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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독일산 중형 중고차 VS 국산 중대형 신차, 무엇을 구입하는게 좋을까?

세계 10위권인 국내 중고차 시장의 판이 바뀔 조짐이다. 지각변동의 진원지는 독일 수입차 3총사인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와 SK엔카를 비롯한 대기업의 온라인 바람이다. 우선 3년 리스 만기가 된 독일 프리미엄 중형차가 올해부터 해마다 1만대 이상 쏟아진다. 새 차 가격이 6000만원대인 이들 차량의 중고 가격은 차량 상태나 옵션에 따라 3100만∼370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기본 품질이 좋은데다 요즘 대세인 디젤 차량이 대부분이다. 또 200만~500만원을 더 내면 소모품 무상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특급 매물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포인트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고차 매매에 뛰어들면서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가운데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중고차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SK엔카는 호주 1위의 온라인 자동차 매매사인 카세일즈닷컴과 손을 잡고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다. 

도이치 모터스와 현대캐피탈도 온라인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중고 자동차 판매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지정됐기 때문에 대기업은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걸음마 단계인 국내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 전통의 자동차 매매상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들의 마음이야 최선의 가격으로 최고의 품질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일 것이다. 중고차 시장의 흐름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자동차 구입방법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독일 3총사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는 판매의 50% 정도가 파이낸스나 캐피털 같은 금융사를 끼고 파는 리스 또는 할부금융 차량이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리스로 신차를 구입하면 구입비의 90% 이상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리스 판매가 인기다. 대부분 3년 리스로 신차를 구입한 뒤 만기가 되면 80% 이상이 중고차로 팔고 신차를 다시 구매한다. 이런 구매 형태에 따라 올해부터 독일산 중형차가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3년 지난 독일산 중형차의 경우 무사고에 주행거리 5만㎞ 이내, 내외관 상태가 A급인 차량이 3500만원 정도로 특히 리스로 탄 차는 관리가 잘 된 경우가 많아 중고차 회전이 잘 된다. 또한 수입차 업체들은 신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방안 으로 중고차 가격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인증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들 중고차를 구입한 뒤 200만원 정도를 내면 2년 동안 엔진오일 및 브레이크 패드 같은 각종 소모품을 무료로 교환 해주는 패키지다. 3년 소모품 무상보증이 끝난 수입차의 수리비용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이런 특급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는 게 국산 고급 중·대형차다. 대표적인 게 신차 가격이 300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현대차 뉴 그랜저(HG)와 기아차 K7이다. 그랜저보다 브랜드에서 뒤진 기아차 K7이 심각하다. 올해 1∼4월 판매가 8098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나 줄었다.


중제 : 세계 10위 중고차 시장 규모, 하지만 온라인 중고차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08년 14조원에 머물다 지난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껑충 성장해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불과 5년 만에 두 배로 커졌다. 거래 대수 역시 신차 시장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320만대, 신차 등록은 150만대다. 요즘 인기 중고차는 연비 좋은 차, 레저 붐에 따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입차다.

중고수입차


중고차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한 것은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온라인 거래가 확산한 게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신차 품질이 올라가면서 중고차의 내구성이 좋아졌고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고차 매매에 뛰어들면서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좋아졌다. 요즘 중고차 매매는 열에 아홉이 인터넷 거래다. 서울 가양동이나 장한평 매매단지를 일일이 발품을 팔면서 중고차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 중고차 정보가 늘어난 덕에 중고차 사이트에서 클릭 서너 번이면 해당 중고차의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 게시된 매물의 시세와 특징을 꼼꼼히 비교해본 뒤 매장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한다.

2000년 SK엔카가 국내 최초로 온라인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이후 GS카넷·현대캐피탈 등 대기업이 가세하면서 판을 키웠다. 이들은 중고차 거래에 필수 정보인 시세부터 사고 유무, 옵션 등 자료를 공개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낮췄다. SK엔카의 경우 하루 평균 약 20만명 이상이 방문해 중고차를 찾는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가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해외 업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SK엔카는 온라인 사업부문을 분리, 전체 지분의 49.9%(24만9999주)를 1175억원에 호주 카세일즈닷컴에 매각했다. 카세일즈닷컴은 호주 1위의 온라인 자동차 매매 업체다.



한국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는 SK엔카를 비롯해 보배드림·G카·오토인사이드 등이 있다. 중고차 매매 전 한번쯤 둘러보는 사이트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확인한 중고차가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실제 중고차 시장에 가기 전 중고차 딜러들이 올려놓은 광고를 보는 용도로만 온라인 중고차 시장을 활용하는 편이다.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한국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신’이다. 중고차 가격 산정 기준부터 제멋대로다. 한 사이트에서는 3000만원인 차가 다른 사이트에서는 1500만원인 경우도 있다. 오프라인 시장 딜러들이 단순 호객용으로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온라인에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보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온 고객에게는 다른 차를 파는 수법이다. 많은 딜러가 이런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소비자들도 온라인 매장에서 차를 직접 사겠다는 생각을 접은 지 오래됐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중고차 정보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외관이나 주행거리, 출시 연도에 비해 저렴한 중고차가 나와도 침수나 사고 이력 여부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차량의 가격을 산정하는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기재돼 있다고 믿는 소비자도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시장은 그저 구경에만 활용하고 실제 구입은 자동차를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해외는 사정이 좀 다르다. 호주의 경우 카세일즈닷컴과 같은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중개자가 풍부하고 사업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에서 중고차를 직접 구매하는 일이 더 흔하다. 온라인 실제 거래가 늘면서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큰 산업 부문으로까지 성장했다.

미국은 카맥스(CARMAX)와 같은 온-오프라인 중고차 매매가 성황을 이룬다. 카맥스는 신뢰할 만한 성능 인증과 미국 전역에서 단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본 가격 그대로 미국 어디에서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운송비만 주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택배처럼 집에서 자동차를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카맥스 온라인 사이트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국의 온라인 중고차 매매도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판매 1위 업체 SK엔카가 시작을 끊었다.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 C&C는 3월 6일 SK엔카와 카세일즈닷컴이 합작기업(JV)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엔카의 온라인 사업부문은 물적분할을 통해 만들어진 에스케이엔카닷컴을 설립해 영업을 시작한다. 한편 도이치모터스와 현대캐피탈도 각각 ‘지카(G-car)’와 ‘오토인사이드’를 통해 투명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중고차 및 부품판매의 온라인시장 성장에 대비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오토옥션(Auto Auction)’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중고차 경매 사업에 진출했다. 2012년 누적 출품 5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는 전년보다 5% 증가한 7만2600여 대 출품을 기록했다. 평균 낙찰률은 사업 초기 연 50% 안팎이었다가 지난해 62%로 올랐다. 회원제로 올 5월 기준 1230여 회원사가 오토옥션을 이용 중이다. 국내에 자동차 매매업체가 4000여곳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딜러의 30% 이상이 오토옥션 중고차 경매에 참여하는 셈이다. 현대 글로비스는 2012년 7월 경남 양산에 중고차 경매장을 열어 수도권 2곳(시화·분당)을 포함한 3곳의 경매장을 갖췄다.

중고차 외국 딜러


딜러들은 어떤 이유로 중고차 경매에 뛰어들까. 우선 매입하기가 수월하다. 낙찰자로서는 다양한 매물 가운데 언제든 원하는 차종에 편리하게 입찰할 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이 관리하는 매물의 상태를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모든 출품차량에 A~F 등급, 1~9점으로 세분화한 평가점을 매긴다. 

이런 관리는 입찰자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갖고 경매에 참여하게 만든다. 도매상들로서는 상태가 안 좋은 매물을 잘못 가져왔다가 되레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경매장이 주는 신뢰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한 출품자로서도 중고차 경매는 입찰경쟁 속에 더 좋은 가격에 자신의 차량을 팔게 되거나, 매매업자들에게는 재고 순환이 수월해지는 이점이 있다.

최근 국내 중고차 경매장은 수출의 장으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수출업자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경매에 적극 참여하면서 낙찰된 차량들을 해외로 가져간다.

요르단 외에도 러시아·리비아·캄보디아·몽골 등으로 한국산 중고차가 많이 수출된다. 나라별로 문화나 환경이 다르다 보니 선호하는 차도 조금씩 다르다. 화려한 빨간색 중고차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가 많은 중동 지역엔 잘 팔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