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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성매매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성매매특별법의 효과는?

2003년 겨울만 해도 ‘홍등가’ 근처의 거리에서는 짙은 화장을 한 ‘언니’들이 남자를 유혹하는 풍경이 흔했다. 요즘은 그런 호객행위를 보기가 쉽지 않다. 2004년 선포한 성매매와의 전쟁의 효과일까?


겉으로 드러난 업소는 줄었지만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업은 은밀하게 구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언니들’은 휴대폰을 통해 ‘실장님’이 연결해준 고객과 정해진 아지트에서 은밀하게 만난다. 만남은 시민들의 실생활과 더욱 가까워졌다. 



성매매 풀살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집을 불리는 성매매업


2004년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의 집창촌은 단속의 철퇴를 맞았다. 그로 인해 성매매 집결지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전국에 있는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이하 집장촌)는 2002년 69곳에 비해 25곳 줄어든 44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단속 실적은 낮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경찰의 성매매사범 검거 건수는 2009년 2만5480건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668건으로 급감했다. 집창촌의 해체가 성매매근절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은밀해지고 다양해진 성매매는 집창촌과 주택· 생활지역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도시 한복판에서 대담하게 이뤄진다.


성매매 오피스텔


실제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업소들은 상업지구나 주택가 등에 파고들었다. 대표적인 게 ‘오피’라는 방식이다. 오피스텔 방 몇 곳을 단기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쓰는 것이다. 건물 전체를 빌려 성매매 영업장으로 이용할 만큼 큰 기업형 업소도 있다. 주로 서울 강남·화곡동·건대입구와 경기도 안양(평촌)·수원(인계동) 등이 대표적으로 성행하는 곳들이다. 사무실 건물과 섞인 일반 주거용 오피스텔이어서 겉으로는 성매매업소를 확인할 수 없어 고객으로 위장해 단속하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단속이 어려워진 이유가 뭘까?


1. ·변종업소들의 게릴라 영업

성매수자들이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유사성행위 업소인 ‘키스방’, ‘립카페’, ‘귀청소방’, ‘안마방’ 등 형태가 다양해졌다. 단속 기준이 모호한 점을 노려 초기에 반짝 대대적으로 영업을 해서 이익을 취한 뒤 자진 폐업하거나 새로운 업종으로 바꾸는 식으로 생존한다.


신종 변종 성매매업소 증가 현황


용의주도하게 단속을 피하며 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안마시술소는 맹인 종업원을 사실상 볼모로 삼아 성매매영업을 하고 있다. 합법적인 맹인 안마사를 고용하고 단속망을 피하는 것이다. 또 단속에 적발돼 폐업조치가 내려지면 고용됐던 장애인과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도록 부추겨 애초에 단속 의지를 꺾기도 한다.


2. 정보의 온라인 화

명함과 전단지를 마구 뿌리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일대일로 영업이 이뤄진다. 업주들은 인터넷 상에서 ‘점조직’ 형태로 분산돼 있어 이른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서버를 찾아내기는 더 어렵다. 홈페이지 주소를 숫자로 변경해 영업하기 때문이다. 해외서버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다 매일 홈페이지 주소가 바뀌다 보니 사이버를 통한 수시 단속은 더욱 어렵다.


성매매 정보 스마트폰 온라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성매매업자들의 유용한 영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랜덤채팅이나 실시간 친구 사귀기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관련 앱을 실행하면 수많은 성매매 정보가 날아든다. 카카오톡을 모방한 ‘J톡’은 아예 조건만남 전용 앱으로 성매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3. 업주들간의 결속 강화

업주들 간의 네트워크도 촘촘하고 방대해졌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히면 즉각적으로 경찰관의 번호, 접속 아이디, 차량번호, 차종 등이 지역 성매매업소 전체로 퍼진다. 진 팀장은 “성매매업소가 가장 많은 강남권은 단속이 뜨면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단속 정보가 노출되면 며칠씩 단속 계획을 짜고 준비했던 것들이 헛수고가 된다”고 말했다.


4. 성매매 여성에게 관대한 성매매특별법

법령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 된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기소유예로 ‘훈방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진술에만 의존할 경우 기소를 해도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검거된 성매매여성과 업주들이 처벌을 면하려 입을 맞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 팀장은 “대부분 처음이라거나 경험이 없다는 식으로 초범임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한다”며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으니 강하게 처벌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공급. 빠져나갈 수 없는 '전문종사자'와 성매매를 시작하는 '일반인'


성매매 종사자 건수 거래액 실태


성매매 종사자들의 탈성매매를 위한 법적 지원이 있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아 지원센터에 입소했다가 다시 성매매 종사자로 돌아오기 쉽다. 여가부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정부 지원금은 2004년 29억7400만원에서 2014년 136억9200만원으로 400% 늘었다. 


몇 년 전 성매매여성지원시설에 입소했다가 다시 돌아온 성매매 종사자 최가연(32·가명) 씨는 “시설에서 받은 지원금이 한 달에 40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강현준 한터전국연합 대표는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를 악용해 업주에게 선금을 가불한 뒤 떼먹고 도망가 지원단체에 숨어드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며 “지원단체들은 실제 자립을 돕기보다 단체 운영을 위한 실적 채우기(입소인원 확보)에만 급급해 자립 프로그램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성매매가 일반인에게 확산돼 성매매 종사가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일반 직장인, 유부녀 등 쉽게 돈을 벌려는 욕심에 눈 먼 여성들의 ‘비생계형’ 성매매가 늘었다. 일반인의 성매매는 단기가 아닌 장기체류로 이어지기 쉽다. 오래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지만 수익과 노동의 강도에 익숙해지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성매매업소를 전전하게 된다.



 선택의 자유 vs 인권의 존엄성


성매매


성매매특별법 개정 후 10년을 지나 성매매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성욕은 기본욕구인 만큼 자제가 힘들다. 그러니 제한적이나마 공창제를 두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차츰 줄여가야 한다."는 의견과 “성매매는 약자에 대한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결국 돈을 지불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성매매 근절은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의견으로 갈려 결론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자기결정권과 인권 차원에서의 도덕적 가치의 문제가 팽팽히 맞서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순 없다. 집창촌과 같은 특정 윤락지역은 법과 현실의 타협의 산물이다. 신·변종 업소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법과 제도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강요된 도덕’은 자발적 통제를 이끌어낼 수없다. 성매매를 근절할 근본적인 처방은 꾸준한 교육과 지원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