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코노미스트

라쿠텐 대표 미키타니 히로시, e커머스의 선구자

일본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 라쿠텐의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 그는 유니클로와 소프트방크 창업자에 이어 일본 3위의 부호로 세계 151위에 올라섰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터넷 직구 시장을 구축한 미키타니 히로시의 경영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일본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의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50·三木谷浩史)는 회장 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직 경영인이다. 그는 e비즈니스로 맨손에서 일본 3위의 부호로 올라선 인물이다. 그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의 2015년 일본 부호 순위에서 87억 달러의 재산으로 3위(세계 151위)를 차지했다. 미키타니 회장의 재산은 10월 105억 달러로 늘었다. 또한, 테크놀로지 분야에서는 재산 순위 세계 23위에 올라 있다.


라쿠텐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 /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 일본 최대 e비지니스 모델 라쿠텐

 

라쿠텐은 일본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1997년 2월 엠디엠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그해 5월 ‘라쿠텐 시장 서비스’라는 이름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9년 6월 서비스 이름에 맞춰 회사 이름을 라쿠텐으로 바꿨다. 지난해 1만 18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53억 달러의 매출과 4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라쿠텐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해 일본 최대의 e커머스 업체로 성장했으며 2000년 자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전자상거래는 물론이고 금융업, 통신업, 신용카드·결제 서비스업, 포털 미디어, 여행업, 증권업, 프로스포츠 사업까지 진출했다. 센다이에 본거지를 둔 일본 프로야구 도후쿠 라쿠텐 이글스와 축구 J리그 비셀코베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현지에서 e북 사업 등을 벌이는 한편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으로 라쿠텐이 파는 일본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 21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일본 상품을 주문해 받을 수 있다. 일본 경제 부흥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는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한국 상품을 팔려는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민은 해외직구로 외국 물품을 사는데 인터넷으로 우리 상품을 전 세계에 파는 거대 e커머스 업체가 없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경쟁력 차원에서 생각해볼 문제다.


주목할 점은 미키타니 회장이 2010년 사단법인 일본신경제 동맹(Japan Association of New Economy, JANE)을 설립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반의 콘텐트산업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경제단체로 702개의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다. e비즈니스나 IT비즈니스 등 이른바 신산업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 활성화해 국민생활을 향상 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질적으로는 일본 IT 업계와 일본 정부가 서로 협력하는 단체다. 이 단체를 통해 업계는 정부의 경제 부흥 관련 프로젝트에 협조하고, 일본 정부는 IT 발전정책을 추진한다. 사실상 ‘인터넷 사업 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경제단체다. 이를 통해 그는 IT와 e비즈니스 중심의 미래 산업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 전방위적 인수·합병으로 형성된 회사


미키타니 회장의 성장 전략은 인수·합병(M&A)이다. 2000년 상장 이후 더욱 공격적인 M&A에 나서 오늘날 거대 라쿠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포털사이트인 인포시크와 중고품 판매·매입 서비스인 이지시크 운영사인 비즈시크를 손에 넣었다. 무료 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훕스, 축하 카드 서비스 업체인 와이낫, 골프장 예약 서비스 ‘골프포트’를 제공하는 메디오포트도 인수했다. 2002년에는 라이코스 재팬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이듬해 라쿠텐의 자회사인 인포시크와 합병했다.


미키타니의 M&A는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키타니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에서 헌터, 즉 사냥꾼으로 불린다. 미키타니 회장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온라인 리베이트 업체인 이베이츠(Ebates)를 인수했다. 1998년 창업해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이베이츠는 메이시 백화점이나 가정용품 유통 업체인 홈데포 같은 데서 물품을 구입하면 나중에 캐시백을 해주는 업체다. 전 세계 1800개가 넘는 제휴 업체를 상대로 캐시백과 쿠폰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이 회사를 통해 쇼핑한 액수는 연간 22억 달러가 넘는다.


올해 3월에는 4억1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전자서적 업체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사들였다. 놀라운 사실은 같은 달 미국 교통 네트워크 업체인 리프트(Lyft)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미키타니 회장의 놀라운 자금 동원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통해 리프트 주식 12%를 인수했다. 리프트는 미국 65개 도시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통근자들이 서로 카풀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미국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으로 있는 야심만만한 기업이다. 미키타니 회장은 지난 6월 이 회사의 이사를 맡았다.


▧ 안정된 삶을 포기하며 더 큰 성공을 얻다


눈에 띄는 것이 미키타니 회장이 다른 일본 경영인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작은 집이 미덕인 일본에서 도쿄 중심가 시부야에 2000만 달러를 들여 저택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 그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또 다른 저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라쿠텐은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로 통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영역은 당연히 글로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일본 기업이 일반 비즈니스는 물론 회사 업무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도쿄 필하모니교향악단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그의 신선하고 유연하며 문화중심적인 발상이 거대 e비즈니스 그룹인 라쿠텐을 이렇게 키운 원동력이 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라쿠텐은 가히 글로벌 직구라 할 만큼 전 세계로 가지가 뻗어있다. 그 명성에 맞게 폭넓은 분야와 여러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일본 경제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의 경영, 경제적 길과 방향이 기대되는 기업 '라쿠텐이다.



중앙시사매거진