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나홀로족, 호황인 분야는 어디일까? 렌털 시장과 에어워셔, 배달앱 시장도 호황에 웃음짓고 있다. 다양한 분야와 직접 수혜를 볼 수 있는 수혜주를 알아보자.
수년째 경기도 용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박용훈(35) 씨는 최근 매트리스를 새로 들였다. “그동안은 자취하면서 이부자리를 깔고 개며 생활했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허리가 아프더군요.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매트리스를 샀습니다.” 그런데 박씨는 새 매트리스를 ‘구매’하지 않고 ‘대여’했다. 국내 한 렌털(Rental) 업체를 통해 천연 라텍스 소재의 가로 110cm, 세로200cm, 높이 16cm 크기 매트리스를 대여했다.
대여료는 월 2만2900원. 매월 전화비 내듯 대여료를 내는 개념이다. 박씨는 “침대는 비싸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데다, 이사할 때마다 불편한 짐이 될 것 같아 매트리스만 대여했다”면서 “제대로 된 침대 구매는 결혼 후로 미뤄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렌털, 에어워셔, 배달앱 시장
박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렌털 시장이 1인 가구 시대를 주름잡고 있다. 주로 월세나 전세로 살며 이사가 잦은 1인 가구 특성상 구매보다 대여가 편리해서다. 박씨가 이용한 생활가전 렌털 업체인 바디프랜드는 2007년 처음 설립됐을 때만 해도 중국에서 안마의자를 들여와 국내에 파는 평범한 회사였다. 2009년 무렵부터는 시장 흐름을 빨리 읽고 렌털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수백만원짜리 고가 안마의자도 이 업체를 통하면 월 5만원가량에 쓸 수 있다. 2010년 188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렌털 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만인 2013년 78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4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트리스와 안마의자 외에도 정수기, 탄산수 제조기, 도정기 등 1인 가구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빌려준다.
이 같은 렌털 업체들은 TV 홈쇼핑 채널 등을 통해 홍보하면서 1인 가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상품을 팔지 않고 빌려준다는 개념 자체도 차별화 포인트지만,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예컨대 정수기를 빌려준 후 관리를 위해 직원이 몇 달에 한 번씩 소비자 집을 방문하는 대신, 필터 등의 교체 부품만 정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보내준다. 방문관리 서비스가 아닌 이른바 ‘셀프관리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시하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은 누군가가 자기 집을 들락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부품만 보내면 대여료도 줄일 수 있어 여러모로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바디프랜드 외에도 위닉스 등의 렌털 업체들이 이처럼 1인 가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인 가구 시대 렌털 시장의 급성장은 개별 소비자나 업체 사례뿐이 아닌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KT경제연구소는 2011년 8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렌털 시장이 2016년 11조4000억원 규모로 3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불로 거액의 상품을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1인 가구 소비자들은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빌려서 쓰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렌털 품목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렌털 시장은 정수기나 승용차 정도를 대여해주는 데 국한됐지만 지금은 TV나 PC, 악기, 가구, 제습기, 전자레인지, 음식물 처리기 등으로 취급 품목이 확대됐다. 집안 곳곳을 대여한 상품만으로 채워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수준이다. 심지어 장난감도 빌릴 수 있다. 레고(LEGO) 렌털 업체인 레츠고는 300종이 넘는 레고를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대여해준다. 혼자 하는 취미생활에 빠진 1인 가구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판매 시장의 경우는 어떨까. 1인 가구 시대에 날개를 단 상품이 몇 가지 있다. 에어워셔가 대표적이다. 에어워셔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공기세정기다. 필터 역할을 하는 물이 기기 안에서 실내공기를 정화해주는 구조로, 기존 가습기나 공기청정기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휴대용 에어워셔인 ‘스포워셔’로 호응을 얻고 있는 대유위니아의 관계자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운전자나 피부 미용에 관심을 갖는 1인 가구 여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공기가 탁하면서도 이 같은 소비자들이 많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특히 인기”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에어워셔 시장은 2010년 12만대 규모에서 2011년 20만대, 2012년 25만대 규모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는 30만대 규모로 다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한 1인 아이디어 상품도 인기
사업자들로서는 1인 가구 소비자 취향에 꼭 맞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최근 매각설이 돌고 있는 생활가전 전문 업체인 한경희생활과학은 올 하반기 사업 전략을 ‘1인 가구 사로잡기’에 맞췄다. 이 업체가 9월 중 출시할 예정인 ‘가위칼(가칭)’은 도마를 꺼내지 않고도 재료를 썰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번거로운 요리 과정을 꺼리는 1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이 상품으로 주방용품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이색적인 홈 시큐리티 시스템(Home Security System)도 인기다. 보통 홈 시큐리티 시스템은 딱딱하고 이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요즘은 한층 친절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CJ헬로비전이 지난해 출시한 ‘헬로안부알리미’는 국내 최초 TV 리모콘을 통해 서비스 가입자의 안부를 6~48시간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서비스 가입자가 너무 오래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특정 시간에 TV를 보지 않을 경우 보호자나 사회복지사에게 경고 문자 메시지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독거노인이나 외부단절자 등 1인 가구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며 “값비싼 장비 설치가 필요한 기존의 센서 기반 서비스와 달리 추가 설치가 필요 없고, TV 시청이라는 기본 생활 패턴을 활용해 간편하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이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 영월군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는 올해 서울 은평구에서 제공돼 호응을 얻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는 배달앱이 단연 인기다. 첨단 정보기술(IT)과 1인 가구라는 트렌드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배달앱을 통한 거래액은 총 1조7000억원대로 전체 배달음식 시장 거래액(12조원)의 14%를 차지했다. 관련 업계는 이 금액 규모가 올해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앱 애용자인 안희수(29)씨는 “혼자 살면 요리하기가 귀찮아서 배달음식을 찾을 때가 많은데 배달앱만큼 쉬운 수단이 없다”며 “내게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골라 배달시킬 수 있어 (배달앱을) 자주 이용한다”고 전했다. 안 씨의 말처럼 배달앱은 이용자가 가장 가까운 배달음식점을 손쉽게 고를 수 있게 한다. 기존에는 집으로 오는 광고전단지 등에 많이 의존해야 했지만 배달앱을 통해서는 다른 소비자들의 이용후기와 평점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2010년 처음 형성된 이후 올 8월까지 누적 다운로드 4000만건을 돌파할 만큼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월매출 1위의 배달앱 업체는 배달의민족으로 300억원, 월간 이용자수만 565만명에 이른다. 2위는 요기요로 월매출 200억원, 월간 이용자수 290만명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배달통·배달이오·배달 114·메뉴박스·배달365 등의 업체들이 1인 가구 증가를 등에 업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스마트폰 개인정보 침해 우려, 앱 이용자들이 남기는 이용후기의 공정성 문제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1인 가구의 직접적인 수혜주는?
개인투자자라면 1인 가구 수혜주에도 주목할 만하다. 어떤 종목이 있을까. 증권가는 우선 코스닥 상장사인 아프리카TV를 꼽는다. 최근 1인 가구 시청자를 겨냥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그 포맷을 따오면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프리카TV는 올 5월 기준 월평균 8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2013년(630만명)과 지난해(700만명)보다 늘었다. 게임과 라디오, 스포츠 등을 소재로 한 1인 미디어 콘텐트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먹방(먹는 방송)’이라는 신조어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에 아프리카TV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억6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504억5500만원으로 37.5% 늘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이슈로 국내 증권 시장도 흔들리면서 주가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9월 2일 기준 2만9550원) 올 6~7월 한때 4만원대로 올랐던 만큼 반등할 여지는 있다.
편의점주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GS리테일이 대표적이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GS리테일은 점포 효율화와 1인 가구 증가세 등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한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올 9월 2일 기준 GS리테일의 최근 1년간 주가는 2만3500원에서 6만2100원으로 급등세가 뚜렷했다.
증권가는 지난해 매출 4조9624억원, 영업이익 1433억원이었던 GS 리테일의 올해 실적이 매출 6조88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으로 각각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가정간편식(HMR)으로 1인 가구 시대에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식음료주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HMR 시장에 본격 진출한 현대그린푸드와 신세계푸드, 사조대림, 샘표식품 등을 1인 가구 수혜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