제품을 만들며 테스트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제품 출시 전 다른 회사에서 먼저 동종의 제품을 내면 시장 선점효과까지 잃을 것이 뻔했다. 이에 다이슨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기존 방법을 썼더라면 3개의 시제품을 테스트했을 동안 200여개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예상보다 선풍기의 성능을 2.5배나 향상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면 7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을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상화 테스트가 없었다면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시뮬레이션 테스트 프로그램은 기존 전자·중공업·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의류·식품·의료 등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있다. 이제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좀 더 경제적이고 빠르고 안전하게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킨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